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권순관 “‘너에게’는 아내를 향해 쓴 노래…듣고 펑펑 울더라”
20.03.09 15:28
특유의 아름다움과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권순관이 무려 7년 만에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권순관의 신작 ‘Connected’(커넥티드)는 앨범명 그대로 ‘연결’에 관한 이야기로, ‘연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이전보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스타일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전과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것이 권순관 특유의 감성과 아름다움이 옅어졌다는 뜻은 아니니까.
반대로,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감성이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앨범이 바로 ‘Connected’이다.
오랫동안 권순관의 앨범을 기다려왔을 팬들을 위해 그가 밝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이하 일문일답
Q. 7년만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권순관 “노리플라이 3집을 중간에 내서 (개인적으로)7년이라는 시간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햇수를 말하니 그렇게 내가 일을 안했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꾸준히 음악을 쌓아오면서 방향이 바뀌고 색이 바뀐 걸 들려줄 수 있어서 설레고, 오랜만에 마실 나가는 느낌이다”
Q. 언제부터 솔로앨범을 준비한 건가?
권순관 “작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했다. 1년 정도 걸렸는데 원래는 겨울에 내려고 했다. 아주 추울 때 내려고 했는데, 3월에 나오게 됐다. 3월이면 봄이다. 곡수가 늘어나서 풀 앨범을 만들다보니 좀 늦어졌다. 또 내가 다리를 다쳐서 수술하다가 시간이 걸렸고 하다 보니 늦어졌다”
Q. 계절감이 있는 음악들인가?
권순관 “음악이 계절을 탄다고 생각한건 아닌데, 이 음악은 겨울에 들었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때 고요하게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악을 들은 사람은 다 ‘봄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하더라. 하하. 내가 노리는 바와는 달라진 거 같다”
Q. 그럼 ‘Connected’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나?
권순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직접적인 이야기가 들어있다. ‘너에게’ 같은 곡은 아내에게 쓴 곡이기도 하다. 같이 힘든 시간을 걸어왔는데, 그런 시간이 어려워도 그 시간들조차 다 사랑의 완성의 과정이라는 내용이다.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아내에게 노래를 들려줬는데, 아내가 듣고 펑펑 울더라. 나에게 정말 용기가 되고 힘이 됐다. ‘힘든 일이 지나고 봄이 됐을 때 날씨 좋은날 나깔까요, 한숨 돌려도 될까요’ 하는 내용이다. 항상 나는 부족한 사람 부족한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이미지를 크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구체적이지 않고 중의적으로 (가사를)쓰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한사람에게 말하는 게 가장 큰 의미였던 거 같다”
Q. 그럼 특정 누군가를 향한 앨범인가?
권순관 “앨범 전체적으로는 한사람에게만 말하는 건 아니다. ‘이사’ 같은 노래는 끝과 시작의 중간점이다. 그런 장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전작 ‘A Door’(어 도어)도 문을 나가는 게 끝과 시작의 시점이고, ‘이사’도 그런 접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텅 빈 공간을 보는 감정이 좋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런 걸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깨달아’는 그리움에 대한 노래로 스쳐지나간 친구나 연인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너에게’는 특정 대상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대상이 다양하다”
Q. 앨범명인 ‘Connected’는 어떤 의미인가? 수록곡 중에도 ‘‘Connected’가 있던데?
권순관 “앨범명인 ‘Connected’(커넥티드)는 ‘연결되다’는 뜻인데, 나라는 사람이 예전엔 혼자 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성향상으로도 그랬고, 내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야 함께한 사람, 함께하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나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와 이 사람의 관계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라는 그런 운명론적인 사고에서 앨범을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Connected’라고 지었다. 사람들과의 연결, 연결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유, 신앙적인 것들 등등... 모든 게 마찬가지로 이미 내가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지었다”
Q. 그럼 타이틀곡을 ‘Connected’가 아닌 ‘너에게’로 정한건 아내의 뜻인 건가?
권순관 “아니다. 와이프는 다른 노래를 좋아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뭘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비우고 싶었다. ‘Connected’는 앨범 전체를 통과하는 의미고, 소소하고 비어있는 그런 노래가 전면으로 나왔으면 해서 ‘너에게’로 정했다”
Q. ‘Connected’에는 크러쉬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권순관 “크러쉬는 서로 좋아하기도 하고, 음악을 존중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1순위였다. 나에겐 도전이 된 곡이었다. 흑인 소울이 기반이었고 내가 전체를 불렀을 때 재미없고 너무 착하더라. 트렌디한 부분과 스타일리시한 부분도 있는데, 내 목소리만으로는 이걸 다 살릴 수가 없더라. 고민을 하다가 (크러쉬에게)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해줬다. 좋아하는 접점이 있었다. 또 같이 작업하며 놀란 게 작업방식이 되게 자유롭더라. 노래 한 소절 하고 갑자기 코러스를 쌓고 그러더라. 녹음에 대해 전혀 강박이나 압박이 없더라. 나는 곡을 다 부르지 않으면 불안해서 다 하고 나오는 편인데, 그 친구는 바로 그 흥을 가지고 하더라. 크러쉬가 부르니까 장르가 바뀌더라. 더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된 거 같다”
Q. 은근히 여러 분야의 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했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스타가 있다면?
권순관 “일단 내가 자이언티를 좋아하는데 그분이랑 잠깐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는데, 나와 접근 방식이 완전 다르다. 나는 멜로디나 분위기로 출발한다면 그 친구는 아이디어나 킬링 포인트로 출발한다. 그게 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각인 거 같다. 천재적으로 잘하더라. 그 친구가 킬링포인트 만들고 내가 전체적인 멜로디와 분위기를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거 같다”
“또 예전에 배우 한효주, 전소민과 배지현 아나운서와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요즘에는 박소담 님도 관심이 가고 봉준호 감독님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Q. 한창 프로듀서로 활약하다가 다시 플레이어가 됐다. 차이가 있나?
권순관 “차이가 확실히 있다. 나는 작곡가로 데뷔를 했다. 그러다보니까 곡을 만들고 하는 건 나에겐 큰 부담감은 없고 재밌는데, 무대에서 노래하고 그런 건 부담이더라. 이게 항상 목 컨디션도 관리해야하고 하는데, 잘하지 않으면 잘 나오지 않고 그런다. 마음도 대범해져야하고 그래서 공연을 하려면 되게 힘들더라. 이건 필사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겠다고 느꼈다. 대중이 보기엔 나도 똑같은 가수다. 프로듀서로 보고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 그런 게 부담이 돼서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2월 공연도 솔로곡을 처음 공개하는데 부담이 엄청 있었다. 신곡이다 보니 다들 모르는 음악이라 조용히 듣고 그래서 더 힘들었다. 전곡을 신곡을 하는 건 쉽지 않구나 생각했다. 하하. 그런데 마지막 앙코르를 신곡으로 했는데 (관객들이)많이 울더라. 그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이 돌아오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오랜 세월 기다린 설움일 수도 있는데 반가움과 기다림에 대한 시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메시지도 받고 감동했다. 다만, 공연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앨범으로 제대로 보답하고 싶다”
[인터뷰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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