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 칼럼] 글레이(GLAY)를 한국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
19.07.02 10:30
글레이는 지난 29일과 30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GLAY 25주년 기념 스페셜 라이브 인 서울’을 개최하고 한국의 팬들과 만났다.
사실 국내에서 글레이의 인기는 - 아마도 일본밴드 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밴드로 예상되는 엑스재팬이나 라르크앙시엘 등에 비교했을 때 -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글레이는 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밴드 중 커리어적으로나 이름값에서 가장 뛰어난 밴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여담으로 그래서 그런지 이날 공연은 한국 서울에서 열린 공연임에도 대부분의 관객의 일본인이었다. 정확한 비율은 확인하지 못했으나 체감상 일본인 관객이 6~70%에 가까워 보였다.)
실제 글레이의 누적 음반 판매고는 약 4000만장에 달하며, 이들의 최전성기인 1999년에는 ‘글레이 엑스포’ 공연에 약 20만여 명의 유료관객이 몰려들었다. 20만 명의 유료관객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로, 이는 지금까지도 단일 밴드 공연 최다 관객 기록으로 남아있다. (※단, ‘단일 밴드 공연 최다 관객’은 주최 측의 기록으로 ‘최다 관객’의 기준이 불분명하긴 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1999년 글레이 엑스포가 단일 밴드 세계 최다 유료 관객 동원 공연으로 회자되고 있으며, 단일 밴드의 공연에 이만큼의 유료관객이 모였다는 것 자체로도 세계 공연사에 남을 만큼 엄청난 기록인건 분명하다.)
이 만큼이나 큰 인기를 누린 밴드이기에 -비록 소수이긴 하나- 꾸준히 국내에서도 내한공연의 요청은 있어왔으며, 글레이 역시 실제 국내에서 내한공연을 계획하기도 했다.
2001년 첫 내한 당시 서태지와 한일 교환 공연을 계획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고, 2006년에는 글레이의 보컬 테루(Teru)가 일본 라디오에서 내한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말해 팬들을 들뜨게 하기도 했다.
보다 분명하게 실체가 있었던 건 2013년이었다. 당시 글레이는 2013년 6월 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예고하고 티켓 예매까지 시작하며 첫 내한공연의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그렇게 긴 기다림 끝에 2019년, 드디어 글레이는 한국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또 이날의 무대는 그 오랜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시종일관 이어진 타쿠로와 하사시의 멋드러진 기타연주부터(※토요일 공연에서 히사시는 느닷없이 참이슬 1병을 원샷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로의 경쾌한 베이스, 그리고 열정이 느껴지는 -또 전성기와 비교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던 - 테루의 보컬까지, 1분 1초가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게다가 글레이의 음악들은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얻었던 밴드들과 비교했을 때 한층 친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일례로 엑스재팬이 메탈적인 요소가, 라르크앙시엘이 펑크나 얼터너티브적인 요소가 강하다면, 글레이는 팝적인 요소가 강한 밴드이다.
실제 이들의 음악은 대부분이 듣기 좋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부각되어있어, 설령 처음 듣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의 공연 역시 꼭 팬심이 - 혹은 필자와 같이 비즈니스적으로 -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와서 보고, 듣고, 충분한 즐거움을 얻어갈 수 있는 자리였다.
이처럼 음악적으로나 무대에서의 완성도도 높고 만족감 또한 높은 글레이 콘서트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더 자주 국내에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도일 것이다.
이는 비단 글레이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뮤지션들의 공연이 있을 때면 늘 드는 아쉬움이다.
현재 많은 국내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쪽의 음악과 문화 역시 적절한 ‘교류’가 필요하다. 실제 산업의 발전에 더 도움을 주는 건 일방적인 수출이 아닌 상호간의 교류다. 물론 억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배타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도 없다.
이는 필자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다. K팝의 중심에서 활약 중인 여러 유명 제작자들도 이와 같은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대표적으로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은 트와이스 론칭 당시 외국인 멤버들을 적극 선발한 이유를 묻자 “한류의 미래는 교류다. 수출이 아닌 교류의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여러 가지 과거사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여전히 청산해야할 과거도 남아있지만, 적어도 문화나 스포츠처럼 민간이 중심이 되는 분야에서는 좀 더 너그럽고 멀리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금은 K팝이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 음악의 중심은 일본이었다. 마찬가지로 K팝 역시 미래에 인기가 시들해지는 시기가 올 것이고, 이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튼튼한 기반을 다져야한다.
일본과의 음악적, 문화적 교류는 이런 기반 다지기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상호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음악 산업의 교류가 가능한 나라는 현실적으로 일본 외엔 없다.
글레이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25년이 걸렸다. 앞으로는 더 빨리, 더 자주, 더 다양한 양질의 공연이 한국에서 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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