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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루시드폴 “유기농 감귤 인증 받으면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12.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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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Q. ‘누군가를 위한,’ 발매당시 진행했던 홈쇼핑이 많은 화제를 모았었다. 이번에는 계획이 없나?

루시드폴 “팔게 없어서...하하. 농담이고, 그건 그냥 좋은 레전드로 남고 싶다. 사실 너무 힘들었다. 하하”

Q. 피처링 아티스트의 기준이 있었나? 예를 들면 반려동물을 키운다든가 하는.

루시드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키우지 않는 친구도 있다. 딥샤워라는 프로듀서와 함께 했는데 딥샤워는 고양이 마니아다. 최근에 고양이 관련된 향수를 냈고, 수익을 반려동물을 위해 쓴다. 또 이수정, 차이는 시카고에 강아지가 있다고 하더라. 그 정도이다. 승환이는 아니고, 피처링은 철저히 음악위주로 했다”

Q. ‘산책 갈까?’의 피처링으로 표기된 루드릭 심브렐리우스(Ludvig Cimbrelius)는 누구인가? 스웨덴 음악가라고 설명이 되어있는데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됐나?

루시드폴 “그분 음악을 좋아해서 메일을 보냈다. 예전에 가명으로 활동을 했는데, 요즘은 안 쓰고 싶다고 하더라. ‘산책 갈까?’라는 음악을 만들기 전 여러 가지 들은 음악 중에 하나가 그분 음악이었다. ‘인사이더 트리’라는 음악을 듣고 좋아서 뭔가 같이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같이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하나는 한수 배우고 싶었다. 내가 앰비언트나 일렉을 많이 한사람이 아니라서 그랬다. 딥샤워도 그랬고 루비스코, 프렌치하우스를 하고 싶은데 같이 작업하면 배울 수 있겠다 싶어서 섭외를 했다. 데모를 만들어 보내주고 레이어링이라고 하는, 결을 덧댈 수 있는 악기를 작업해서 보내줬다. 또 ‘내가 제주에 사는데 한국의 섬이다. 내가 채집한 소리가 많고 보현이란 강아지와 함께 만든 음악인데 매일 산책하는 곳의 소리를 담은 거다. 그런데 네가 사는 곳의 소리도 보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면 음악적으로 연결될 거 같고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라 했더니, 자기 바다소리 호수에서 수영하는 소리 숲의 소리 그런 걸 많이 보내줬다. 그래서 ‘산책 갈까?’는 내가 수집한 소리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스웨덴 바닷가에서 갈매기들이 내는 소리로 끝나는 그런 음악이다. 나는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유럽까지 갔다 왔으니 글로벌한 앨범이다. 같이 이야기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루드릭 심스렐리우스를 개인적으로 알진 못한다. 몇 살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음악으로 알뿐이다. 그런데 좋았다” 

Q. 감귤 농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루시드폴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하하. 내가 홈쇼핑하면서도 그랬고 나중에도 놀랐던 건 ‘인증’, ‘완판’이라는 것에 크게 반응을 하더라. 실제 완판이라고 해봤자 얼마 안 된다. 우리나라에 유기농 인증 시스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와서 꼼꼼하게 따지고 인터뷰하고 1년간 다 확인하고 그런다. 나는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농사를 배워서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알고 있었다. 이제 7년차 가까이 지나보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에 제초제 뿌리면 풀이 안자란다. 그런데 유기농으로 하면 계속 제초를 해야 한다. 7~8월에는 예초하고 나면 바로 다시 자라있다. 진짜 힘들다.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배워서 그냥 그렇게 하는 거다. 인증이라는 것에 조마조마하고 그런 건 없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한건 내년이 되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거다. 농사를 처음 시작하고 1년 이상 무농약 인증에 맞게 하면 무농약 인증을 하고, 3년이 지나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총 5년 정도 걸린다. 그게 왜 간절하냐면 요즘은 굉장히 빠르지 않나, 확 나오고 확 사라지는데 농사는 시간이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5년, 7년이 되니까 유기농 인증을 받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유기농이라고 하고 싶다. 아직 유기농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그런 기억 때문에 내년에 유기농 감귤을 받으면 ‘열심히 부지런히 잘했네’라고 스스로 칭찬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식물로 음악을 내려한 것도, 여전히 나는 (식물에 대해)알고 있는 게 많이 없는 것 같다. 실험으로 치면 그 시기는 1년에 한번밖에 할 수 없어서 기간이 짧다. 어떻게 보면 해거리 때문에 2년에 한번밖에 할 수 없다. 또 묘목을 심으면 10년 후 에야 수확하고 그런다. 레몬이 묘목을 심으면 10년생부터 수확을 할 수 있다” 

Q. 식물로 음악을 내면 논문을 써볼 생각은 없나? 예전에 낸 논문이 네이처에 소개됐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루시드폴 “예전 논문이 네이처에 수록된 건 아니고, 네이처 케미스트리라는 잡지에서 이달의 주목할 만한 논문이라고 인용을 했다. 논문을 낼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논문을 낸다면 다른 걸로 냈으면 한다. 실험을 해놓고 못낸 것들이 있다. 그런데 (실험이)오래되긴 했다” 

Q.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을 ‘읽을 수 없는 책’으로 선정한 이유는 있나?

루시드폴 “어느 정도 앨범을 만들고 나면 회사의 제작팀에 보내고 타이틀을 골라달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름다운 날들’ 앨범, 서울에서 마지막 앨범이 2013년이었다. 그때는 타이틀을 뭘로 할까 주변에 물어보고 그랬는데 그 다음부턴 회사에 골라달라고 한다. 후반 작업을 할 때면 객관적으로 타이틀을 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한발 떨어져서 전체상황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뭘 골라도 상관없으니 회사에서 골라달라고 한다. 그래서 골라준 곡이 이곡이다. 루시드폴스럽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다. 회사의 판단은 이곡이 이 앨범을 가장 잘 이야기해주는 곡인 것 같다. 곡의 스타일이나 음악적인 걸 떠나서 그렇게 정해서 나온다” 

Q. 농사 수익은 어느 정도 되나? 혹시 음악 수익보다 더 많아지거나 그렇지는 않나?

루시드폴 “수익은 음악수익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하면서 수익을 얻으면 의미 있는 순간이 된다. 열심히 일을 하고 나무가 열심히 만든 귤이 우리나라 곳곳으로 가고... 택배를 보면 안가는 곳이 없다. 이 귤들이 내가 누구한테 어떻게 가는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딘가를 가서 맛있게 먹을 걸 생각하면 음악과 똑같더라. 그렇게 누군가가 돈을 벌고, 틈틈이 내가 필요한 악기를 사거나 음악에 필요한 뭔가를 하는데 들 거고, 그런 순환고리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신기하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Q. 아까 물어보지 못했는데, 보현의 입장에서 쓴 3개의 곡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루시드폴 “보현의 입장은 3곡인데 하나는 ‘I'll always wait for you’(아일 올웨이즈 웨이트 포 유)이다. 항상 너를 기다리고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괜찮아 이게 내 삶이니까’ 이런 이야기다. 책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지만 사람이 시간에 많이 의식하면서 살지 않나. 몇 살, 몇 시인지 묻고 하루라는 걸 만들어서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흐르는데 경계를 나누고...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개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이 그렇게 나뉘지 않을 거 같더라. 자는 시간 몇 시간, 산책하는 시간 몇 분, 밥 먹는 시간 몇 분, 그 사이의 시간은 전부다 기다리는 시간인 것 같더라. 개들에게는 시간이 곧 기다림의 연속이구나 싶었다. 그게 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시간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다” 

“또 한 의 크리스마스‘는 2~3년 전에 눈이 굉장히 많이 오던 날 정말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는 눈이 그만큼 오지 않았다. 언제 또 이렇게 재밌게 놀 수 있을까 언제 또 크리스마스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내용이다” 

“‘두근두근’은 차이, 수정씨가 부른 곡인데, 보현이 내 옆에서 내 노래를 들을 때가 많다. 그래서 ‘보현이가 내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그런 생각에 몰입해서 쓴 곡이다” 

Q. 마지막으로 보현은 루시드폴에게 어떤 존재인가?

루시드폴 “우리가 계속 의식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게 참 많구나. 10년을 살았지만 보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게 별로 없더라. 부모님하고 3~40년을 살았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 나를 보려고 생각한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보현의 소리를 채집하고 의식적으로 무슨 행위를 하는 순간, 수없이 지나던 길이 다르게 느껴지고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올해 한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보현의 입장에서 ‘얘는 왜 이럴까’ 그런 생각을 조금 더 치열하게 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읽을 수 없는 책인 거다. 그래도 그럼으로써 조금 더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보현과 나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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