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백지영 “신곡 ‘우리가’는 슬프지만 따뜻한 추억 같은 노래”
19.10.14 03:24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신만의 감성을 지니고 있고, 또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케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설령 직업이 노래를 전문으로 하는 가수라고 해도 말이다.
백지영은 이런 ‘감성’과 ‘호소력’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가수이다.
백지영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깊은 감성’과 ‘짙은 호소력’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정도로, 백지영의 목소리에는 사람들을 반하게 하는 그 만의 맛과 색이 있다.
백지영이 약 3년 만에 선보인 미니앨범 ‘레미니센스’(Reminiscence) 역시 이런 깊은 맛과 짙은 색이 빼곡하게 담긴 작품이다.
그녀의 새 음악에 대한, 그리고 지난 3년간 전하고 싶었던 그녀의 이야기들을 직접 들어보았다.
▲ 이하 일문일답
Q. 3년만의 음반이다. 새 음반까지 오래 걸린 것 같다.
백지영 “(전작부터)얼마나 오래 지났는지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나중에 회사 사람들에게 들으니 음원이 나온 게 3년 전이고 활동을 한 건 3년 반이 지났다고 이하더라. 그동안 출산을 하고, 전국투어도 하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났다. 그렇게 오래 된지 몰랐다”
Q. 마침 데뷔 20주년이다. 정규앨범이나 베스트라든가 좀 더 볼륨감이 있는 작품을 기대했는데 미니앨범으로 나와 아쉬워한 팬들도 있을 것 같다.
백지영 “정규 앨범 계획도 있었다. 그런데 20주년 기획이 2년 전부터 진행했으면 좋았을 건데 아이 육아를 하다보니까 18주년일 때는 전혀 몰랐고, 19주년 때에 ‘아 20주년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준비를 했고, 회사를 옮기는 일도 있었고 하다 보니 준비가 늦어졌다. 시간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
Q. 앨범 타이틀인 ‘레미니센스’(Reminiscence, ※추억담, 회상담 등의 의미)라는 단어도 쉽게 접하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백지영 “처음 앨범을 만들 때 ‘내가 사랑이나 이별노래 할 것은 알고 있었을 거고, 그게 슬픈 이유는 좋은 기억이 많아서’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슬프고 처절한 감정보다 따뜻한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20년을 노래하다보니까 신곡을 내도 내 목소리나 내 노래에서 신곡인데도 그런 향수가 느껴졌으면 좋겠다싶었다. 앨범 타이틀이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다 해서 나는 ‘노스텔지어’, ‘향수’ 그런 걸 얘기했는데 직원들이 이 단어를 찾아주더라. 하하. 추억이나 회상, 그런 단어가 어울려서 앨범 타이틀을 정했다. 타이틀곡도 너무 처절한 분위기보다 따뜻했던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입부는 담담하고 따뜻한 사운드인데 후반부에는 치닫는 감정도 놓치지 않았고 엔딩은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그 감정에 잘 맞아떨어진 거 같다”
Q.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따뜻했던 추억이 있다면?
백지영 “‘사랑 안 해’가 인정받았을 때가 감동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인 거 같다. 물론 순간순간이 다 소중하다. 좋은 기억이 많다. 이별이 슬픈 것처럼 시련이 있어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Q. 타이틀곡을 정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나?
백지영 “세 곡이 후보로 물망에 올랐는데 작업을 하면서 계속 들으면 귀가 둔해진다. 또 나만 계속 작업한 게 아니라 새 회사의 대표(※13년간 백지영과 함께 해온 최동렬 매니저가 백지영의 새 회사인 트라이어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다)와 본부장도 첫 프로젝트다보니 작업실에 거의 함께 있었다. 셋 다 귀가 무뎌져서 여러 명에게 들려주고 투표로 결정했다. 90% 이상이 이 곡을 타이틀로 추천했다”
Q. 새 앨범 타이틀곡 ‘우리가’의 뮤직비디오에 배우 지성 씨가 출연해 이슈가 됐다.
백지영 “기획했을 때부터 남자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다. 그 다음으로 어떤 분이었으면 좋겠냐는 얘기를 했는데, 그래도 내가 내 나이에 맞는 (감정)표현을 했을테니까 연기를 했을 때 무리가 없는 연배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배우를 섭외하고 싶었다. 또 클로즈업을 했을 때 아름다운 배우, 오열이 가능한 배우가 조건이었는데, 종합했을 때 지성 씨가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마침 회사 직원에 지성 씨 회사와 친분이 있어서 제안을 했고, 지성 씨도 좋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됐다”
Q. 타이틀곡 ‘우리가’의 작곡을 지고릴라가 한 것도 눈에 띈다.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된 건가?
백지영 “엄정화 언니가 저번에 앨범을 냈을 때 ‘She’(쉬)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작곡가를 찾아보니까 지고릴라였다. 나중에 꼭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서 부탁을 해서 함께 했다”
Q. 사실 ‘우리가’는 지금까지의 백지영 음악과 살짝 분위기가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백지영 “앨범을 작업하기 전에 많이 들은 노래가 폴킴이나 카더가든의 노래였다. 그런 분위기가 굉장히 좋더라.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었고 그런 분위기의 발라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를 받았다. 자연히 이해가 빨라진 거 같다. 나는 분석은 못하는 쪽인 거 같다. 차트 이동도 빠르고 해서 (유행을)잘 모르겠다. 음악이 트렌드도 있고 선호하는 장르도 있고 그렇긴 한데, 정말 좋은 곡은 또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쪽으로 분석해서 타이틀을 정한 거 같지는 않다”
“성적을 무시하는 건 아닌데, 차트에 1, 2, 3위는 나에게 신기루 같은 느낌이다. 속도가 나와 다르다. 내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을 때 활동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 왜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지. 그래서 내가 차트에 하루를 찍던 한 시간을 찍던 그건 책임회피를 하고 싶다. 하하. (성적에 대한 부분은)회사에서 알아서 하고, 나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아름답게 하겠다는 그런 마인드다”
Q.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나?
백지영 “작업을 하다보면 도전이나 새로 뭔가를 하기 쉽지 않다. 그런 도전은 수록곡 중에 한 곡정도 있다. ‘우리가’는 내가 원했던 게 따뜻했던 추억을 소환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발음도 영(young)한 느낌이 날 수 있게 바꿔보고, 그런 쪽으로 분위기 변화를 많이 줬다. 또 전체적인 발라드 분위기가 담담하게 흘러가는 거 같았다. 벌스(verse)는 대부분 담담한 분위기를 원했다. 20주년이니 어떤 도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에 동의는 하는데 도전이라는 게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스타일에서 많은 변화를 원하지는 않을 거란 결론에 도달했다.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선우정아와 함께한 곡(‘하늘까지 닿았네’)이 그런 도전이 될 거 같다”
Q.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에서의 목소리가 예전에 비해 가늘어진 느낌이다.
백지영 “키가 다 높아졌다. 음역대가 많이 높아졌다. 사실 제일 높은 음이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건 아닌데, 그 음이 계속 이어지니까 되게 버겁다. 녹음할 때는 끊어서 녹음하니까 어떻게든 불렀는데, 막상 라이브가 안 되더라. 완벽하게 완창이 된 게 불과 4~5일 전이다. 그렇다고 라이브에서 키를 내리면 내가 (내 무대에)자신감이 안 생길 거 같다”
Q. 혹시 연륜에 따른 자연스러운 목소리의 변화라든가 그런 부분은 없나?
백지영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성대도 근육이니 어렸을 때보다 쌩쌩하지는 안겠지만 그 외에 부분이 발전하는 게 있고, 곡을 이해하면서 색이 진해진다. 나만의 해석하는 방식이 생기고 이미지가 떠오르는 게 선명해진 느낌이다”
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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