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려욱 “‘너에게 취해’에 만취 했으면 좋겠어요”
18.12.18 11:13
발라드 장르에서 흔히 내세우는 키워드가 ‘힐링’, ‘위로’다.
하지만 려욱은 자신의 솔로 신보 ‘너에게 취해’에서 ‘힐링’과 ‘위로’에 더불어 ‘만취’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언뜻 ‘만취’가 ‘힐링’이나 ‘위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단어이지만, 그 속에는 ‘만취했다’고 할 정도로 자신의 음악을 듣고 또 그로인해 힐링과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려욱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는 ‘만취할 정도로 자주 듣게 만들만큼 좋은 음악을 준비했다’는 려욱의 자신감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에게 취해’에 담긴 의미와 자신감의 근거에 대해 들어보았다.
(※당초 려욱의 ‘너에게 취해’는 12월 11일 발매될 예정이었고, 이에 맞춰 12월 4일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려욱이 예기치 못한 독감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져 앨범 발매가 2019년 1월 2일로 연기됐습니다. 이번 앨범에 대한 려욱의 생각과 취지 등은 변함이 없겠지만, 발매일의 연기로 인해 현시점과 다소 어울리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하여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하 일문일답
Q. 일단은 ‘너에게 취해’ 앨범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려욱 “오랜만에 나와서 애착을 갖고 있다. ‘어린왕자’ 이후라서 어떤 곡으로 나올까 고민을 많이 했다 타이틀 선정에 있어서 장르적으로나 보여줄 수 있는 색을 어떻게 표현할까 싶었는데, ‘어린왕자’에서 조금 더 확장 시킨 거 같다. 이 앨범이 (내 음악의)터닝포인트가 될 거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 좋아하는 음악,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담았다. 대중적으로도 많이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너에게 취해’의 타이틀곡은 '너에게'이다. 편지 형식으로 가사를 만들었다. 군대에서도 팬들에게 매달 편지를 썼는데 그게 모티프가 된 거 같다. 한 편의 슬픈 영화를 본 거 같은 그런 노래다. ‘너에게’ 외에 ‘취해’도 타이틀급 노래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팝발라드 R&B인데, 장르적으로 세련됐고 요즘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노래다. 앞으로도 이런 색의 음악도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거 같다”
Q. ‘어린왕자’와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려욱 “‘어린왕자’의 슬픔이 어린 슬픔이라면, 이번은 좀 더 늙은 슬픔이다. 하하. ‘취해’라는 제목처럼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그런 느낌이다. 실제로도 술을 좋아하는데 술이 생각나는 그런 노래다”
Q. 군대를 전역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앨범이 나왔다. 어떻게 준비를 한 건가?
려욱 “전역한지 5개월 됐는데 (팬들이)쉼 없이 기다리고 있어서 감사했고, (이들을 다시 만날)전역하는 순간까지 기다렸다. 잘 기다려준 멤버들도 고맙고 군대 선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이 앨범도 (군 생활을 하며) 머릿속으로는 구상을 했다. 그런데 전역하고 회사 사람들에게 얘기하면서 되게 많이 부딪혔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잘 할 수 있는 음악, 그 사이에서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중요했던 거 같다. 타이틀곡 선정도 ‘네가 2년 동안 공부하고 느끼고 배운 건 인정하지만, 팬들에게 선보였을 때는 ‘너에게’가 좋다’라고 말하면서 (타이틀곡 선정을 위한)투표까지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면서 타이틀곡 선정을 했다. 잘 나와서 다행이고 나도 만족하는 앨범이다. 앞으로 음악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앨범이지 않을까싶다”
Q. 그렇다면 려욱이 원래 타이틀로 하려던 곡은 무엇인가?
려욱 “‘슈가’라는 곡을 들었을 때 내가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슈가’라고 했다가, 다시 자작곡으로 할까 했는데 ‘취해’의 작사를 맡으면서 작사가와 얘기를 하다가 이걸로 할까 하기도 하고 계속 바뀌었다. 그러다보니까 어떤 걸 타이틀로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타이틀 선정이 어렵더라. 오랜만에 작업을 하니까 회사에서 나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대우는 해준 거 같다. 지금은 ‘너에게’ 타이틀에 만족하고 있다”
Q.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하고 싶었던 음악은 ‘취해’였나?
려욱 “원래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은 ‘Without You’였다. 많이 나온 장르임에도 내 스스로 새롭게 들리더라. 팬들도 기대해주지 않을까싶다”
Q. 이번 앨범에는 피처링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려욱 “‘슈가’에 아기 목소리가 피처링 됐다. 작곡가분의 딸인데 작곡가의 꿈도 이뤄졌고 나도 좋았다. 하하. 사실 이번엔 오롯이 내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내 목소리로 꽉 채운 앨범을 하나쯤은 소장하고 싶었다. 하나하나 타이틀을 해도 손색이 없다고 할 정도다. 콘서트가 기대가 된다. 이게 콘서트에서 어떻게 표현이 될까 많이 기대된다.
“물론 컬래버레이션도 많이 하고 싶다. (컬래버레이션은) 내가 음악하면서 갇혀있지 않은 시간인 거 같다. 아티스트가 혼자 작업하면 갇히고 고집이 세지는 데,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덜하다. 그래서 자주 하고 싶다”
Q. ‘어린왕자’도 그렇고 주로 겨울에 곡을 내고 있다. 계절을 의식하나.
려욱 “나는 4계절 다 들을 수 있는 음반, 또 차에서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어린 친구들부터 차를 모는 사람들까지 려욱의 앨범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타이틀은 겨울 느낌이지만 다른 수록곡은 밝은 느낌이고 언제 들어도 좋다”
Q. 군 생활에 남다른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된 게 있나?
려욱 “군대에서 성악하던 형이 있었다. 그 형한테 성악도 배웠다 .그런 걸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사단장님이 좋아하는 위주의 노래를 하고, 대민 행사를 가면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연주하고 그랬다. 나는 그게 좋았던 게 무대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임들을 보면서 잊고 있던 걸 다시 꺼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주차장에 무대를 지어서 무대를 한 적도 있고, 버스킹도 하고, 걸어 다니면서 무대를 하기도 했었다. 군악대가 군인들을 위해서도공연을 하고 주민을 위해서도 연주하고 그런다. 많은 분을 위로하기 위한 군악대니까 그런 마음을 배웠다. 또 주차장에서 공연을 하면, 지나가다가도 ‘려욱인가’ 알아보고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 게 감사했다. 최근에 도쿄돔에서 공연을 했는데 잘 보이지도 않은 멀리에서도 파란별 흔들어주니까 고맙더라. 막연히 전역하면 하고 싶던 게 현실로 이루어지니까 고맙더라”
“음악적인부분 뿐만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도 많이 바뀐 게 려욱이라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에서 긍정적으로 변한 거 같다. 감사함도 많이 느꼈다. (군 생활 중)감사노트를 매일 썼다. 그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또 멈춰진 시간동안 노래를 다시 하고 싶었던 거다. 다른 사람은 다 지내는데 나는 멈춰있는 느낌이 있더라. 밖의 생활을 잘 모르는 그런 답답함이 있긴 했다. 그런데 또 (군대에서)우리만의 룰이 있다. 20대 초중반 애들이 선임이라고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그런 것, 지금은 형이라고 하는데 그때는 ‘려욱아’라고 부르면서 알려주던 것들이 추억으로 남았다. 어린 친구들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다”
Q. 이번 앨범에 스스로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려욱 “내 목소리가 흔하지 않다. 보통 노래방에서 부르기 쉽지 않다는 애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데 도전하게 만들고 싶다. 따라 불러야 재밌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 창법이나 그런 걸 많이 고민했다 비브라토나 숨 끊는 부분까지 고민했다. 성적도 좋았으면 좋겠다. 많이 들어줬으면 한다. 안 듣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번만 듣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하하. 주변에서도 많이 응원해주는데 고맙다”
“앨범 만드는 과정이 바뀐 거 같다. 전에는 나와야하니까 나온 거고 때가 돼서 나왔다고 한다면, 이번 앨범은 내의지로 만들게 된,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회사사람들 힘들게 하면서 만든 앨범이다. 찍기 직전까지 수정을 했다. 그런 과정이 내 거라는 게 생긴 거 같다. SM에서 나오는 려욱의 앨범이 아니라, 갖고 싶은 앨범, 손이 가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과정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 거 같다”
Q. 이번 앨범에는 작사 작곡을 맡은 곡도 수록됐지만, 그동안 려욱은 자작곡을 많이 발표하지 않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계획은 없는가?
려욱 “내가 원래 작곡 전공이다. 어려서는 작곡을 주로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노래 욕심이 생기더라. 이수만 회장님이 ‘가수는 노래를 해야지’라고 말을 했는데 어느 순간 노래에 집중을 하고 싶더라. 완벽이라는 표현은 그렇지만, 내가 만족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지점이 되면 곡을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10년간은 노래에만 집중을 했다. 앞으로는 작사도 작곡도 많이 하려한다. 내가 곡을 쓰는 스타일이 가사를 먼저 쓰고 거기에 멜로디를 만든다”
Q.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의 보컬에 만족을 한다는 것인가?
려욱 “아직은 부족하다. 다만, 2년 동안 차트나 방송에 려욱이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살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다. 나로 인해서 조금씩 변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훈련소에 있을 때 내일 퇴소하겠다고 하는 동기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붙잡고 밤새 얘기를 했다. 그런데 친구가 퇴소를 안 하고 전역을 했다. 그리고 전역할 때 ‘고맙다 덕분에 전역했다’라고 연락이 왔다. 그때 나의 그 한마디가 영향을 준 거 같아 기뻤다. 내 한마디에 (누군가가 좋은 방향으로)바뀔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다. 그래서 내 노래에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Q. 그럼 이제 려욱을 자주 볼 수 있는 건가?
려욱 “전역한지 5개월 됐는데 조금씩은 다 해본 거 같다. 앞으로는 좀 진득하게 해보고 싶다. 려욱이가 이거도 하고 저거도 하고 그런 걸 보여주고 싶다. 방송활동도 많이 해보고 싶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고 그런다. 앨범 나온 주부터 방송활동을 하려고 한다. 꾸준하게 앨범을 내면서 솔로일 수도 있고 슈퍼주니어일 수도 있다. 노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려고 한다”
Q. 사실 많은 가수들이 ‘힐링’이나 ‘위로’와 같은 키워드를 말하곤 한다. 이것 외에 이번 ‘너에게 취해’만의 특별한 키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
려욱 “‘너에게 취해’란 앨범명처럼 앨범에, 려욱에 취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노래에 만취했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이 하나의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한번 히트곡이 나오면 연이어 나오는 것처럼 이 앨범을 계기로 계속 좋은 앨범이 나오는 터닝 포인트였으면 좋겠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도 사실이고 그만큼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활동도 많이 할 거다. 그만큼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하하”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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