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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숙행 “난 9년을 버티며 끓인 뚝배기…천천히 오래 행복 주겠다”

19.06.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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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의 성공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트로트 가수들의 세대교체를 가속화 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미스트롯’을 계기로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이어왔거나 아이돌이나 개그우먼 등 다른 분야 출신 트로트 가수들이 대거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숙행은 전자에 해당한다. 지난 9년간 꾸준히 트로트 가수로 활동해온 숙행은 ‘미스트롯’에서 최종 6위에 오르며 단숨에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물론 이런 성공이 단순히 ‘미스트롯’ 하나 때문에 거저 들어온 행운은 아니다. 결국 이 같은 성공은 ‘미스트로’ 이전부터 끊임없이 실력을 갈고 닦아온 숙행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무명생활을 끝에 이제는 섭외 ‘0순위’로 떠오른 숙행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하 숙행과의 일문일답

Q. ‘미스트롯’ 이후 어떻게 지냈나?

숙행 “데뷔 9년 만에 노래 제목처럼 섭외 ‘0순위’가 됐다. ‘0순위’를 9년 불렀는데 요즘 반응이 가장 좋다. 가수는 제목을 따라간다더니 다행이다”

Q. 준결승에서 6위에 그치며 결승무대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은 없나?

숙행 “나는 그때 방송에도 말씀드렸는데, 6위에 올라간 거도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만족하고 있다. 현역으로 오래 활동을 했으니까 동생들이 올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결승에 못 올라간다고 하더라도)동생들에게 양보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한 거 같다” 

Q. 요즘 ‘미스트롯’ 콘서트를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의 인기는 어떤가?

숙행 “송가인이나 진선미에 오른 친구들은 당연히 (인기가)많다. 나는 진선미를 올려주고 보듬어주면서 빈틈을 공략하고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MSG 같은 역할이다. 더 맛이 나게 하는 언니 역할을 하고 있다. 하하” 

Q. 숙행 씨 본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렇게 큰 응원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숙행 “예전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기도 했었다. ‘미스트롯’ 초반에도 그랬다. 그런데 거짓이 아니고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걸 많이 알아준 거 같다. 언니로서 동생들을 같이 챙기는 모습을 좋게 봐주더라. 실제로도 다들 친하다. 기자 간담회 때 우리 의상을 보고 ‘크레파스 같다’고 해서 크레파스라는 단톡방도 만들어서 이야기한다. 그중에 내가 제일 맏언니다” 

Q. 체감이 될 정도로 확실히 반응이 달라졌나?

숙행 “진짜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워낙 오랜 시간을 활동하면서 (적자의) 골이 깊어서 아직은 메우고 있다. 하하” 

“아직까지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선배님들은 스케줄을 조정하기도 하는데 우린 그정도는 아니다. 스케줄이 몰리는 날이 많아서 놓치는 것도 있고 그런다. 그래도 (한 달 스케줄이) 10~15회에서 20회 정도로 늘었다. 주말은 ‘미스트롯’ 콘서트를 진행중이다”

Q. 이제 알아보는 팬들도 많을 것 같은데?

숙행 “지나가는데 알아봐주고 그런다. 처음으로 매니저들이 가드처럼 우리 경호해주고 그랬다. 나도 모르게 신기해서 ‘어머 나 떴나봐!’하고 반응하고 그랬다. 하하. 그래도 이런 (순수한)모습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 보고 예쁘다고 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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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외로 숙행이 본명이다. 

숙행 “그렇다. 숙행이 본명이다. 정숙할 숙, 행할 행 그런 의미다. 이 이름은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었다. 9년을 열심히 했는데 빛을 못보고 있어서 이름을 바꿀까 고민할 때 ‘미스트롯’을 만났다. 그때 ‘네가 젤 낫다’는 뜻에서 ‘젤나’라고 이름도 지어놨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이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서 좋다고 해준다” 

Q. 과거에도 다른 오디션을 출연한 걸로 안다. 또 오디션에 출연하기 고민되지 않았나?

숙행 “내가 아직도 열정이 있는 것 같다. 도전하는 걸 좋아했고, 또 시스템화 된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히든싱어’를 두 번 나갔고, ‘트로트엑스’도 나갔다. 그런 오디션 해본 사람이 또 나가는 게 힘든 거라 하더라. 나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거의 막차로 작가가 나오라고 해서 나간 거다. 초반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는데 결국 잘 나간 거 같다” 

Q. ‘미스트롯’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숙행 “그분들도 열정이 있는데 풀 데가 없었던 거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트로트계의 ‘프로듀스 101’이 됐다고 하더라. 그 타이밍이 잘 맞았고, 또 성인가요를 보여주는 매체가 많이 없었던 거 같다. 간지러운 데를 건드렸고, 어린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되면서 더 잘된 거 같다” 

Q. 처음 출연했을 때 잘 될 거라 예상했나?

숙행 “그런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내가 100명중 100번째로 무대를 했다. 지원이가 99번째였다. 새벽 3시에 무대를 했다. 그래서 목소리도 안 좋고 컨디션도 안 좋고 해서 너무 못 불렀는데 아니나 다를까 떨어졌다. 그러다가 다시 부활했다”  

Q. 트로트 하기 전에 일렉트로닉 현악 그룹을 한 이력도 있다. 

숙행 “내가 원래 일렉트로닉 팀을 10년을 했다. 미켈과 제니스라는 팀에서 플롯과 보컬을 했다. 연주만 하던 팀인데 나중에 보컬까지 늘어났다. 보컬을 하면서 공연을 진짜 많이 했다. 오히려 보컬을 하니까 많이 찾아준다. 클래식의 크로스 오버니까 20년 전에는 그런 그룹이 되게 인기 많았다”

“행사를 다니는데 ‘밤이면 밤마다’와 같은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음악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렇게 노래를 하다가 첫 소속사 대표님이 이 노래 해보자 해서 0순위로 데뷔를 했다. 그때 번 돈으로 (트로트 가수)9년을 버텼다. 좀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하하” 

“그래도 처음 시작하고 재밌게 한 것 같다. 예전에 기름값이 없어서 고속도로에서 멈춘 적도 있고 그랬다. 한 3년은 어떻게 활동했는데 ‘트로트엑스’하고 나서 파워 블로거가 된 적도 있다. 그 프로그램이 나중에는 안됐는데 초반에는 좋았다” 

Q. 신곡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숙행 “('0순위' 이후) 사이사이 OST도 하고 그랬다. 내가 ‘미스트롯’에서 초반에 퍼포먼스 위주로 했는데 사실 내 성향은 아니다. 개인적으론 발라드를 좋아한다. 물론 춤추고 그런 것도 좋아한다. 이번엔 ‘초혼’, ‘당돌한 여자’ 등을 쓰신 임강현 작곡가 분이 써준다고 해서 기대된다. (장)윤정이가 소개해 줬는데 정말 감사하다. 예전에는 이런 유명한 작곡가분 곡을 받기도 어려웠는데 정말 이런 것도 꿈만 같다” 

Q. 요즘 트로트가 뜨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나?

숙행 “제2의 전성시대가 된 거 같다. 항간에는 세대교체가 됐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다 같이 올라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Q. 어린 팬들도 있나?

숙행 “있다. 진짜 있다. 나만해도 젊은 친구들한테도 팬레터도 받고 그러니까 그게 팩트다. 고등학생인데, 어린 여자 동생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기쁘다. 나는 (팬이)여성분들이 많다. 내가 잘 쓰는 체질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느낌 아닐까 싶다” 

Q. 트로트의 인기 요인은?

숙행 “트로트가 한국의 R&B다. 비브라토 안 되면 못 부른다. 그런데서 잘하는 친구와 아닌 친구 차이가 있다. 트로트의 매력은 소울이다. 한이 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다. 흥이 있을 수도 있고 해학,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할 수 있는게 트로트 같다” 

Q. 원래부터 트로트 가수를 목표로 했었나?

숙행 “사실 나도 발라드 가수가 하고 싶었는데... 하하. 처음에 솔직히 시켜서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거 같다. ‘0순위’를 잘 만난 거 같다. 가수는 원래 꿈이었다. 어려서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이름도 특이하고 그래서 어디 앞에 나가서도 많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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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트로트 가수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숙행 “‘가요계 여자 남진 탄생’이라고 들었으면 좋겠다. 원래도 존경하는 선배였는데 ‘나야 나’란 노래는 정말 대단하다. 남진 선생님이 정말 멋있다. 깊이 있는 블루스적인 걸 하고 싶다. ‘미워도 다시 한 번’도 좋았다. 남진 선생님 때문에 이슈도 되고 인정도 받고 그래서 남진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 선생님이 불러주면 언제든지 가고 싶다. (‘미스트롯’때는) 너무 어려워서 뭘 여쭤볼 수도 없었다” 

Q. 끝으로 목표나 포부가 있다면?
 
숙행 “9년 동안 뚝배기처럼 살살 끓었다. 한 번에 확 끓은 게 아니라 9년을 끓이며 버텼다. 아직은 더 끓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더 깊게 끓여서 서서히 식어가고 싶다. 내가 콘서트를 좋아하는데, 유명해지기도 전부터 주변사람들에게 와 달라고 부탁하면서 콘서트를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먼저 ‘콘서트 안 하냐’고 묻고 그러더라. 내가 무대에서 뛰어 노는 걸 잘한다. 그렇게 에너지 넘치고 행복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 천천히 늙어가면서. 천천히 오래 하고 싶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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