[MR현장] 드렁큰타이거 20주년의 마지막이자 시작 ‘X’
18.11.14 17:00
드렁큰타이거의 정규 10집 이자 마지막 앨범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타이거JK는 드렁큰타이거는 14일 오후 서울 광진우 예스24라이브홀에서 드렁큰타이거의 10집 ‘X : Rebirth of Tiger JK’의 쇼케이스를 열고 드렁큰 타이거 20주년을 마무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드렁큰타이거의 10집 ‘X : Rebirth of Tiger JK’는 10번째 란 의미의 ‘X’와 더불어 미스테리, 무한대, 곱하기, 후속편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1999년 데뷔해 한국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음반으로 대중음악사에 있어서도 묵직한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 볼륨도 대단하다. 스킷을 포함해 2CD, 30곡이 수록됐다. 한장은 특유의 붐뱁 장르로 채웠고, 다른 한장에는 재즈 EDM 레게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확장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타이틀곡 ‘끄덕이는 노래’는 타이거JK와 오랜 기간 호흡해온 힙합씬 실력파 프로듀서 랍티미스트의 곡으로, 그만의 붐뱁 사운드에 드렁큰타이거 고유의 음악색이 담겼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결국 듣고 느끼고 수긍하고 그저 끄덕이면 된다’는 힙합 고유의 흥과 메시지를 수록한 곡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힙합 트랙이 될 전망이다.
이날 쇼케이스의 진행을 맡은 데프콘은 "처음 30곡이라고 했을때 난 미쳤다고 했다. 수지가 안 맞을수도 있다"라며 그 방대한 볼륨에 놀라워했다. 이에 타이거JK는 "사실 요새 CD를 많이 듣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소장가치가 있는 걸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돌 CD를 공부하기도하고 공을 들였다"라며 웃었다.
30곡이라는 트랙수만큼 참여한 아티스트도 화려하다. 방탄소년단의 RM, 세븐틴의 버논, 도끼, 가리온 메타, 슈퍼비, 면도, QM, 테이크원,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 각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선후배 동료 뮤지션들이 대거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켄드릭 라마의 'Pimp a Butter fly'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즈 레코딩 엔지니어상을 수상한 영인(David Kim)을 시작으로 제이지 나스 GangStarr KRS-One 등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엔지니어 Eddie Sancho가 참여해 사운드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또 앨범의 재킷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김정기가 참여해 드렁큰타이거 20년을 일러스트로 집대성했다.
타이거JK는 "개인적으로 (내가 김정기의)정말 팬이라 이메일로 제안을 보냈는데, 흔쾌히 해줘서 놀랍고 고마웠다. 내가 생각하는 힙합과 내가 좋아하는 거 살아온 길을 다 인터뷰하더니 4장의 그림을 그려줬다. 커버로는 나를 그린 걸 쓰고, 속지는 김정기 작가가 생각하는 드렁큰타이거의 세상, MFBTY, 조단이 RM까지 그려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화제를 모은 방탄소년단 RM과의 협업에 대해서 "가장 독특하고 오리지널티가 있고 랍티미스트의 최고의 곡인 '타임리스'(Timeless)에 RM이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타이거JK는 "RM은 우리가 MFBTY로 활동할 때 의정부에 가끔 들려서 힙합 얘기하고 그랬었다. 방시혁 대표도 우리와 교류가 있길 바라서 잘부탁한다고 연락하기도 했다. 그때 친해져서 '부끄부끄' 피처링 해주고 뮤직비디오도 참여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 제작 얘기를 제일 처음 들은 친구다.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고, 실제로 제일 처음 참여가 확정된 아티스트다. RM과 성적 상관없이 가장 힙합적이고 언더그라운드적인 곡에 우리가 좋아하는 곡 하자고 했다"라고 RM의 참여 과정을 설명했다.
그밖의 아티스트 역시 흔쾌히 드렁큰타이거의 정규 10집에 참여를 수락했고, 실제 이란 MC이자 수록곡 '손뼉'에 참여한 데프콘은 "너무 영광이었다. '오히려 이런 기념비적인 앨범에 내 목소리를 넣을 수 없다'고 했을 정도"라고 앨범 참여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화려한 피처링진이지만 드렁크타이거의 골수팬이라면 마지막 앨범까지 DJ샤인의 이름이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타이거JK는 "사실 DJ샤인과 미키아이즈까지 예전 멤버를 다 찾아다녔고 근래에 다 만났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음악을 떠난지 오래돼서 부담을 많이 느끼더라. 데프콘도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인데 피처링 얘기하니까 처음에 안한다고 하더라. 질이 떨어진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그러더라. 그렇게 떠나있는 시간이 오래되니까 (DJ샤인이)부담을 많이 느끼더라. 공연히 부담을 주기보다 그냥 응원을 해주기로 했다. 미키 아이즈는 예전에 녹음해줬던 음악이 있어서 그걸 보내줘서 참여를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이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데프콘은 "나도 데프콘이 5단계까지라 5집을 내고 앨범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가 굉장히 후회했다"라고 경험담을 밝히며 드렁큰타이거 은퇴 번복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타이거JK는 "더 많은 세상을 접하고 아빠가 되면서 내가 할 수 없는 표현이 많아졌다. 예전에도 또 많이 금지를 당하니까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고 빙빙 돌려서 얘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드렁큰타이거로서 하고 싶은 말들이 이제 아빠로, 남편으로, 친구로서 할 수 없는 말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드렁큰 타이거는 내려놓아야하는 이름이 됐다"며 "드렁큰타이거 이름으로는 이게 마지막인게 진짜 맞는 거 같다. 이제 트렌드가 바뀌었고 흐름이 바뀌었다. 할 수는 있지만 한 번 시작하면 길게 해야 한다. 인트로 스킷 그런게 다 있어야한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면 정말 부도내고 끝나야할지도 모른다"라고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에 마침표를 찍는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타이거JK는 20주년의 소감에 대해 "20년간 (하고싶은)음악을 했고, 지금 이렇게 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변했다. 감사하다"라며 "처음 데뷔했을 때 했던 일들, 지금 트렌드에 역주행이라고 하는데 그런 역주행을 길게 오래 해보고 싶다"라고 마지막의 시작을 선언했다.
한편 1999년 데뷔한 드렁큰타이거는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위대한 탄생' ‘굿라이프'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심의에 안 걸리는 사랑노래' ‘몬스터' 등 히트곡을 내며 한국 힙합 대중화를 이끌어왔다. DJ샤인의 탈퇴 후 타이거JK가 홀로 활동하며 팀명을 지켜왔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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