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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칼럼] ‘히트곡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트와이스 콘서트

19.05.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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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필자는 걸그룹 콘서트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걸그룹이나 콘서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걸그룹의 콘서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유는 있다. 걸그룹의  콘서트의 경우 다른 콘서트에 비해 ‘콘서트의 재미’가 덜 느껴지기 때문이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 어떤 그룹의 콘서트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걸그룹의 콘서트는 퍼포먼스의 역동성은 보이그룹보다, 라이브의 짜릿함은 록밴드보다, 파티를 즐기는 듯한 현장감은 DJ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은 필자의 선입견이고, ‘재미’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이며 취향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팬심이 아니라 직업으로써, 타의에 의해서 공연을 봐야하는 상황도 빈번한 필자의 경우 ‘해당 공연이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가’도 완전히 무시하긴 힘들다.  

어떤 그룹의 공연을 그저 비즈니스로 보고 끝낼 건지, 아니면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인지는 결국 이 ‘재미의 영역’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5일과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 돔(KSPO DOME)에서 열린 트와이스 콘서트는 필자의 선입견을 날려버린 ‘매우 재미있는 콘서트’였다. 

팬이 아닌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트와이스의 콘서트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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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첫째는 ‘히트곡의 힘’이다.

과거 한 걸그룹 제작자와 ‘걸그룹이 콘서트를 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이 제작자가 한 얘기 중 콘서트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강조한 게 ‘히트곡의 유무’였다.

이 제작자의 말대로 사람들이 다 아는 히트곡이 있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다. 콘서트장에서 ‘아는 노래’가 나올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온도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그 옛날 미국 밴드 이글스의 콘서트가 열렸을 때 “‘호텔 캘리포니아’만 들으면 공연의 절반은 본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마냥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단 한곡만으로도 사람들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이 히트곡의 힘, 아는 노래의 힘이다.  

그런데 트와이스는 데뷔 이후 11곡의 활동곡이 모두 음원차트 1위와 유튜브 1억뷰를 돌파한 ‘국내 최고의 히트곡 부자 걸그룹’이다. 

일반적으로 콘서트 셋리스트가 20곡 내외라는 것을 감안할 때, 트와이스는 콘서트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관객 대부분이 아는 노래로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아이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야 논외로 치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적어도 절반이상의 시간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가 바로 트와이스의 콘서트이다. 

두 번째는 트와이스의 음악 스타일이다.   

‘컬러팝’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밝고 에너지틱한 스타일의 팝 댄스곡을 주로 선보인 트와이스인만큼 앞서 언급한 11곡의 히트곡은 물론이고 셋리스트의 대부분이 밝고 경쾌한 음악들로 채워졌다. -물론 발라드 곡들도 셋리스트에 있었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발라드 타임이 이날 콘서트 중 가장 루즈한 시간이었다- 

걸그룹의 콘서트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단지 히트곡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 트와이스 못지않게 숱한 히트곡을 지닌 씨스타가 4000석 규모의 올림픽홀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결국 걸그룹이든 보이그룹이든 아이돌은 사람들이 직접 공연장까지 와서 무대를 봐야할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트와이스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들이 -그리고 비주얼도 분명 한 몫 하긴 한다- 선사하는 에너지는 충분히 그 이유가 된다. 

실제 이날 콘서트에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경쾌한 음악과 -게다가 대부분이 아는 노래이기도 하다- 거기에서 비롯된 밝은 에너지는 현장의 관객들만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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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사실 ‘이날 트와이스의 콘서트가 무조건적으로 좋고, 또 즐겁기만 한 자리였나’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한 대답은 ‘노(No)’이다. 일부 곡에서 멤버들의 음정이 흔들리거나 호흡이 부족하기도 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연호 논란’이 있었던 사나는 공연 말미에 결국 눈물을 터트리며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와이스의 콘서트는 직접 봐야할 만큼 즐겁고 재미있는 콘서트인가?’라고 묻는다면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예스’(Yes)이다.

‘누가 봐도 즐겁고 재미있는 콘서트를 만들 수 있는 힘’ 

이것이야말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 트와이스를 이끌어나갈 가장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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