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년 만에 다시 시작된 비지(Bizzy)의 이야기
19.06.11 18:11
지난 4월 신곡 ‘디스턴스’(Distance)를 발매하고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비지는, 정기적으로 싱글을 발표한 후 앨범단위의 결과물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비지가 MFBTY나 드렁큰타이거의 활동이 아닌 솔로로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예고한 건 2008년 발매한 EP ‘비저너리’(Bizzionary) 이후 무려 11년만이다. (※그나마 앨범이 아닌 싱글은 ‘검은머리 파뿌리’, ‘워럽형’, ‘우아’ 등을 발매했었다.)
‘비저너리’를 기억하는 팬은 물론이고, MFBTY나 드렁큰타이거에서의 모습을 보며 내심 그의 솔로를 기대했던 팬들 모두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비지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길 이번 앨범에 대해 살짝 먼저 들어보았다.
▲이하 비지와의 일문일답
Q. 앨범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비지 “앨범 인터뷰로는 2008년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 ‘쇼미더머니’나 다른 건으로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앨범 준비에 공을 들여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 나온 거라, 여러 콘셉트와 퍼즐을 맞춰서 내 자신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앨범을 연구했다. 그러면서 내 성향을 알게 됐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에 어깨가 무거워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앨범을 만드는데 오래 걸리는 아티스트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싱글로 내면 더 많은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겠더라”
“처음에 (음원을 내려할 때)유통사에서 날짜를 서너 개 뽑아줬는데 그게 다 정오 발매였다. 예전 같으면 6시에 나와서 차트라도 도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을 건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때마침 이번 앨범이 자아성찰을 하는 음악에 인트로를 ‘점심시간’이라고 외치더라. 의도치 않았는데 재밌을 거 같아서 ‘점심시간에 좋은 음악으로 채워드리겠습니다’라는 발상으로 시작했다”
Q. 아무리 그래도 11년간 앨범이 나오지 않은 건 좀 너무 한 것 같다.
비지 “핑계일 수 있는데,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좋고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음악하고, 음악이 좋으면 그게 전부였기 때문에 같이 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그걸 더 선호하고 그랬다. 그러다보니 MFBTY의 색이 세졌다. 내가 좋아하는 로우파이하고 재지한 음악들이 안 보일 때가 많았다. 더 늦기 전에 한 발짝이라도 움직여보고 싶은 마음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 이렇게 하면 드렁큰타이거와 MFBTY를 병해하면서도 내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 같아서 흥미롭다. 많은걸 기대하진 않았는데 뮤직비디오도 찍으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외국 친구들이나 해외 언론이 처음에는 ‘(리뷰를) 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었는데, 몇 시간 후에 영상보고 ‘느낌이 좋다. 기사를 쓴다’고 연락이 왔다. 또 뮤직비디오 감독도 하루 세 번씩 듣고, 공감이 된다고 하더라. 가사에 대한 공감이 많아서 뿌듯하다”
Q. 곡 준비는 어떻게 했나?
비지 “친구들에게 ‘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냐’고 물어봤다. ‘그래도 형 하면 끈질긴 거요’라고 하더라. ‘결과물 이렇게 없는데 이렇게 활동하기도 힘들어요’라고 하더라. 하하. 난 이렇게 열심히 할게라고 하고 집에서 와서 내가 음악을 포기하려고 했던 적이 있나. 생각해보니 입 밖으론 낸 적 없는데 머릿속으로 생각한 적은 있는 거 같다. 그런 내용을 가사로 쓰고 곡 작업을 끝냈다”
Q. 첫 싱글 ‘디스턴스’에 대하여 설명해 달라.
비지 “4월의 ‘디스턴스’는 여태까지 느끼면서 사람이나 일이나 정말로 필터를 끼지 않고 욕을 많이 쓰진 않지만 솔직한 일기장 쓰고 싶었다. 동생들이 ‘이런 식으로 해야죠’, ‘트렌디하게 해야죠’ 그런 얘기를 하는데, 사람들이 ‘스타일 고집하는 것도 좋은데 미련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들어도 집에 가서 술 한 잔 하면서 ‘미련하다고 해서 내 스토리가 없겠느냐’라며 생각들을 가사로 쓴 게 6년을 하고 있다. 가끔 엔터테인먼트사가 이렇게 다 잘하는데 우린 왜 이렇게 힘들까 그런 생각도 하고, 그런 걸 쓴 곡이 ‘디스턴스’다. ‘일이 힘들겠어요? 사람이 힘들죠’라는 가사 같은 내용이다”
Q. 뮤직비디오를 직접 찍었다고 하던데?
비지 “호주에 MFBTY 콘서트를 갔다가 뉴질랜드에 있는 할머니 묘지를 들렀다. 십 몇 년 만에 찾아갔는데 마음이 좀 가벼워지더라. 그때 찍은 영상을 편집하다가 영상미가 좋고 의미가 있어서 썼다”
Q. 아버지가 직접 연주를 해주기도 했다고 들었다.
비지 “준비한 곡에 아버지가 기타를 쳐준 곡이 있다. 아버지가 그렇게 긴장한 모습을 처음 봤다. 스튜디오에서 막 술을 찾고 그러더라. 어머니가 옆에 계시면서 얘기를 해주면서 아버지가 기타를 쳐주는 게 있는데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졌다. 영상이 나온다면 온전하게는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뒷모습정도 생각중이다”
“우리 부모님이 ‘(비지가) 나가서 잘할 거고 주위사람도 많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난 ‘아무것도 안 해주면서 그렇게 얘기하냐’고 대들고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가족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힘든 법이더라. 부모님에게 인정받은 게 원동력이 돼서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솔로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드렁큰타이거, MFBTY 활동을 병행하는 건가?
비지 “그렇다. 같이 할 계획이다”
Q. 사실 너무 오랫동안 ‘MFBTY의 비지’로 활동을 하다 보니 ‘솔로 래퍼 비지’의 이미지가 희미해져버린 감도 있다. 당분간은 온전히 솔로 활동에 전념하는 편이 낫지 않나?
비지 “그런 의견도 동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 준비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만 기다리다가 내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면 나 혼자 무너져버린다. 그러다 자괴감이 느껴진다. 드렁큰타이거 무대가 됐던 MFBTY가 됐던 내가 좋은 기운으로 할 수 있다면 굳이 어디에 국한 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나 자존감을 내안에서 찾았다”
Q. 지금 비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지 “가끔씩 내 위치와 내 입장이 당연하다고 여긴 게 많았던 거 같긴 하다. 환경에 익숙해져서. 내 친구들은 이런 얘기 하면 창피하다고 하는데, 1998년에 ‘난 널 원해’가 좋았고 노래방에서 5000번 넘게 부르고 그랬다. 이제 무대 위에서 같이 부르고 있는데 거기에 불평을 하고 그런다. 가진 거에 만족을 못하고 가지지 못한 거를 바라니까 기회도 놓친 게 아닐까 싶다. 이제 바람이 부는 거 같다”
Q. 지금 팬들은 비지라는 래퍼에 뭘 기대할 것 같나?
비지 “뮤직비즈니스도 사업이다. 젊은 친구들의 니즈를 분석할 수도 있어야하는데, 착한 것도 나이 먹으면 바보라는 걸 가사에도 썼다. 전에는 예전의 팬들에게 맞추려고, 나에게 맞추려고 했지 새로운 팬들에 대해 분석이 부족했던 거 같긴 하다”
“칠합(Chill Hop)이라는 릴렉스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하려 한다. 젊었을 때는 소리를 질렀다면, 이제는 편하게 하려한다. ‘쇼미더머니’ 출연 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담배였다. 그런데 기흉 때문에 입원해서 수술을 하고 3년간 담배를 참고 있다. 그리고 나니까 목소리가 변했다고 하더라. 이제 힘을 빼고 200%, 300% 더 보여주면 나에 대해 더 (젊은 팬들이)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게 이번 앨범이다”
“요즘은 오토튠도 많이 쓰는데, 나도 예전에 썼지만 이제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게 되더라. 오토튠을 건 음악을 젊은 친구들과 소통의 창구로 재밌게 하고 있다. 난 내 나이에 맞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제 와서 내가 롤렉스니, 좋은 차니 그런 자랑을 하는 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 거 별거 없더라’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좀 쉽게 다가가는 옆집 형이나 아저씨 같다. 화내는 래퍼가 아니라, 편한 이미지 친근한 이야기꾼이고 싶다. 공격적인 거나 그런 건 아니다. 여름에 반팔 입고 싶고 겨울에 따뜻한 거 입고 싶은 것처럼 자연스럽고 싶다”
Q. 방탄소년단의 슈가와 친분이 깊다고 들었다.
비지 “정말 친하다. 슈가는 초창기부터 연락을 꾸준히 해온 멤버다. 룸펜스 감독을 통해서 처음 만났는데, 그중 한명이 RM이고 한명이 슈가였다. MFBTY에는 RM이 참여를 했지만 그 이후에 슈가와 연락도 많이 하고 이야기거리도 더 많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작년 말 올해 초에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하고 그랬다. 작업실 옮겼다고, 놀러오라고 하더라. 음악을 들려주라고 했었는데 놀러 오라고하더라.
“RM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완전히 미쳐 있구나’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친구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하면 말이 끊기질 않았다”
Q. 최근 해외에서 비지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비지 “요즘 외국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로우파이에서 시작한, 저예산의 예술가 같은 모습을 많이 표현해준 그런 음악, 그런 느낌이 좋다고 하면서 연락이 오더라. 재지(Jazzy)한 트랙에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해외에서 여러 매체나 쇼 호스트들이 먼저 취재 요청을 많이 한다. 싱가포르 선다운 페스티벌에 초청이 돼 공연을 하는데, 해외에 팬들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게 됐다. 외국에서 한국보다 더 많이 알아보는 거 같았다. 반겨주고 공연 반응도 좋았다. 같은 페스티벌 참여 관계자들에게도 반응이 좋아서 더 좋았다. 미국이나 유럽 언더 아티스트도 같이 작업하자고 연락이 오고 그런다. 이렇게 들어오는 거 보면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다“
Q. ‘쇼미더머니’ 출연이 이름을 많이 알리기도 했는데, 독이 된 감도 있다. (※당시 프로듀서로 참가한 비지는 자신의 팀원인 우원재의 피처링을 맡았으나 가사를 여러 번 실수했고, 결국 우원재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비지 “사실 이제 내 인터뷰를 하면 ‘쇼미더머니’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하하. 그때 기흉 수술을 해서 비행기도 못 탄다고 해서 완전히 쫄아있었다. 그 상황에 전혀 활동경력이 없었던 원재가 결승까지 올라와서 거기 과몰입했다.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가자!’고 생각하고 이틀 날을 새면서 준비하고 나갔다. 페이스를 너무 올리고 너무 흥분해서 하다가 확 놓쳐버린 거다. 그걸 털고 일어났어야하는데 내 탓에 원재가 떨어졌다는 생각에 더 의기소침했다. 휴대폰 끄고 있는데 악플이 달리니까 더 쫄게 되더라. 지금은 시간이 지나니까, 아파보니 아픈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
Q. 의외로 잘 알려지진 않았는데, 예전 ‘나는 가수다’에서 김경호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무대에 함께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무대 위에서 해프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지 “그때는 무대 이틀 전에 연락을 받았었다. 처음에 8마디를 해달라는 게 마지막엔 16마디로 늘어났다. 그런데 중간에 너무 흥분을 해서 두 마디는 프리스타일로 해버렸다. 그래서 나중에 김경호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그게 1등을 해버렸다. 그러니까 (실수에 대해) 아무도 말이 없더라. 그 이후 (김경호와)같이 무대도 많이 했다”
Q. 이제 불혹이다. 마음가짐이라든가 달라진 부분이 있나?
비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한 발짝씩 움직이려한다.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이곳에서 롱런하는 것도 실력이다. 오래 해나가는 게 정말 힘든데 오래 해나가는 거에 리스펙이 있다”
Q. 이번 솔로 프로젝트의 종착지는 어떤 형태일 것 같나.
비지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걸 지키는 것에 따라 신용도가 달라진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야가 있다. 비디오를 찍어보니까 영상을 만들고 내 음악을 입혀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의 재미를 알게 됐다. 내 비디오를 연속으로 찍어볼까 생각중이다. 그중에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원테이크 콘테스트라는 사이트가 있더라. 거기에 원테이크로 내 비디오를 찍어 올리는 게 일단의 목표다”
“4월에 ‘디스턴스’, 5월에 주비해서 6월에 ‘이름이 뭐라고 (BzB)’가 나왔고, 7월까진 날짜가 잡혀있다. 그때까지 비디오를 쭉 찍어보려고 하고 있다. ‘비지의 BGM’이라고 적은 게 음악만으로는 나를 다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서 영상으로나마 더 곁들이면 더 잘 전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내 스토리는 내가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구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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