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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울트라 코리아는 어디서 열리든 울트라 코리아다

19.06.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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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코리아 전경

2019년은 EDM 페스티벌의 시련이 시작된 해이다. 

제100회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잠실 주경기장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첫 해부터 쭉 잠실 주경기장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해온 울트라 코리아를 비롯해 2017년부터 잠실로 장소를 옮긴 월드DJ페스티벌 등은 부랴부랴 다른 개최장소를 알아봐야했다. 

그리고 이들이 최종적으로 정착한 곳은 테마파크였다. 

가장 먼저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린 월드DJ페스티벌은 서울랜드에 자리를 잡았고, 울트라 코리아 역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개최장소로 확정지었다. (※주: 들리는 이야기로는 서울랜드와 에버랜드 측이 페스티벌 유치에 꽤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실제 서울랜드는 8월 31일과 9월 1일 열리는 EDC korea 페스티벌도 개최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과천과 용인은 우려를 자아내는 개최지였다. 하루에 수 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리는데다가 그 관객의 거의 대부분이 음주를 동반하며, 한국 지리에 낯선 해외 관객도 많이 찾는 페스티벌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천과 용인은 접근성이 나빠도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잠실 주경기장이 EDM의 성지로 군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그 탁월한 접근성과 클럽이 밀집한 강남과의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 때문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개최장소의 변경은 주최 측이나 관객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만했다. 

물론 주최 측 역시 이를 인지하고 셔틀버스 운행을 비롯해 카카오T와의 연계 등의 방책을 세우긴 했지만, 모든 관객을 실어 나르기는 역부족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6월 7일 늦은 오후에 방문한 울트라 코리아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된 듯 했다. 

아무리 금요일 공연이고 퇴근시간 전인 오후 5시정도에 도착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서브 스테이지인 라이브스테이지에 100명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국내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라는 울트라 코리아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울트라 코리아는 금요일 헤드라이너로 내정되어 있던 마틴 게릭스가 다리 부상으로 인해 공연을 불과 하루 앞두고 출연을 취소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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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악조건이 있었다곤 하지만 예년에 비해 너무나도 한산해 보였다 

또 잠실 주경기장과 달리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평평한 부지이기에 보다 더 음향간섭을 고려해 무대를 설치해야했고, 그 덕분에 미묘하게 늘어난 동선 역시 공연 관람의 집중력을 떨어트렸다. 

그나마 해가 지기시작하면서 관객들이 속속 도착하긴 했지만, -주최 측의 집계와는 별개로- 체감 상의 관객수는 예년만 못하다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날 현장은 울트라 코리아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해준 자리이기도 했다. 

걱정이 앞서는 접근성의 개최지에 헤드라이너가 하루 전에 출연을 취소한데다가 비까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이 만큼의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울트라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이 이런 저런 악조건들은 크게 개의치 않다는 듯이 금세 음악에 열중했다.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며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에는 결국 장소는 상관없었다.  

또 빌딩들 사이가 아닌 산과 들판 아래서, 주민 민원에 신경 쓰지 않고 늦게까지 놀 수 있었다는 점도 이번 울트라 코리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날 현장에서는 반가운 얼굴도 볼 수 있었다. 최근 싱글 ‘미니 라디오’(Mini Radio)를 내고 솔로 데뷔한 가수 솜해인이 그 주인공이다. 

친구이자 동료인 슈퍼모델 정사라, 정식 데뷔를 준비중인 회사 동료 릴리바이(Liliby)와 함께 울트라 코리아를 찾은 솜해인은 “작년에도 이어 올해도 (울트라 코리아에) 왔다. 모처럼 온 페스티벌이니 친구들과 즐겁게 즐기려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페스티벌은)현장감이 있어 더 즐거운 것 같다. 올해는 조금 멀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페스티벌이 주는) 즐거움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하하”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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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솜해인·정사라·릴리바이|본인제공

그녀의 말처럼 개최지가 옮겨졌다고 해서 즐거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 울트라 코리아에서 느끼는 재미는 말 그대로 오직 울트라 코리아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지난 8년간 울트라 코리아가 쌓아온 가치이자, 개최지가 어디든 간에 관객들이 흔쾌히 발걸음을 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 않나 싶다. (다만, 아무리 재미있어도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3일 내내 용인으로 출퇴근 하는 건 도무지 엄두가 안나긴 하지만 말이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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