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K2 김성면 “고음 4천왕요? 저 고음병 아니에요 하하”
19.08.23 17:32
[인터뷰①]에 이어
Q. 한창 행사를 많이 할 때 대학교 축제에서 전설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K2 김성면 “내가 대학교 축제 문화를 바꿨다. 90년대 초반에 가수들이 축제를 가면 노래 두 세곡 부르고 앙코르까지 해도 최대 4곡이었다. 그때 내 생각이 대학교 축제에 가면 이사람 다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 무대에 올라가면 한 시간씩 공연을 하고 그랬다. 5월 한 달에 축제무대만 30개씩 했다. 하루에 행사가 두, 세 개 있을 때도 있는데 다 한 시간씩 해서 그랬다. 그래도 보람은 많다. 그때 봤던 분들이 ‘우리 학교 축제에서 봤다’고 감동이라고 하니까 보람은 남는다. 또 그 당시에는 (신곡이 나오고)3개월이면 성패가 갈린다고 했는데 나는 노래가 다 최소 6개월 뒤에 떴다. 그렇게 입소문타고 매년 30만장이 나가고 그랬다”
Q. 그렇게 공연을 하면 목 컨디션에 지장이 생기진 않나?
K2 김성면 “난 연습이 관리라고 생각한다. 축가를 한 곡해도 두 시간씩 목을 푼다. 오버워크이긴 하다. 노바소닉 멤버들과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목 풀기)그만하라고 하더라. 그렇게 목을 푸니까 나중에 본방송할 때 지쳐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하. 다행인 게 다른 가수들 보면 녹음할 때 두 세 시간이면 목이 쉰다. 그런데 나는 한 곡 녹음할 때 10시간씩 하고 그런다. 내가 녹음 기사들 기피 리스트 1위였다. 안 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다”
Q.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사람들이 ‘바이브레이션 떨리는 수까지 세어서 부르는 노래쟁이’라고 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한 가창에 찬사를 보냈었다. 진짜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노래를 한 건가?
K2 김성면 “바이브레이션을 세는 건 아니지만, 이 느낌이, 이 뉘앙스가 마음에 안 들면 또 부르고 다시 부르고 그런다. 사실 오히려 고음은 한 두 번이면 녹음이 끝난다. 도입부에서 세 시간씩 녹음하고 그런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도입부부터 듣고 ‘어 뭐지?’라고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사실 많은 사람들이 K2 라고 하면 미성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고음을 떠올리는 편이다.
K2 김성면 “내 딜레마가 예전과 비슷하게 음악을 내면 ‘전형적이네’라고 하고, 스타일을 바꾸면 ‘아 맛이 갔구나’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걸 적절하게 섞는 게 문제다. 사람들은 내 장점을 고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나만의 감성, 곡 해석력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꼭 고음을 하려는 게 아니고 노래에 필요하니까 넣는 거다”
“지금도 노래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예전 스타일을 버리기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그랬다. 록 마니아가 아닌 사람이 듣기엔 귀에 거슬리는 주파수가 있다. 그런데 그걸 버리면 또 예전 팬은 싫어하니까,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고 K2만의 장점은 버리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다. 노래는 진정성이다”
Q. 한때는 고음 삼대천왕이니, 4천왕이니 그렇게 불리기도 했다.
K2 김성면 “나는 그런 걸 좋아하진 않는다. 난 고음병 환자가 아니다. 하하. 어떻게 감성을 전달해야하는지가 중요한 거지, 고음을 나열하고 그런 건 아니다”
Q. 그런데, 처음 음악을 시작한 건 헤비메탈 밴드 보컬이었다.
K2 김성면 “맞다. 헤비메탈로 했었다. 시나위, 부활, 백두산 활동할 때 나도 같이 활동을 했다. 1.5세대정도 된다. 나 활동할 때 활화산이라는 팀에서 베이스 치던 친구가 서태지다. 그 친구가 시나위로 갔다가 서태지가 됐다. 그때 밴드들이 모여서 ‘프라이데이 애프터눈’(Friday Afternoon)이라는 옴니버스 헤비메탈 음반을 냈는데 그 앨범 볼륨1에 아이언로즈라는 밴드로 참여를 했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내가 갑자기 가장이 됐다. 갑자기 가장이 되니까 현실적으로 군대는 가야하고 가족들 생계도 책임져야하는데 음악은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피노키오에서 보컬을 구했다. 그때 조건이 한 번 객원으로 참여하고 난 솔로를 하겠다는 걸로 들어간 거다. 그런데 ‘사랑과 우정사이’가 1위를 하니까 사람들이 다 (나를)그런 스타일로만 생각하더라. 그래서 내 음악을 보여주겠다고 나가서 만든 게 K2였다. K2는 그 세계 2위 고봉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때 영화 ‘K2’가 개봉했는데 그 영화에서 K2에 도전하는 이유를 ‘가장 높은 봉우리는 에베레스트지만, 가장 오르기 힘든 봉우리는 K2다. 남들이 하지 못한 걸 하고 싶다’는 식의 대사가 있었다. 우리도 남이 따라오지 못하는 K2만의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그렇게 지었다”
Q. K2가 결성될 때는 기타리스트 이태섭 씨와 함께 2인조였다.
K2 김성면 “이태섭은 K2 1집을 내고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며 나가서 루트라는 팀을 만들었다. 그때 거기 보컬이 영화배우 임형준이다”
Q. 정식으로 밴드를 결성할 생각은 없나?
K2 "나는 밴드가 항상 소망이다. 밴드로 섰을 때 가장 에너지가 있고, 엔지니어들이 가끔 내 목소리가 요즘에 EDM이나 전자악기보다 직접 치는 악기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내 밴드가 하고 싶은 데 우리나라에서 밴드를 하는 게 힘들다. 망하지 않고 계속 해야 겨우 운영할 수 있다“
Q. 요즘 고민이 있다면?
K2 김성면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는 내가 원곡자인데, 심지어 내 친구들도 내가 피노키오인지 모른다. 노래는 유명한데, 40대는 피노키오나 K2 1집 노래위주로 30대는 ‘유리의 성’부터 안다. 그렇게 내 커리어가 나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걸 다 정리해서 베스트 앨범을 꼭 내고 싶다“
Q. 후배양성이라든가 요즘 친구들과 협업 같은 걸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K2 김성면 “이홍기가 만날 ‘그녀의 연인에게’ 부르니까 고맙기도하고,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다. 후배들과 하면 재밌을 거 같다. 아예 힙합 하는 래퍼와 린킨파크 같은 느낌으로 해 보고 싶기도 하다”
“일단은 궁극적으로 후배양성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억울한 인생을 살아서 재기 좀 확실히 하고 찢어진 음악 모아서 베스트 내고 그 다음에 하고 싶다. 일단 뭐든지 내가 먼저 자리를 잡고 나서다. 너무 잊혀 있어서 노래만 알거나 그러니까”
Q.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팬이다. 꼭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한다.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2 김성면 “겉으로 드러난 팬들보다 나도 모르는 팬들이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거 같다. 제주도 큰 마트에서 매일 내 노래를 튼다는 제보도 받았다. 그래서 난 분명히 남자 직원일 거라고 했다. 하하.
일단 2년 전 신곡을 냈지만 아무도 몰라서 이번이 제대로 된 15년만의 신곡이라 생각한다. 다시 시작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기다려준 분들이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K2의 진정성과 색을 제대로 진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영화와 노래의 차이가 그런 거 같다. 영화는 어린 시절 재밌게 본 걸 나이 들어 보면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노래는 그 노래를 들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돌아가는 느낌이다. 신곡을 발표 했을 때 K2 노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역시 K2다’라고 했으면 좋겠다. ‘K2는 이런 맛으로 듣는 거다'라는 이야길 들었으면 한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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