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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루시드폴 “반려견 보현의 소리가 곧 음악…보현이 작곡한 곡도 있어요”

19.12.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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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은 어딘가 특이한 음악가이다. 

-물론 소속된 안테나뮤직의 뮤지션들은 다들 어마어마한 학력을 자랑하긴 하지만- 일단 가요계에서 흔히 보기 힘든 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는 것도 대단한데, 그것도 스위스 화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고 일산화질소 전달 미셀 발견으로 미국 약품 특허를 취득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화학자이다. 

그런데 결국 음악가의 길을 택했다.  

그렇게 음악에 매진하나 싶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제주도에 귤 농사를 지으러 내려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에이 1~2년 하다 말겠지’, ‘서울에 있으면서 가끔 내려가는 수준이겠지’라는 필자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트리며 5년이 넘도록 감귤 영농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유기농 인증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또 그 와중에 음악은 계속한다.

게다가 제주도에 내려가서 이어가는 음악활동들도 어딘가 평범하진 않다. 일례로 ‘누군가를 위한,’ 발매당시 CJ오쇼핑에서 ‘귤 1 kg+7집 앨범+사진 엽서+본인이 직접 쓴 책’으로 구성된 묶음상품 판매 방송을 한 것은 음반 프로모션의 한 획을 그은 레전드로 남아있다. 

그나마 ‘누군가를 위한,’은 마케팅 방식이 독특한 것이었지만, 이번 정규 9집 ‘너와 나’는 수록된 음악자체가 범상치 않다. 바로 자신의 반려견 보현을 컬래버레이션 파트너로 선택한 것인데, 단순히 보현의 소리를 음악에 담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콜라비 콘체르토’의 작곡가가 보현(!)으로 등록이 되어있다. 심지어 루시드폴은 저작권협회에 보현을 작가로 등록신청까지 한 상태라고 한다. 

이쯤 되니 ‘너와 나’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었으며, 어떤 음악이 담긴 앨범인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한 답을 루시드폴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 이하 일문일답

Q. 일단 정규 9집을 발매하는 소감을 듣고 싶다. 

루시드폴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맞다. 진짜 만감이 교차한다. 매번 그렇지만, 특히 더 그렇다. 너무 만감이 교차해서 정리를 못하겠다. 몸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내 자신과의 사투를 벌인 느낌이다. 진짜 ‘끝까지 완주할 수 있나?’ 생각한 적도 있고, 작업량이 방대해져서 홀가분한 기분도 있고, 아쉬운 마음도 있고... 진짜 인간으로서 할 건 다 해봤다는 느낌이다. 내가 가진 능력에 한해서 오랜 시간 착즙하듯이 쫙 짰다. 내가 사는 동네에 건강원이 많다. 비트를 즙으로 짜면 진짜 조금 남고 쫙 짜진다. 그렇게 짜고 난 비트가 된 기분이다”

“스스로 대견하다는 마음도 안 든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잘 못 돌봐서 그런다. 다들 어렵게 힘들게 작업을 하고 나도 어렵게 작업을 하지만, 저번 앨범보다 곡수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Q.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부상 때문에 힘들었던 것인가?

루시드폴 “손가락 부상을 시작으로, 뭔가 안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린다고 하지 않나. 작년에 손가락 수술하고 계속 이유 없이 그런 일들이 있었다. 아마 앨범이 나에게 특별하기도 하고, 안 해본 걸 해보기도 해서 몸이 신호를 보낸 거 같다” 

“손은 이제 괜찮다. 진짜 다행히 95%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Q. 보현이라는 친구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 

루시드폴 “2010년 2월에 데려왔다. 그때 4개월 정도 됐었다. 지금은 많이 컸다. 흔히 셀티라고 부르는 셔틀랜드 쉽독이다. 양치기 개이다. 아는 분 통해서 입양을 했는데, 곧 10년이 된다. 전에 서울에서 문수라는 아이를 키우다가 이 친구는 지금 우리 부모님과 살고 있고, 보현 한 마리만 키우고 있다”

Q. 보현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  

루시드폴 “문수도 그렇고 보현도 그렇고, 보통 절에 가면 석가모니 옆에 보살들이 있지 않나. 그 보살들 중에 문수, 보현 보살이 있다. 내가 오래 절에 다니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스스로 불자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가면 이름을 불러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불교에서 나무관세음보살이라고 외우면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보살님들 덕 좀 보려고, 이름을 그렇게 붙이면 덕을 받겠다고 생각했다. 문수는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은 코끼리를 타고 있는데 이덕(理德)과 정덕(定德)과 행덕(行德)을 상징한다. 알고 있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천을 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렇게 지었다”

“보현 본인이 아마 자기가 불자인지 모를 거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듯이 반려견이 보살들이다”

Q. 보현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인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족므 설명을 부탁한다. 

루시드폴 “이번 앨범을 ‘음악적인 사이드’로 본다면, 앨범이 책과 같이 나와서 ‘음악적’이라고 얘기했다. 음반에 13곡이 들어 있다.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음반에만 수록된 보너스 트랙이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줄 수 있다. 앨범 타이틀이 ‘너와 나’인데, 4곡은 ‘너의 노래’, 4곡은 ‘나의 노래’, 나머지는 ‘너와 나의 노래’다. 그게 다 섞여있다. 출판사 편집자가 흐름에 맞게 (트랙리스트를) 짜줬다. 그게 잘 맞아서 손을 대지 않았다. 보현의 입장에서 내가 가사를 쓰고, 내가 최대한 보현이 되어서 보현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해서 쓴 노래가 3곡이 있다. 그 곡에 보현의 화자가 된 가수가 3명이 있다. 차이(이수정), 정승환, 미즈키(MiiZUKi)이다. 나머지 하나가 선공개곡인 ‘콜라비 콘체르토’이다. 내 첫 선공개곡이다”

“‘콜라비 콘체르토’는 작곡이 루시드폴이 아니라 보현으로 되어있다. 나는 편곡뿐이다. 저작권협회에 보현을 등록을 할 거다. 보현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서 그쪽으로 받을 거다. 강아지들이 먹을 때 사람의 입에서 낼 수 없는, 객관적으로 들어도 굉장히 좋은 소리를 낼 때가 있다. 사과, 무, 당근 그런 걸 먹을 때 굉장히 상쾌한 소리를 낸다. 그게 음악적이었다. 파도소리나 빗소리가 좋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것도 나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보현이 콜라비를 먹는 소리를 채집해서 편집을 했다. 여러 소리들이 협주를 하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래서 제목도 ‘콜라비 콘체르토’라고 지었다. 우연히 사람들에게 들려줬는데 굉장히 재밌어하고 좋아하더라. ‘진짜 강아지와 같이 만든 음악인데...’라는 생각에 선공개를 하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그런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또 보현의 소리를 채집해서 전혀 다른 소리로 만들었다. 앨범의 3~4곡에 보현의 소리, 내가 내는 소리, 그런 걸 악기로 만들 순 없을까 고민을 했다. 실제로 곡의 리듬이 흔히 쓰는 샘플이나 연주도 있는데 보현의 소리로만 만든 것도 있다”

Q. 보현이 콜라비를 잘 먹나?

루시드폴 “보현은 먹는 것은 가리는 게 없다. 보현의 밥을 직접 만들어서 주는데, 우리와 먹는 게 거의 98%같다. 다만, 고기나 단백질을 잘 소화시키기 때문에 그런 종류는 편히 먹는데, 과일은 잘 씹어 먹게 해야 한다” 

Q. 처음부터 보현과 함께 만들려고 한 앨범인가?

루시드폴 “‘콜라비 콘체르토’라는 곡을 만들어야지, 보현이 콜라비를 좋아하니까 그런 건 아니었다. 어느 날 씹어 먹는 소리가 좋았다. ASMR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걸 녹음을 했다. 그게 정말 좋아서 컴퓨터로 받아서 그래뉼라 신테시스 기법으로 만들어봤다. 그래뉼라 시테시스라는게 순서를 바꾸고 파장을 다르게 해서 전혀 다른 소리를 내는 거다. 콩을 발효시켜서 간장이 나오는 것처럼 소리를 잘게 잘라서 다르게 붙이거나 높낮이를 바꾸거나 해서 다른 소리를 만드는 거다. 이걸 이용해서 악기를 만들었다. ‘콜라비 콘체르토’는 그렇게 만든 곡이다. 보현이 10마리가 된 것처럼 다른 피치, 다른 빠르기, 다른 느낌으로 협주되는 것처럼 만들었다. 난 편곡만 할 뿐이다. 음반에 넣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곡은 아니었다. 워낙 이상한 걸 좋아한다. 내가. 성격상” 

Q. 굉장히 흥미롭다. 그럼 앞으로 또 다른 동물과도 음악을 만들 계획이 있나?

루시드폴 “앞으로 식물과 컬래버레이션을 해보려고 한다. 우리 밭에 나무가 수백그루가 있다. 사실 식물과 작업을 했지만 못 수록한 곡도 있다. 진귤나무라는 게 있다. 우리 동내에 170년 된 진귤나무가 있다. 그 나무 밑에서 씨가 떨어지는 소리 그런 걸 채집하고, 또 진귤나무 싹을 가져와서 키웠는데, 나무 이파리에 모듈러 신스를 연결해서 나무가 내는 전기 신호를 받는다. 나무가 내는 전기신호를 소리로 바꾸는 모듈을 연결해서 나무가 연주하는 걸 받는 거다. 나는 아무것도 안한다. 채팅만 한다. 이걸 음계에 맞게 정리하는 정도의 필터링은 한다. 이런 작업도 조금 더 진지하고 본격적으로 하려 한다. 여름과 가을에 나무들이 내는 소리도 다를 거 같고 나무가 내는 시그널을 음악으로 만드는 거니까 훨씬 더 다양할 거 같다” 

“‘귤을 따면 소리가 변하지 않을까’ 그런 게 궁금하다. 5월에 꽃이 많이 피었을 때 열매가 맺는 8월에 소리가 다를 거 같다. 벌이 수정을 할 때 소리가 다를 거 같고, 그런 것이 궁금하다. 나는 그걸 할 수 있으니까 다음 연구테마로 하려 한다” 

Q. 반려견을 주제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루시드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손을 다치고 나서 다음 앨범은 어떻게 하지 그 걱정부터 했다. 2년에 한 번씩 앨범을 내고 있다. 앨범 내고 또 다음 앨범을 바로 준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작년 여름에 손을 다치고 막막한 마음에 의식적으로 기타곡을 안 듣고 싶더라. 내가 못 치니까 안 듣게 되더라. 손이 낫고 기타를 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그랬다. 철심을 3개를 박았다” 

“그러다가 출판사 쪽에서 번역서를 제안했다. 그림책이었는데 그 번역료를 유기견 보호소에 사료 보내는데 썼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번역을 한 거다. 그걸 출판사에서 알고 이런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처음 제안은 보현의 사진집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안하고 싶었다. 그런 게 없는 것도 아니고 또 딱히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강아지라는 것밖에 없는데 좋은 뜻이라도 왜해야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좀 지나고나니 내가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이 다양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 음악을 빼고 나머지를 듣다보니까 하고 싶은 음악이 오히려 다양해졌다. 실험적인 음악, 네오소울도 하고 싶고, 치밀한 음악, 프렌치하우스도 하고 싶고 그러더라. 그런데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루시드폴 음악으로는 안 묶였다. 그래서 차라리 보현이라는 테마를 고정시키면 스타일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다른 음악을 하는 분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도 훨씬 쉽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반과 책의 형태로 앨범으로 내고 싶다고 했는데 (출판사에서)좋다고 했다. 처음에는 5~6곡정도 번외편 앨범을 내려 한 건데 곡이 쌓이다보니 점점 프로젝트가 진지해졌고 이정도면 정규 앨범의 하나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루시드폴의 9집 앨범이 됐다” 

Q. 자신의 음악을 듣는 보현의 반응은 어떤가?

루시드폴 “들려줬는데, 유심히 듣고 있는 것 같다. 짖는 소리가 나면 반사적으로 짖는다. 보현의 ‘멍’ 소리가 삽입된 곡이 4년 전에 한 곡이 있었는데, 그 소리가 나면 보현도 막 짖는다. 이번에 노골적인 짖는 소리가 나는 곡이 3~4곡정도가 있다. 이번 곡에는 반응을 안 하더라.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 자기 목소리라는 걸 알고, 도 이게 음악이라는 걸 아는 게 아닐까 싶다” 

Q. 그럼 이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은 어떻게 들었으면 좋겠나?

루시드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많이 공감할 거 같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가사, 보현의 입장에서 부르는 노래들, 책속의 글들에 공감을 많이 할 거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은 잘 모르는 세상일 수 있지만, 크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반려동물이 사회적인 약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요즘 굉장히 갈등도 많고, 약자에 대한 배려 이슈도 많고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도 많이 언급이 된다. 쉽게 무시하고 자기를 과시하려하고, 그게 남녀의 문제든 성소수자 문제든,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든, 큰 연장선상에서 인간과 동물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같이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존재라면 같이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예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공존하는 방식이고, 굳이 동물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그런 콘텐츠로 봐줘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인터뷰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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