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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국민밴드’ YB의 진화와 변화 그리고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19.11.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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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많이 식상해지긴 했지만, 한때 인기 연예인의 이름 앞에 ‘국민 OO’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유행할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자주 사용되긴 한다- 이 ‘국민OO’이 한창 유행할 때는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 ‘국민 가수’, ‘국민 아이돌’ ‘국민 사위’ 등등 너도나도 이름 앞에 ‘국민’ 타이틀을 붙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국민OO’라는 타이틀은 최초에는 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붙일 수 있는 수식어이다. 

일단 국민 대다수가 알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또 일회성 반짝 인기가 아니라 꾸준하게 정상급 인기를 유지해야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기와는 별개로 높은 호감도를 갖추고 있어야하며, 과거든 현재든 부정적인 스캔들에 휘말려서도 -만약 휘말렸다고 하더라도 진정으로 참회하여 용서를 받는다든지, 이를 뒤덮을 만한 업적을 남기는 등의 예외적인 상황이 있긴 하다- 안 된다. 거기다 예의와 매너, 기부 여부 등 인성적인 부분까지도 훌륭하다는 게 판별이 된 후에야 붙일 수 있는 타이틀이 바로 ‘국민OO’이다. 

이런 기준으로 따져보면 진정으로 ‘국민’을 붙일 수 있는 연예인은 극히 일부로 제한된다. 

YB(윤도현: 보컬, 박태희: 베이스, 김진원: 드럼, 허준: 기타, 스캇 할로웰: 기타)는 이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도 자신 있게 ‘국민 밴드’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밴드이다.  

아닌 게 아니라 YB는 1994년 ‘가을 우체국 앞에서’(※정식으로 YB-당시 윤도현밴드-가 결성되고 발표한 앨범은 1997년 ‘윤도현 and Band’ 부터이나, ‘가을 우체국 앞에서’도 YB의 역사로 포함하고 있다.)로 데뷔 이래 25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YB의 멤버들은 모두 -오히려 팬들이 가끔 일탈도 좀 하라고 할 정도로- 바른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사회 문제 참여나 기부 등의 활동도 적극적이다. 

사실상 밴드 중에서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밴드가 바로 YB이다.    

‘국민 밴드’ YB가 6년 만에 드디어 새로운 정규 앨범이자 열 번째 정규 앨범인 ‘Twilight State’(트와일라이트 스테이트)로 돌아왔다.  

‘10’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무게감 때문인지 몰라도, YB의 이번 앨범은 마치 YB의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담겨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는 기자의 주관적인 감상이다- 앨범이다. 

타이틀곡 ‘나는 상수역이 좋다’을 통해서는 ‘YB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맑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다가도, ‘딴짓거리’나 ‘야간마차’와 같은 곡에서는 ‘정말 YB 맞아?’라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낯선 사운드를 뿜어낸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도 ‘변화’와 ‘진화’를 멈추지 않겠다는 YB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하 일문일답 

Q. 앨범 소개 자료에 ‘변화와 진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YB의 진화는 무엇이고 그래도 지켜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도현 “우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 새로운 것에 맞춰가는 게 진화라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것은 YB가 음악으로 해야 할 것들. YB 음악이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힘이 되거나 위로가 되는 그런 것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Q. 타이틀곡인 ‘나는 상수역이 좋다’은 어떤 곡인가?

윤도현 “‘나는 상수역이 좋다’는 90년대 감성이 있는데, 그런 것도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팬들이 우리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팬이 있을 건데 그렇게 같이 성장해가야 하니까 그렇다. 또 요즘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할 것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딴짓거리’ 기타리프도 그런 기타리프가 (예전 YB에게는)많이 없었다. 밴드의 흐름도 많이 반영시키려고 했다” 

Q.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나?

윤도현 “현상, 그런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음악적으로, 사운드적으로 많이 비우려고 노력한 것도 진화의 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사운드는 무조건 빵빵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채웠다. 이번에는 많이 비우고 그 공간도 하나의 음악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해봤고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삶은 어떤지 보려고 했다” 

Q. 곡 제목에 실제 지명인 ‘상수역’이 들어간다. 상수역과 관련된 기억이나 추억이 있나?

윤도현 “일단 우리 연습실이 오랫동안 상수역에 있었다. 또 음악 하는 친구들 만날 때 대부분 상수나 합정에서 만났다. 그리고 좋은 기억이 많다. 상수역이라는 곳이 상징적으로 밴드 음악 하는 사람에게 메카 같은 곳이기도 하다. ‘나는 상수역이 좋다’는 태희 형이 쓴 곡이다. 태희 형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오고 가는 길에 느낀 감정을 담았다. (태희 형이 나보다)훨씬 더 많은 풍경을 본 거 같다. 나는 차를 타고 다녀서 그 곡을 못 썼다. 하하”

박태희 “‘상수역’은 사란들마다 마음속에 자기만의 지하철역이 있지 않나. ‘역’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역을 표현한 거다. 그리고 역으로 표현하는 게 공감대가 있다. 2012년 12월에 쓴 곡이다. 락 밴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실험성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공감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경주역, 목포역, 대구역, 평양역과 같은 그런 상징적인 역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걸 YB 안에서 풀어냈다” 

Q. ‘나는 상수역이 좋다’를 타이틀곡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도현 “곡을 부르다보니까 이 곡을 부르고 싶더라. 이 노래를 내가 부르고 싶었다. 이 노래가 맴돌았다. 그게 제일 컸던 거 같다. 내가 부르고 싶으니까 좋은 곡 같았다. 색은 90년대 감성이기도 하고, (앨범 분위기와)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멤버들도 좋아해서 타이틀곡으로 했다” 

"태희 형이 쓰는 곡이 되게 맑다. 이 나이에 내가 청순해질 수 있는 곡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Q.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윤도현은 두 달 동안 혼자 산에 있었다고 들었다.

윤도현 “양평 쪽에 콘테이너 박스 두 개 동으로 된 펜션이 있다.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고, 원래 랜탈용으로 만들어진 걸 내가 장기 렌트했다. 한 동에서는 먹고 자고, 한쪽은 작업하고 그랬다. 밤낮없이 작업하고 먹고 자고 그랬다. 완전히 풀어헤친 상태에서 곡 쓰고, 먹고 자고, 나가고 그런 식으로 완전히 자유롭게 느끼고 썼다. 그 두 달간의 생활이 없었으면 앨범이 안 나왔을 거 같다. 집중이 잘되더라. 조용하고 좋았다. 양평군 서종면에 있다. 정말 좋아서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너무 깊은 산도 아니고 너무 번잡하지도 않고 인테리어도 잘 돼 있다. 내가 갔다 온 뒤에 팬들이 많이 왔다갔다고 하더라” 

Q. 작업방식의 변화가 있었나?

윤도현 “그전에는 아웃라인만 잡아놓고 곡을 편곡만 했다. 이번엔 내가 좀 많이 한 거 같다. 혼자 편곡도 하고 기타 솔로도 치고 그런 식으로 하면서 하고 싶은 걸 쭉 늘어놓았다. 그렇게 해놓은 걸 같이 편곡하는 과정에서 많이 정리를 했다. 그렇게 완성이 됐다” 

김진원 “밴드라고 같이 작업해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래서 혼자 자유롭게 풀어줄 수가 있는 거다. 요즘은 기계도 좋지 않나. 머리로 생각한 걸 가장 빨리할 만들 수 있다. 그걸 멤버들에게 설명하고 합주하려고 하면 오히려 시간이 걸린다. 기계로, 컴퓨터로, 빨리 들어볼 수 있어서 시간적으로 에너지적으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다 듣고 또 다시 그 다음으로 연결 될 수 있어서 그렇게 했다” 

박태희 “그래서 이번 앨범이 되게 솔직하다. 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윤도현 “클리셰를 벗어나고 싶어서 항상 곡 쓸 때 머릿속에 ‘예측불허’를 염두에 두고 곡을 썼다. 그러다보니까 대중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걸 채워주는 멤버들이 있어서 실험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짜릿함을 중점적으로 썼다” 

Q. 바른 생활 밴드로 유명하다. 비뚤어지고 싶은 욕망은 없나?

윤도현 “나는 매일 한다. 매일 삐뚤어지고 싶다. 하하. 막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고 싶다. 되게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무대에서 미칠 수 있는 한계를 자꾸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려면 일상에서 절제가 있어야한다. 일상보다 무대에서 삐뚤어지고 싶다는 길을 택했다. 무대에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짜릿함을 느낀다” 

Q. 그럼 이번 콘서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계획인가?

윤도현 “10집 앨범 라이브 자체가 삐뚤어져있다. 곡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 편곡 하나하나가 평범하기보다 일상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여기서는 할 수 있다는 그런 음악이다.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것. 그게 삐뚤어지는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공연만 기다리고 있다”

Q. 멤버들은 윤도현의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김진원 “되게 낯설었다. 여태까지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가 안됐다. 가사나 멜로디도, 편곡도 그랬다. 낯설었던 게 처음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낯섦이 같이하면서 방향이 정해진다. 그런데 만약 예상한 곡이 나오면 또 아니었을 거 같다. 산에 들어가서 주는 곡이 예전이랑 비슷한 곡이 나왔으면 ‘그냥 여기까진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거다. 낯선 곡을 줬을 때 ‘뭔가 바뀌었다’, ‘뭔가 바꾸려고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반응을 해야하지 않나. 그래서 어떤 걸 갖고 어떤 걸 버릴 건지 고민을 했다. 그런걸 던져준 자체가 신기했다”

박태희 “여태 우리가 잘 안하던 스타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음악적으로나 가사나, 멜로디나, 곡이 주는 게 뭔가 다른 걸 하려고 한다고 많이 느꼈다‘  

Q. ‘다른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줄 수 있나?

윤도현 “앨범 만들 때마다 답습하는 걸 피하려고 생각한다. 그 음악적, 화성악적으로 가야되는 길들이 있지 않나. 그걸 틀어보고 싶었다. 코드를 이렇게 잡으면 편안한데 굳이 다른 코드를 잡으면 어떨까 그런 걸 많이 시도 했다. 그렇다고 너무 뒤틀리면 음악적으로 쓰레기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잘 매칭시키려고 했다. 비워낸 음악, 스페이스가 많은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싸이키델릭한 음악을 많이 들었다. 크림이라든가 라디오헤드라든가”

“생각이 바뀌어야 음악이 바뀌겠더라. 내가 맞다고 생각한게 틀릴 수도 있고 틀리다고 생각한 게 맞을 수도 있고 그런 걸 다시 바라봐야겠다싶어 많이 고민한 거 같다” 

“나의 가치관에 관한 내용들이 그렇다. 예를 들자면 음악적으로 봤을 때 나는 ‘노래를 이렇게 해야지’하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보컬을 듣고 ‘이건 아닌 거 같아’라고 생각한 것도 다시보고 열어두고 생각하고, 그냥 막 미친놈처럼 마구 부르고 그랬다. 산에 혼자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지, 아마 그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저사람 정신이 이상한 거 아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Q. ‘국민 밴드’라는 이미지로 인해 음악적인 부분도 한정되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 것을 탈피하려고 한 건가?

윤도현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내가 아침마다 밥과 반찬으로 깍두기와 된장찌개를 계속 먹었다면 다른 것도 먹고 싶지 않나. 그런 간단한 원리인 것 같다. 다른 옷을 입어보고 싶고, 다른 걸 먹고 싶고, YB 안에서 그러고 싶었다”

박태희 “앞선 질문과 연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노래를 들려줬을 때 드는 생각은 퀘스천 마크였다. 이전까지 보이지 않던 가사나 리프, 편곡의 방향들이 어색하고 그랬다. 우리도 결혼하고 가족도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정말 딴짓을 하는 것 같았다. 진원이는 낯설다고 했는데 나는 처음엔 퀘스천 마크였다. 그런데 가사가 몇 달 동안 바뀌어가는 걸 보며 ‘이렇게 쓴 이유가 그런 거구나’ 나중에 알았다. 변화들이 곳곳에 많이 묻어있다. 처음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이제 밥을 맛있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윤도현 “나의 나약함이나 그런 걸 음악으로 끌어내는 게 재미있었다. 오히려 내가 내 스스로, 내가 만든 음악에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그런 철학도 있고 그랬다”

Q. 달라진 음악을 들은 팬들 반응은 어떤가?

윤도현 “‘한 곡도 버릴 곡이 없다’가 주된 반응이다. 자랑스럽다. 하하” 

[인터뷰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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