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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크러쉬 “영혼을 갈아 넣은 정규앨범…굉장히 긴장되네요”

19.12.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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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깡패’, ‘차트이터’

이제는 많은 사람들 앞에 으레 붙는 수식어가 됐지만, 크러쉬만큼 이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가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피하지 않고 맞붙어 기어코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내는 크러쉬의 모습은 그야말로 세간의 강자들을 차례차례 꺾고 최고의 협객이 되는 낭만주먹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차트 성적에 관한 비유이지, 실제 크러쉬는 깡패나 폭력 등의 단어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미지이다- 

5년 6개월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From Midnight To Sunrise’(프롬 미드나이트 투 선라이즈) 역시 크러쉬의 이런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12월 5일 발매 직후 더블타이틀곡인 ‘With You’(위드 유)와 ‘Alone’(얼론)은 물론이고 수록곡 대부분이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며 여전한 ‘음원깡패’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이미 크러쉬라는 가수에 대해, 또 그의 음악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또 이미 이를 즐기고 있지만, 제대로 알고 듣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는 법. 

‘From Midnight To Sunrise’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크러쉬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이하 크러쉬와의 일문일답

Q. 일단 소감은 어떤가. 

크러쉬 “5년 6개월 만에 12곡짜리 2집 정규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더블 타이틀곡은 ‘With You’와 ‘Alone’(얼론)이다. 지금도 긴장이 된다. 위가 꼬이는 것 같다. 오랜만의 정규라서 그런다. 그만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하고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Q. 정규 1집 발표 이후로도 꾸준히 활동을 했다. 그런데도 긴장이 많이 되나?

크러쉬 “싱글이나 EP는 확실히 사이즈가 정규보다 작으니까 부담감이 크진 않았는데, 이 앨범은 정말 나의 영혼을 갈아 넣은 앨범이다. 이 앨범을 완성하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굉장히 긴장이 많이 된다”

Q. 3년이나 걸렸나?

크러쉬 “이 앨범을 처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게 3년 전이다. 그때부터 노래들을 차곡차곡 보관했다가 꺼내서 작업하고 다듬고 그렇게 했다. 그사이 다른 EP나 싱글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 앨범을 처음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Q. 앞선 다른 인터뷰에서 앨범을 준비하면서 6kg이 빠졌다고 했다. 

크러쉬 “이 앨범은 확실한 스토리와 주제를 가지고 있다. (작업은 마쳤지만)이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곡도 많다. 또 음악작업을 하다보니까 온전한 상태로 작업하기 쉽지 않다. 많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살이 빠진 것 같다. 완성을 하고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 그런데 빠진 살이 다시 찌진 않더라”

Q. 앨범의 ‘확실한 스토리와 주제’는 무엇인가?

크러쉬 “예전부터 그랬지만 새벽 1~2시부터 5~6시까지는 작업하는 시간이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작업한 곡이 많다. 그래서 ‘From Midnight To Sunrise’‘라고 앨범명을 지었다. 또 3년 전에 EP를 작업하다가 새벽에 한강 산책을 갔다. 동쪽에는 해가 뜨고 있었고 서쪽은 깜깜한 저녁이더라. 그때 사색에 잠겼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자아성찰을 하고, 이런 테마로 앨범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힌트를 얻었다.. 그러면서 하루라는 테마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게 트랙을 배치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새벽까지를 12곡에 수록했다. 그러다보니까 스토리텔링이 분명하고 확실해지지 않았나 싶다” 

Q. 그런 걸 감안해도 5년 6개월은 오래 걸린 느낌이다. 

크러쉬 “나름 준비가 됐을 때 내고 싶었다. 5년 동안 작업물을 발표하면서 나의 방향성에 집중해서 완성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름대로 고민과 연구와 노력 끝에 완성된 앨범이다” 

Q. 그럼 고민의 답은 찾았나?

크러쉬 “답은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도 많은 경험과 깨달음이 있었다. 많이 배운 거 같다. 만들면서 그랬다. 그전엔 전체적인 톤에 많이 신경을 많이 못썼다. 또 예전에도 공을 많이 들인 건 같지만, 역동성이 0~100이라고 쳤을 때 전부 다 100으로 생각하고 쏟아 부은 거 같다. 이번에 강약조절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많은 배움이 있었다” 

Q. 타이틀곡인 ‘With You’와 ‘Alone’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크러쉬 "‘Alone’은 내가 힘들 때 이를 해소할 유일한 창구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고, 많은 분들의 아픔을 해결은 못해도 위로와 공감을 해주고 싶다는 테마가 담겼다. ‘With You’는 90년대 감성이 짙게 띄고 있다. 조건 없는 완전한 사랑에 대한 테마를 잡고 만들었다“ 

Q. 장르적으로 실험하거나 도전한 부분이 있나?

크러쉬 “굉장히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했다. 3년 전부터 바이닐을 모았다. 아날로그 매력이 가득 차 있다. LP로 들었을 때 터칭되는 것이 많아서 시작했는데, 옛날 음악, 7~80년대 8~90년대 음악을 들으면서 조금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 당시 뮤지션은 어떤 악기를 썼고 어떤 방식들로 표현 했는지, 그런 걸 많이 참고했다. 옛날 악기도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도 했다” 

Q. 어떤 악기를 썼나?

크러쉬 “쥬피터6라는 롤랜드사 악기를 썼고, 팝 프로듀서나 재즈 뮤지션도 많이 스는 주노60이라는 것도 쓰고 그랬다. 이펙터까지 8개정도 악시를 새로 구매했다” 

Q. ‘Alone’은 가스펠적인 느낌이다. 종교적인 의미도 있나?

크러쉬 “그렇지는 않다. 다만, 코러스, 화음을 쌓는 방식에 대해서 그런 부분에 흥미를 많이 느꼈다. 밸런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화음만 쌓으면 안의 드라마가 불분명해질 것같아서 적재적소에 오케스트라 하모니를 많이 깔았다. 그래서 가스펠처럼 들릴 수도 있다. 시대적인 배경이 90년대 뮤지션이 영향이 있어서 그런 코러스가 가스펠의 DNA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사실 크러쉬의 나이대는 레트로로 라고 부르는 시대의 음악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예전음악을 어떻게 듣게 됐고, 어떻게 느끼나?

크러쉬 “솔직히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넘어가는 시절부터 90년대 미국 R&B를 좋아하고 즐겨들었다. 얼마 전에 신중현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한 얘긴데, 요즘 젊은이는 시대를 골라서 탄다고 하더라. 그런 옛날 감성의 음악과 문화를 유튜브로 접할 수 있어서 시대를 선택해서 탈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문화에 대해, 음악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흉내내기보다 재미있어서 듣고 하게 됐는데 그런 게 자양분이 있다. 재미의 포인트는 있다. 그때 어떤 악기, 어떤 마이크, 어떤 방식의 녹음을 사용했는지 다 세세하게 나와 있다. 그런 재미가 있다”

“요즘 컴퓨터상의 음악보다 아날로그 악기들에서 나오는 소리가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때 신디사이저에서 나오는 음색이 레트로에 잘 묻는다고 생각한다” 

Q. 과거에는 앞에 나서는 타입이 아니었다. 심경변화가 있었나?

크러쉬 “나도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고, 내가 소모품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일기에서 많이 힌트를 얻었고 많이 극복했다” 

Q. 더블타이틀을 한 이유가 있나?
 
크러쉬 “가장 애정하는 두 곡이라서 선택한 거 같다” 

Q. 시간의 흐름에 따른 앨범이라고 했다. 각 트랙의 시간대를 말해줄 수 있나.

크러쉬 “시간대는 1번 트랙은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전이다. 2번 트랙은 해가 뜰 때, 이른 출근시간이 배경이다. 3번은 본격적인 아침, 4, 5트랙은 시간적배경이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다. 6번은 화창한 오후, 7번부터는 이 앨범의 2부 같은 느낌이다. 해질녘 저녁에 돌입하고, 그러면서 점점 깊은 밤으로 가고 12번은 잠들지 못해서 뒤척이는 분들에게 ‘잘자’라고 재워드리는 노래다‘

Q. 혹시 싸이가 도움을 준 부분이 있나?

크러쉬 “전체적인 밸런스나 음악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해줬다. 테크니컬한 부분에서 도움을 주기보다 큰 그림을 보게 조언을 해줬다. 전체적인,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이해도가 높고 많은 도움을 줬다” 

Q. 앨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은 누군가?

크러쉬 “이번에 7곡을 작업한 홍소진 씨라는 분이 계신다. 건반 세션으로 유명하다. 작편곡자로 유명한대 내가 만든 밴드 팀에 속해있다. 그분이랑 나와 같이 작업을 많이 했다. 아직도 발표하지 않은 곡을 많이 보관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 누나와 작업한곡이 많았다. 그 누나는 90년대를 경험했다. 음악적으로 많이 영감을 많이 주고받으면서 이런 앨범이 완성될 수 있었던 거 같다. (홍소진이) 이 앨범의 1등 공신인거 같다”

Q. ‘Alone’의 작사를 함께한 NOV는 친누나이다. 원래 친누나와 작업을 자주하나?

크러쉬 “친누나가 NOV라고 싱어송라이터다.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한다. 이걸 가사로 써야갰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주고받으면서 한 이야기를 가사로 쓴 경우가 많다. 누나 노래에 내가 참여한 적도 있고, 그렇다. 작사를 해야겠다고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참여한 적이 많다. 서로 음악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로 많이 의지하고 기대고 그러다보니까 음악적인 교류와 교감도 많은 것 같다” 

Q. 아버지도 음악을 하신 걸로 안다. 

크러쉬 “앨범을 낸 건 아니다. 음악을 하겠다고 했는데 할아버지의 반대로 못했다. 할아버지가 공부를 하라고 해서 데뷔는 못했다. 아버지는 지금도 노래하고 그런 걸 좋아한다. 가끔 나에게 연락해서 본인 앨범 내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런다. 절대 안 된다고 그랬다”

Q. 소속되어있는 팬시차일드 크루와는 어떤 교류가 있었나.

크러쉬 “음악적인 교류보다 인간적인 교류를 많이 한 거 같다. 음악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그런 기회는 많이 없었다.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하고 음악 이야기 하고 그랬다. 그런데 (서로)자기 앨범 들려주고 그러는 건 많이 안하는 편이다” 

②에 계속

최현정 기자 gagnrad@happy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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