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칼럼] ‘뉴이스트’라는 드라마
19.04.16 16:20
소설이나 영화의 줄거리를 흔히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구분하곤 한다.
또 위와 같은 이야기 전개과정은 특히 드라마 장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해당 장르의 유명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어떠한 계기로 새로운 관계를 맺거나 상황을 마주한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고의 순간을 연출하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식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수도 없이 반복된 뻔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은 이 뻔하디뻔한 이야기에서 매번 감동과 재미를 얻는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그룹 뉴이스트(JR, Aron, 백호, 민현, 렌)가 이 뻔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뉴이스트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 돔 (KSPO DOME, 구 체조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뉴이스트가 케이스포 돔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했다’라고 적고 있지만, 이 한 문장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 뉴이스트가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2012년 3월 데뷔 이래 한동안 뉴이스트가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고, 그렇게 뉴이스트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히는가 싶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뉴이스트는 눈물겨운 활동을 이어갔다. 아무리 성적이 저조하다고 해도 매년 꼬박꼬박 앨범을 발표했고, 2014년부터는 해외진출을 타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2014년 100명을 뽑는 팬 사인회에 85명만이 응모해 응모자 전원 당첨됐다는 글은 당시 뉴이스트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일어난 반전이 -잘 알려졌다시피- ‘프로듀스101’이다. 사실 뉴이스트에게도 ‘프로듀스 101’ 참가는 썩 달갑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데뷔 6년차의 그룹이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고, 대내적으로는 후배 그룹 세븐틴이 승승장구할 때 자신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야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굴욕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이스트는 ‘프로듀스 101’을 계기로 차츰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에는 과거 발표곡들을 대거 역주행시키며 인기그룹의 반열에 들어섰다.
끝없어 보이던 나락에서 기어 올라와 기어코 성공의 열매를 손에 넣은 순간이었다.
‘프로듀스101’이 뉴이스트라는 드라마의 절정이었다면, 이번 케이스포 돔 콘서트는 이 드라마의 결말이다. 물론 결말은 모두가 바라는 대로 해피엔딩이다.
대형 스테이지와 화려한 연출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끝없이 이어지는 환호성까지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고생했었나보다’라고 느낄 정도로 완벽한 엔딩 무대였다.
“정말 특별한 공연이다. 꿈꿨던 게 이뤄졌다. 지금 이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 바라는 걸 다 이루어드리는 공연이 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뉴이스트 멤버들의 말이 관객을 향한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던 건 착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뉴이스트의 드라마는 ‘너무 뻔하다’고 할 정도로 전형적인 플롯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뉴이스트라는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이 결말은 1편의 결말이다. 뉴이스트는 4월 29일 새 앨범 ‘Happily Ever After’를 발매하고 후속편을 시작한다. 뉴이스트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 저작권자 ⓒ 뮤직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