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이하이는 이하이’
19.05.31 12:35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많다. 하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분위기나 이미지, 맛을 갖춘 가수는 흔치 않다. 이런 ‘특유의 맛’은 수 년,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정립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타고난 경우도 있다.
이하이는 후자에 속하는 유형이다. 자신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K팝스타’에 출연했을 당시부터 ‘유니크한 목소리’라는 평을 받았고, 정식 데뷔 이후에도 그의 노래는 -설령 이하이의 팬이 아니더라도- 목소리만으로 곧 이하이의 노래라는 것을 알정도로 특색이 뚜렷하다.
이하이가 3년 만에 내놓은 ‘24℃’ 역시 이런 ‘특유의 맛’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특히 타이틀곡 ‘누구 없소’는 한영애의 대표곡 ‘누구 없소’를 이하이 스타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나 샘플링이 아니다. 제목만 같을 뿐, 음악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곡이다.- 곡으로, 마치 독특함 위에 또 한 번 독특함을 얹어놓은 느낌이다.
이쯤 되니 과연 이하이는 지난 3년간 무엇을 준비하고, 만들어냈는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하이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이하 일문일답
Q.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하이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 타이틀곡이 막상 선정되니까 금방 진행되긴 했다”
Q. 이 시점에서 한영애의 ‘누구 없소’를 오마주한 이유가 있나? 또 ‘누구 없소’를 처음 들은 게 언제인가?
이하이 “처음에 타이틀곡이 될 줄 몰랐다. ‘누구 없소’가 처음 받았을 땐 멜로디가 없었다. 그 뒤로 화음과 멜로디가 얹어지면서 내가 욕심을 냈다. 리메이크나 샘플링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내 방식대로 ‘누구 없소’를)표현하고 싶었다”
“한영애는 (처음 들은 게)너무 어릴 적이라 잘 기억은 안 난다.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Q. 전작들과 지금 달라진 점이 있나?
이하이 “확실히 나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전 앨범들과의 차이점인 거 같다”
Q. 송민호의 ‘아낙네’도 ‘소양강 처녀’를 샘플링 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YG가 옛 노래와 현대 음악의 결합을 자주 시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하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다. 나는 샘플링은 아니고, 내가 ‘K팝스타’에 나왔을 때 화제가 된 게 어린나이에 어른스러운 노래를 해서 그런 거 같다. 처음에 이 노래는 팝적인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사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오마주가 된 거 같다. 트랙과 가사가 요즘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이 다 합쳐져서 기억에 남는 곡이 된 거 같다”
Q. 3년간 음악적인 작업 외에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하다.
이하이 “조금 평범하게 지냈다. 취미 생활도 하고 그랬다. 앨범 만드는데 필요한 걸 공부하려했다. 앨범 아트워크도 직접 해보고 싶어서 그런 것도 하고 그랬다. 내가 포스터에 들어간 글귀나 앨범 아트워크의 의도를 정하기도 했고 그랬다”
Q. 신작이 너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조바심은 없었나?
이하이 “조바심은 조금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저번에 쉴 때가 더 그랬다. 이번에는 여유롭게 하려고 노력했었다. 스무 살이 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0대 때 보여줄 수 있는 게 있고, 20살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성숙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Q. '누구 없소‘의 뮤직비디오에 고양이 이미지를 많이 사용한건 이유가 있나?
이하이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 사진들을 팔로우하고 보고 그런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그걸 보고 이런 걸 하면 어떨까하고 의견을 줘서 쓰게 됐다”
Q. 오히려 이하이는 그 나잇대 가수들이 주로 하는 음악들을 하면 어색할 것 같다. 그런 노래를 못하는 아쉬움은 없나?
이하이 “옛날에 많았던 거 같다. 오디션에 나오고 처음 나오면서 그랬다. 사람들의 이미지가 조금 나이에 맞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다행히 저번 ‘한숨’에서 좋은 평을 받아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는 ‘한두 번’이 가장 내 나이에 어울리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Q. 이번 앨범 타이틀을 나이에 맞춘 것도 의미가 있나?
이하이 “내가 하는 고민이, ‘내가 조금 모호한 포지션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공백기도 길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음악도 모호해지고, 그런 걱정을 했는데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게 내 장점인 것 같다. 과하게 표현하고 보여주기보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노래를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Q. 적당한 시기란 건?
이하이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앨범이 나오는 게 아니라서 음악이 녹음되는 게 얼마나 걸리는지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 이번 앨범은 나도 많이 기다리던 앨범이긴 하다. 안 좋은 음악을 하기보다 더 좋은 음악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오래 걸리는 것 같다”
Q. 직접 작사·작곡을 할 생각은 없나?
이하이 “그러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아직은 부족해서...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Q. 과거와 비교해서 외적인 이미지도 달라진 것 같다.
이하이 “조금 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8살 때와 다른 모습이 된 것 같다”
Q. 실제로는 잘 웃는 것 같은데, 뮤직비디오나 영상을 보면 웃을 듯 말듯하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 질문을 받은 이하이는 처음에는 대답대신 ‘그러게요. 내가 왜 그럴까요. 하하’라며 웃었다) 이하이 “이상하게 그런 거 같다. 이번 콘셉트도 그런 이미지로 한 거 같다. 처음에는 내 성향이었는데, 이제는 본의 아니게 주위에서 그렇게 해준 것 같다”
Q. 음악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발리우드 느낌이다. 의도적인 건가?
이하이 “처음 트랙 부를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런 노래로 컴백한 걸 받아줄까 걱정을 했는데 ‘누구 없소’라는 가사가 붙으니 어울려서 하게 됐다. 의도한건 아닌데 인도풍의 동양적인 느낌이 나게 완성 된 것 같다”
Q. 혹시 해외팬이 많이 있나?
이하이 “해외에도 많이 있지 않을까요? (외국에서 공연을 하면)한국말로 많이 노래를 따라 불러준다. 많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Q. 듣고 싶은 평이 있나?
이하이 “‘계속해서 듣고 싶은 목소리’라는 평을 듣고 싶다. 계속 들으면서도 잊히지 않는 가수가 됐으면 한다”
Q. 혹시 롤모델이 있나?
이하이 “롤모델이라기보다 나미 선배님을 좋아한다. ‘가까이하고 싶은 그대’를 좋아하는데 계속 듣고 싶은 음악이다”
Q. 그런데 나미의 곡이 아니라 한영애의 곡을 오마주했다?
이하이 “나미 선배님은 내가 할 수 없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동경하는 것 같다. 소녀 같은 감성, 나는 어떻게 해도 저렇게 할 수 없는 감성인 거 같다. 애틋한 마음의 감성이 많다. 그래서 더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Q. 올드송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이하이 “어렸을 때 부모님이 레스토랑을 했다. 그때 항상 올드송을 틀었다. 그렇게 듣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다”
Q. 아이돌 노래 중에는 좋아하는 음악이 있나?
이하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는 투애니원 노래를 좋아한다. ‘그리워해요’, ‘아이 러브 유’ 같은걸 좋아한다. 그 노래를 많이 들은 것 같다”
Q. 지금 스마트폰에 있는 이하이의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줄 수 있나.
이하이 “일단 나미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가 있다. 그 외에 잭슨파이브, 위저, 비치보이스, 캔드릭 라마도 있다. 대부분 팝송이나 옛날노래가 많다”
Q. 그다지 감정기복이 심해 보이진 않는다. 음악을 할 때 불리하거나 하진 않나?
이하이 “일상에서 감정기복이 크진 않은데 혼자 있을 때 기복이 좀 있다. 그게 오히려 음악 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다. 내가 슬픈 노래를 부를 때 울면서 부르고 하진 않은데, 그게 오히려 나의 장점이 되지 않나 싶다”
Q. 가수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이하이 “지루해지면 안 된다. 내가 가수니까 3분 동안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부르는 게 목표다. 내 목소리가 지루하지 않게 들리도록 노력한다. 3분을 쭉 들을 수 있게 하고 싶다”
Q. 음악방송이나 라디오 출연 같은 것 말고, 특별히 준비 중인 앨범 활동 계획이 있나?
이하이 “아직까지는 정해진 건 없다. 그래도 나는 여러 가지를 하고 싶다. 불러만 주면 열심히 하려한다. ‘아이돌룸’ 녹화를 했는데 정말 재밌었다. 사실 나는 ‘대탈출’을 재밌게 보는데 그건 고정 멤버가 정해져 있어서... 어디든지 불러주면 열심히 하려한다”
Q. 예전에 이수현, 박봄과 각각 유닛을 결성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끝난 건가?
이하이 “나는 욕심이 있다. 상황이 맞으면 또 가능할 거 같다. 수현이는 계속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주: 이수현이 동생이지만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정리가 잘 되고 상황이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싶다”
Q. 혹시 이수현 외에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이하이 “(방)예담이.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좋을 거 같다. 정말 너무 노래를 잘한다. 펑키한 노래도 잘 할 거 같다. 예전 같은 미성은 아니고 조금 달라졌는데, 그래도 워낙에 노래를 잘한다.
Q. 스스로를 아이돌이라고 생각하나?
이하이 “내 스스로는 아이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은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 그러더라. 거의 반반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불러도 좋다. 어떤 카테고리 안에 넣지 않으려고 생각중이다”
Q. 바라는 성적이 있나?
이하이 “오랜만의 앨범이라 많은 분들이 좋은 결과물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냈다. 순위는 좋은 순위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으려고 한다”
Q. 많은 사람이 들을수록 성적이 오르는데,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하이 “(‘아 그러네요’ 라며 웃은 후) 나는 내가 대중가수라고 생각한다. 대중가수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노래에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Q. 혹시 공백기를 길게 하는 게 ‘오디션 스타’, ‘아이돌’ 이미지 희석시키기 위해서 계획한 큰 그림 아닌가?
이하이 “하하.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 같다. 더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고, 커리어를 쌓고 싶고 하다보니까 공백이 길어진 거 같다. 나는 ‘오디션 스타’라는 타이틀이 붙은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을 붙이고 볼 수 있는 스타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곡으로 돌려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이하이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긴 공백 없이 활동하도록 노력하겠다. 팬들은 많이 기다렸을 건데 열심히 할 테니 많이 보고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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