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Live Forever Long’, 英美 록히어로가 만든 ‘ROCK의 밤
17.08.23 14:37

2017년 8월 22일 서울 잠실 보조경기장의 밤은 록 마니아에겐 그야말로 ‘Holy Night’이자 ‘loud Night’로 기억될 듯하다.
지난 22일 잠실 보조경기장에서는 더 모노톤즈와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그리고 푸 파이터즈(Foo Fighters)의 릴레이 콘서트 ‘Live Forever Long’이 열렸다.
리암 갤러거와 푸 파이터즈의 이번 공연은 지난 19일과 20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섬머소닉 2017에 이들이 참가하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영국과 미국 록의 아이콘인 두 밴드의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고마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화요일 저녁이라는 시간적인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제 주최 측이 밝힌 이날 공연의 관객수는 약 8,000명으로 리암 갤러거와 푸 파이터즈라는 이름값을 생각할 때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수치였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리암 갤러거나 푸 파이터즈까지 갈 것도 없이 오프닝 밴드이자 한국대표로 나선 더 모노톤즈부터 스트레스를 확 날려줄 시원한 록 사운드를 뿜어냈기때문이다.

20여분간의 짧은 런닝 타임이었지만 알찬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운 더 모노톤즈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건 리암 갤러거였다. '강남스타일'을 인트로곡으로 선택하는 한국 한정 쇼맨쉽을 선보이며 등장한 리암 갤러거는 오아시스(Oasis) 시절의 명곡인 'Rock 'n' Roll Star', 'Morning Glory', 'D'You Know What I Mean?', 'Be Here Now' 등은 물론 'Wall of Glass', 'Greedy Soul', 'For What It's Worth' 등 솔로곡과 비디 아이(Beady Eye) 시절의 'Soul Love' 등을 골고루 들려주었다.
리암 갤러거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곡은 당연히 'Wonderwall'이었다. "'Wonderwall'을 원해?"라고 외치며 노래를 시작한 리암 갤러거의 목소리에 맞춰 약속이나 한 듯이 떼창이 이어졌고, 그렇게 여름 밤의 한 장을 장식했다.
리암 갤러거의 바톤을 이어 받은 푸 파이터즈는 보다 격렬한 사운드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푸 파이터즈는 'All My Life'부터 'Learn to Fly', 'The Pretender', 'My Hero'까지 연달아 내달리며 인사를 건넸고, 관객들은 열띤 환호와 점프로 이에 호응했다.
이어진 무대 역시 'Big Me' 정도를 제외하면 'Run', 'Times Like These', 'Rope', 'Walk', 'Monkey Wrench' 등 대부분이 소위 '달리는 노래'들로 채워졌고, 'Best of You', 'Everlong'을 끝으로 '2017년 록의 밤'으로 기록될 이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Live Forever Long’은 록 마니아라면 현장에 있지 못한 것을 두고 두고 후회할 정도로 '록의, 록에 의한, 록을 위한' 콘서트였다.
지금이 록의 전성기 시절처럼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록스타들이 할거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록의 본고장인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스타 -비록 한 명이긴 하지만- 오아시스와 푸 파이터즈가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는 건 국내 록 공연사에 기념할만한 사건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 국내 공연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리암 갤러거와 푸 파이터즈가 대한민국에서 연달아 무대에 오르는 공연은 이번 ‘Live Forever Long’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Live Forever Long’은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내 록 공연 역사의 한 순간을 함께 했다는 의미를 지닌 공연인 셈이다.

물론 제아무리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공연이라고 해도 공연 그 자체가 엉망이라면 사람들의 사람들의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떠올리기 싫은 악몽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Live Forever Long’에서 리암 갤러거와 푸 파이터즈 -그리고 더 모노톤즈- 는 모든 관객에게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만한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며 자신들이 왜 과거도 현재도 록씬을 대표하는 아이콘인지를 증명해 보였다.
단순히 록 씬의 두 영웅의 무대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브리티쉬와 아메리칸의 상반된 감성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날 공연의 또다른 재미였다.
브리티쉬록의 아이콘인 리암 갤러거는 특유의 '뒷짐 창법'으로 락앤롤부터 어쿠스틱을 넘나들며 감성넘치는 멜로디라인의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인 반면, 아메리칸 얼터너티브록의 아이콘인 푸 파이터즈는 시동일관 몸을 흔들고 뛰어다니며 샤우팅 보컬,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 이펙트의 기타 사운드, 강렬한 드러밍 등 화끈한 무대로 '록'이 지닌 여러가지 매력을 전했다.

앞서 말해듯이 ‘Live Forever Long’은 국내에서 다시 보기 힘든 '록의, 록에 의한, 록을 위한' 콘서트임였다. 아무리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지만, 앞으로 꽤 오랫동안은 록 마니아를 위한 이보다 더 완벽한 공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라이브네이션)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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