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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아리아나 그란데가 남긴 논란 그리고 피해의식

17.08.1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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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첫 내한공연 이후 '비매너', '무성의' 비난에 직면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내한 콘서트를 펼쳤다. 현재 팝씬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가수로 꼽히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첫 내한공연인 만큼 이날 콘서트는 2만여 관객이 꽉 들어차며 그의 첫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공연전 이런 높은 기대감과 달리 공연이 끝나고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쏟아진 건 환호와 찬사가 아닌 비난과 조롱이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바로 '무성의 논란'이 있다. 

일단 아리아나 그란데는 이날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김포 공항에 도착해 제대로 된 리허설도 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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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가수들의 경우 공연 하루 이틀 전에 입국해 리허설 등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당초 14일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리아나 그란데는 "공항 사진이 찍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인해 입국날짜를 갑자기 변경했고, 결국 그는 리허설 없이 사운드 체크만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 

여기까지만 해도 심기가 불편한 사람이 발생할 만한데, 아리아나 그란데는 무대가 아닌 화장실에서, 게다가 위치 역시 고척돔이 아닌 구로 성심병원으로 지정하고 목을 푸는 영상을 SNS에 게재해 사람들의 불편함을 더욱 부추겼다. 

결정적으로 티켓값과 별도로 65만원에 판매된 VIP1 패키지에는 공연전 백스테이지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 리허설을 관람과 기념 촬영 및 굿즈 증정, 스탠딩석 우선 입장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리허설 자체가 사라지면서 리허설 관람 특전도 자연히 사라졌다. 또 공연이 지연되는 사이 VIP2 티켓과 일반관객이 먼저 스탠딩석에 입장헤 우선 입장 혜택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밖에도 과도한 검문, 검색과 이로 인한 공연 지연, 공연장 사운드의 부실함, 공연후 곧바로 출국해 약 7시간 밖에 되지 않았던 체류시간, 무대 멘트와 팬서비스의 부족함 등 여러가지 불만이 줄줄이 쏟아졌고, 결국 아리아나 그란데는 '무성의하고 매너없는 태도로 한국을 호구로 본 가수'로 찍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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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일련의 논란들이 발생한 원인이 일차적으로 아리아나 그란데에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논란들이 '기묘한 피해의식'으로 인해 더욱 사람들을 부추기고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 역시 지우기 힘들다. 

실례로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공연 3시간 전에 입국을 한 건 문제이지만, 내한공연을 진행하는 해외가수들의 입국일정이 변경되는 일 자체는 그리 드문 경우가 아니다. 

또 런던 공연 중 테러를 경험한 아리아나 그란데이기에 더욱 철저한 검문·검색을 진행할 것도 충분히 예상되던 사안이었고, 공연시간이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국내에서의 검문·검색이 다른 국가와 차별적으로 까다로웠던 것도 아니다. 

더불어 공연이 짧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 공연 계약에는 공연 시간이 명시돼 있으며, 가수들은 이 시간에 맞춰 셋리스트를 준비한다. 유명 가수들의 내한공연의 경우 이 시간이 90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이며, 중간 멘트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는 건 개개인의 차이일 뿐 반대로 립서비스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노래로 꽉 채우는 편을 선호하는 관객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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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을 무시해서 화장실에서 목을 풀고, 위치 태그도 엉뚱한데로 적었다'라는 건 지나친 비약과 생트집에 가깝다. 한글을 알지 못하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한글로 된 위치 태그를 제대로 지정하지 못한 것은 비난 할만한 일도 아니며, 화장실이 됐든 어디가 됐든 가수가 공연전 목을 풀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뒤늦게 입국해 리허설도 생략한 가수가 화장실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올리는 게 관객들 입장에서 좋게 보일 순 없지만, 이번 아리아나 그란데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마저도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유난히 민감한 반응'의 원인은 아무래도 '일본과 비교 돼서'라는 측면이 커보인다. 실제 아리아나 그란데와 관련된 댓글 등에는 '한국은 일본 공연중 잠깐 들리는 곳이라서 그런다', '일본은 고객 한국은 호구'와 같은 반응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구로 성심병원'이라는 잘못된 태그를 걸은 아리아나 그란데지만, 일본에서는 공연 후 아예 일본어로 소감을 남긴 것도 이런 묘한 경쟁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하지만 아리아나 그란데 뿐만 아니라 이런 '어느 가수가 일본에서는 어땠다'라는 식의 비교는 공연한 피해의식에 가깝다. 애초에 시장의 규모가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연자체의 퀄리티에 차별이 있다거나, 누가봐도 무시하고 비하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단지 SNS를 통해 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일찍 입국하거나, 일정을 많이 소화하는 수준의 행동은 단지 '물리적으로 더욱 큰 시장이기에 좀 더 공을 들이는' 시장의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에 가깝다. - 물론 한국이든 일본이든, 진심으로 특정국가의 문화와 분위기를 좋아하거나 호감을 가지고 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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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일본'이라는 키워드에 얽매여 이런 저런 행동들에 대한 비교는 결국 정당한 비판이라기보다 피해의식의 발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아리아나 그란데의 내한공연이 불러온 일련의 논란들은 일차적으로 아리아나 그란데 본인 자초한 것이고, 그로인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관객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게 마땅하다. 또 아리아나 그란데 측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판과 비난은 받아들이고 감내해야하는 게 당연하다. 

단, '요구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때 설득력을 얻는 법이다. 전혀 다른 입장과 상황에 비교해봤자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란 걸 명심해야한다.

(사진=현대카드)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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