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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권순관 “‘커넥티드’는 비우고 만든 앨범…‘같이 가는 음악’이면 좋겠다”

20.03.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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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Q. 주변에서는 이번 앨범에 어떤 반응인가?

권순관 “(정)욱재는 말을 안 한다. 하하. 그냥 툭툭 안아주고 그런다. 가족 같아서 그런다. 권영찬은 작업을 처음 맡겼을 때 ‘너무 감동을 해서 정말 힘을 내서 작업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말해 줘서 내가 더 힘을 받았다. 나는 항상 갈피를 잘 못 잡는데, 그 친구가 많이 중심을 잡아줬다. 나중에 김동률에게도 들려줬는데, 들려줄 때는 항상 조바심을 내고 들려준다. 저번 앨범도 그렇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는데 좋은 말씀을 잘 안 해준다. 그런데 이번에는 ‘흠 잡을 데 없고 정말 좋았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타이틀은 자신의 생각과 달랐다고만 했다. 자기는 4번 트랙(‘다시 만날 때까지’)을 타이틀로 생각했다고 하더라” 

Q. 처음으로 칭찬을 했다니까 조금 궁금해지는데, 김동률이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를 해줬나?

권순관 “처음에 들려줄 때 (김동률이)‘어떻게 될 거 같아’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진짜 모르겠다. 마음을 비웠다’고 대답했는데, ‘비워서 그런지 훨씬 더 좋게 들렸다’고 하더라. 보컬이 전체적으로 좋아져서 팬들이 좋아할 거 같고, 흐름 자체가 (예전의)내 음악은 몇 번 들어야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다 들어와서 좋았다고, 고급스러웠다고 해주더라” 

Q. 아내는 뭐라고 했나?

권순관 “아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휘둘리지 말고 인생에 이런 앨범 내는 게 의미가 깊고 자기도 만족한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나도 신경 안 쓰고 감사한 마음으로 앨범 발표를 준비한 것 같다. 굉장히 용기가 많이 됐다. 작업하는 과정들을 굉장히 많이 들려줬다. 아내도 그런 쪽 일을 하고 있어서 듣는 귀가 있다 보니 의지를 많이 한다. 그런 부분도 전 앨범과 많이 다른 점이다 힘이 많이 된 거 같다”

Q. 비우는 이유는?

권순관 “노리플라이 앨범을 명반으로 만들려고 힘을 많이 썼는데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생기더라. 그런 부분이 아쉬워서 이번엔 편곡자들과 즐겁게 작업하자는 생각이었다. 같이 협업하면서 작업하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내가 굉장히 피곤하게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에는 권영찬이 ‘1집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고 하더라. 그게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 모르겠지만, 이 앨범은 그렇게 작업해야 간결하게 들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노리플라이 2집은 집중해서 들어야했다. 이번엔 그렇지 않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요즘 듣고 있는 음악들도 그런 힘이 빠진 노래들이기도 하다”

Q. 요즘 자주 듣는 노래들을 살짝 소개해 준다면?

권순관 “외국 포크들인데, 부르노 메이저(Bruno Major)나  리안 라하바스(Lianne LaHavas),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 그런 노래를 찾게 되는 거 같다. 국내도 비우는 뮤지션들, 루시드폴 같은 나른한 노래들을 좋아했다. 접근이 다르긴 한데, 그런 식의 스타일이 좋았다. 내 앨범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일하거나 그럴 때 틀어놓거나 드라이브하면서 들을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을 추구했다” 

Q. 그럼 이번 ‘Connected’를 자신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권순관 “이전 작품도 아끼는 작품이 많아서... 노리플라이 ‘주변인’이나 ‘그대 걷던 길’, ‘여정’, 솔로 1집 ‘건너편’ 이런 노래를 생각하면 그런 감성은 또 다르다. 뭐가 더 잘했다, 낫다라기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표현할 수 있는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Q. 트랙리스트 구성에도 장르적으로나 스토리적으로나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권순관 “맞다 스토리는 이전의 접점과 지금의 접점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고 마지막에 신앙적인 ‘터널’이라는 이야기도 하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장르적으로도 의도를 했다. 이쯤에서 리듬감 있는 음악을 듣고 싶어질 때 그런 곡을 배치하고, ‘STAY’(스테이) 같은 노래는 후반부에 커지는 노래라서 후반부에 배치했다.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 같은 구성을 해보았다”

Q. 이번 앨범을 통해 욕심나는 게 있다면?

권순관 “그냥 기존에 좋아해줬던 분들이 다시 좋아해주고 그런 거다. 많은걸 바라는 건 아니다. 앞으로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정도? 그런 하나의 좋은 시간인 거 같다”

“물론 그런 건 있다. 회사도 규모가 커지고 나도 가장이 되고 그러다보니까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은 있다. 또 이제는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싶다. 시대가 바뀌다보니까 브이로그도 준비하고 그런다. (예전은)나란 사람을 많이 가둬놓은 시기였다 이제는 부끄러울 것도 없고 편하게 소통하고 만나고 그러려고 한다” 

Q. 다음 앨범도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

권순관 “구상하는 것도 있고 이번에 수록하지 못한 노래들을 EP로 해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지금 박사 과정중이라 시간이 없어서 노리플라이는 올해 어려울 거 같다”  

Q. 젊은 친구들에게 권순관이라는 음악가가 어떻게 보이면 좋겠나?

권순관 “마치 고인물 같이 보일 수도 있다. 예전 세대의 답습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아니고 뭔가 더 깊은 생각을 하는, 따뜻한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평양냉면에 비유를 하기도 했는데, 그냥 우직하게 장인처럼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지금 추세가 자극적 사랑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그런데, 자극적인 소재나 음악이 아니어도 이렇게 맛깔나게 만족할 수 있는 음악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Q. 장인이라고 했는데, 스스로 음악적인 역량이 어느 수준에 도달한 것 같나?

권순관 “나는 음악을 평생 할 생각인데 지금은 중간쯤, 중간도 안 된 거 같다. 4분의 1지점인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아쉬움이 없는 앨범이 없고,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동력이 된다. 위대한 뮤지션의 삶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그 시대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후에 가치를 인정받는 사람을 보고 방향을 그렇게 잡고 있다. 내가 죽을 때 (온전히)인정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방향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순관 “오래 기다려준 만큼 기대에 만족할 만한 앨범이 됐으면 좋겠고, 편하게 들었으면 하는 앨범이다. 노리플라이나 솔로를 구분 짓지 않고 앨범을 만들었다. 꼭 솔로라기보다 기존에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는 거다. 웃음 지을 수 있는,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한다” 

“내가 삶이 바뀌면서 시야가 바뀌더라. 팬들도 그렇게 바뀌었을 거다. 시대가 바뀌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을 거다. 나는 그냥 같이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이 시선을 앨범에 표현하고 싶었다. 나라는 주체, 가족으로서 삶을 담고 싶은 이유가 ‘같이 가고 싶어서’였다. 어디 가지 않고 소소하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계속 항상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이 나오고 위로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늘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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