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음악에 대한 감동의 크기는 듣는 횟수와 비례한다 (by 노엘 갤러거)
19.05.21 11:32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묘한 기분이었다.
불과 며칠 전 맨체스터 시티 락커룸에서 선수들과 함께 시즌 우승의 기쁨을 함께 하던 노엘 갤러거가 서울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졸린 눈을 비비며 리버풀의 기적 같은 우승을 기대하던 필자에게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광경이었다. - 사실 필자는 리버풀의 팬은 아니다. 다만, 리버풀의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보고 싶다는 바람이 강했다. -
물론 이런 생각은 한여름 미풍보다도 더 부질없는 것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심장을 울리는 드럼과 청량한 기타리프, 그리고 노엘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묘한 기분 따윈 온데간데없어지고 그 자린 기분 좋은 떨림이 대신했다.
과거 어떤 인터뷰에선가 노엘 갤러거는 “음악에 대한 감동은 듣는 횟수에 비례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명곡’이라고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음악들은 모두 그렇게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이 공식을 오아시스에 대입해 보면 오아시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곡 부자’다. 1994년 데뷔 이래 오아시스는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정도로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또 이 음악들은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명곡들이 줄줄이 눈앞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데 즐겁지 않다면, 그거야말로 이해 못할 일이다.
- 다만, 노엘 갤러거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는 수비수 뱅상 콤파니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에 대한 헌정곡으로 ‘원더월’을 부르자 이에 격한 반응을 보인 다른 축구팀 팬들이 있기는 했다 -
축구 경기 시간과 비슷한 96분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쉼 없는 떼창과 환호성이 이어졌고, 늘 그렇듯이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의 커버를 끝으로 노엘 갤러거의 2019년 첫 내한의 공연이 모두 끝이 났다.
가시지 않은 여운을 달래기 위해 지하철 구석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날 플레이 되지 않았던 오아시스의 음악들을 듣고 있으니 뒤늦게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노엘과 리암이 다시 함께 무대를 하는 날이 올 것인가, 눈만 잘못 마주쳐도 당장에 F로 시작하는 단어를 내뱉을 것 같은 노엘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내는 걸까, 그래도 ‘원더월’이나 ‘스톱 크라잉 유어 하트 아웃’은 노엘보다 리암이 부른 걸 듣고 싶다, 노엘 갤러거와 스티븐 제라드가 닮았다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가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공연장에서의 흥분, 떨림과 뒤섞이면서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결국 이 역시도 부질없는 생각들임을 깨닫는 데에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노엘이든 리암이든 앞으로도 이들의 공연이 있다면 아무 고민 없이 공연장으로 향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저 듣고 즐기고 감동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오아시스는, 노엘의 (혹은 리암의) 공연은 그래도 되는 자리이다.
▲이하 공연 정보
공연명;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일시: 2019년 5월 19일, 20일
장소: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셋리스트:
Fort Knox
Holy Mountain
Keep On Reaching
It's a Beautiful World
She Taught Me How to Fly
Black Star Dancing
Talk Tonight (원곡: Oasis)
The Importance of Being Idle (원곡: Oasis)
Little by Little (원곡: Oasis)
Dead in the Water
Everybody's on the Run
Lock All the Doors
If I Had a Gun...
Whatever (원곡: Oasis)
The Masterplan (원곡: Oasis)
Wonderwall (원곡: Oasis)
Stop Crying Your Heart Out (원곡: Oasis)
-앙코르
AKA... What a Life!
Half the World Away (원곡: Oasis)
Don't Look Back in Anger (원곡: Oasis)
All You Need Is Love (원곡: The Beatles)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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