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미리 보는 영화' [킥애스] 시리즈 코믹스 살펴보기
13.09.06 10:01
2010년 매튜 본 감독이 마크 밀러의 문제작 [킥애스]를 '진짜로' 영상화 했을 때 약간의 우려 섞인 반응들이 많았다. 일반 히어로물 처럼 초능력을 쓰는 능력자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요, 일상생활에 제대로 적응 못하는 만화 '오타쿠'와 미치광이 살인마와 다를 바 없는 '히어로 10대 소녀'가 악당들과 싸우는 '하드고어 코믹스' [킥애스]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원작자 마크 밀러도 이게 영화화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을 정도로 만화는 말도 안 되게 잔인했다.
다행히 매튜 본이 만든 [킥애스]의 영화 버전은 우려와 달리 너무 훌륭하게 나왔었다. 그야말로 '히어로 영화계의 혁명'이다 라고 할 정도로 '펑키함'과 '느와르'적인 요소를 적절이 섞은 이 작품은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만화의 특성과 관객의 취향을 잘 알고 있었던 매튜 본 이기에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었지만 [킥애스]의 원작은 이와는 전혀 다른 '잔혹한 작품'이다.
어찌 됐든 매튜 본은 이 영화의 성공으로 평단과 영화팬들의 큰 지지를 받으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연출할 수 있었고 헐리웃의 차기 장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지금 [킥애스]의 속편 [킥애스2]가 등장 했으며 그와 동시에 원작 코믹스도 국내에 출간되어 국내 영화,코믹스 팬들에게 원작 본연의 매력을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오늘은 영화의 개봉에 맞춰 국내에 출간하게 된 영화의 원작 코믹스인 3권의 [킥애스] 시리즈를 살펴보며 영화 버전의 [킥애스] 시리즈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후속작을 미리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1.[킥애스] 예습 복습하기. [킥애스 1권]
영화 [킥애스]의 원작격인 작품은 바로 [킥애스 1권]이다. 한창 영화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도 원작 코믹스는 지속해서 연재되고 있었다. [원티드][슈퍼맨 레드선][시빌워]의 작가 마크 밀러와 존 로미타 주니어가 함께 작업한 [킥애스]의 시작은 영화의 오프닝과 똑같이 슈퍼 히어로를 동경하는 이민자가 코스튬을 착용하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현실과 일상에서 소심하게 살면서 만화를 통해 대리만족하려는 만화광이자 '킥애스'인 주인공 데이브 리쥬스키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아론 존슨이 연기한 인간미가 있었던 '덕후 캐릭터'와 다르게 원작의 데이브는 너무나 비참하고 불쌍하게 그려진다. 엄마를 '돌연사'로 잃어버리면서 아빠와 단둘이 살면서 게임과 만화에 빠져들다가 현실과 허구를 구분 못 하고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 스스로 코스툼을 입고 걸어 다니는 그는 누가 봐도 '정신병자'이자 '변태'로 오인할만하다. 게다가 데이브가 만화와 다르게 맞부딪치게 되는 폭력의 현실은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하다.
영화 속의 장면처럼 길거리 불량배들과 싸우다 칼을 맞고 휘청거리는 데이브에게 어느 누구 하나 도움의 손길도 주지 못할망정 지나가는 차가 그를 치고 뺑소니할 정도로 현실은 끔찍했다. 이는 영화에서 생략된 장면으로 잔인하고 비참하게 그려져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수술을 통해 온몸에 단단한 철심과 고철을 박게 된 데이브는 만화가 자기 자신을 망쳤다고 생각하며 이를 불태우지만 데이브는 다시 코스툼을 입고 길거리에 나서게 되고 전에 얻게된 폭력의 경험을 토대로 악당들로부터 쫓기던 남자를 구하게 된다.
그로 인해 인터넷의 대스타가 된 데이브는 '킥애스'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얻게되고 그는 이러한 사회적 열풍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데이브를 목숨을 담보로 싸워야 하는 진짜 폭력의 세계로 인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킥애스' 데이브는 진짜 폭력 조직과의 암투에 이끌려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자신과 똑같이 코스툼을 입은 소녀 '힛걸'과 그녀의 아버지인 '빅 대디'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된다. [킥애스]의 영화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어린 소녀인 '힛걸'이 누구도 입에 담기 힘든 육두문자를 사용하며 잔혹하게 악당들을 죽이는 장면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그려지는 장면이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일부 영화팬들은 이 부분에 열광하면서도 수위를 넘나드는 폭력신에 역겨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원작 만화를 본다면 영화가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하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된다.
[킥애스]의 원작은 '힛걸'의 맹활약이 두드러진 작품인데 그녀가 '쌍칼'을 들고 악당들의 머리와 신체를 잔인하게 베어내는 부분은 너무나도 잔혹하게 그려지며 피와 신체절단의 향연이 그대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아무리 미국 코믹스에 대해 적응력을 키웠다는 영화,만화팬이 이 작품을 본다한들 [킥애스] 원작의 수위에 적응하기란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받아들이긴 힘들것이다. 10세 이하의 어린소녀가 하드고어 액션을 가하는 장면을 우리나라 환경에서 쉽게 볼수있단 말인가?
이후의 이야기는 영화와 비슷하게 전개된다. 만화에 미친 덕후가 '진짜 폭력'의 세계와 대면함으로써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만화와 다른 현실의 '진짜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자신의 행동이 정의감만 가진 철없는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진짜 슈퍼히어로인 '힛걸','빅대디'부녀를 만남으로써 행동하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진짜 슈퍼히어로가 될수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데이브는 여전히 소심하고 찌질한 청년으로 현실을 살아야 한다. 이는 영화의 끝과 다르게 서글프게 그려진다.
이처럼 원작과 다른 '잔혹하고 어두운 요소'가 강한 '원작 코믹스'는 영화와 다른 색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국사회와 세상이 바라보는 '매니아'와'덕후'에 대한 시선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어쩌면 [킥애스]는 그러한 역경을 이겨내고 세상의 중심에 우뚝스려는 '괴짜'들을 위한 '느와르'물이 아니었나 돌이켜 본다. 만화를 보며 다시한번 [킥애스] 1편을 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P.S: 원작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자 명장면은 영화 버전과 확연하게 달랐던 '대반전' 장면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었던 '힛걸'과'빅대디'에 관한 부분인데 원작자인 마크 밀러는 반전 장면을 통해 '만화팬'들의 비현실적인 이중성을 풍자하려거나 헌사의 의미를 담으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2.[킥애스2] 미리보기. 잔혹한 펑키 느와르 '[킥애스 2권]'
이제부터 우리가 궁금해한 [킥애스]의 후속 이야기다. 영화 [킥애스]가 원작의 스토리에 충실하면서 스타일을 조금 '펑키'하고 '유쾌'하게 담았듯이 후속 영화 시리즈도 이러한 전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있다. 후속작인 [킥애스 2]는 각기 다른 두개의 시리즈로 출간된다. [킥애스 2 전주곡: 힛걸]과 [킥애스 2]가 바로 그것이며 이 순서대로 봐야 스토리 라인을 이해할 수 있다.
아빠 '빅대디'를 잃고 복수에 성공한 '힛걸' 민디는 아빠를 떠나 새 출발을 하고 있는 엄마와 새아빠이자 경찰인 마커스와 함께 살게된다. 민디는 학교에서 새출발을 하게 되고 같이 학교에 다니는 데이브로 부터 도움을 받으며 평범한 소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민디는 데이브에게 진짜 히어로가 될수 있도록 저녁마다 '맹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힛걸'과 '킥애스'의 영향으로 코스툼을 입은 '자경단' 집단이 등장하고 킥애스는 이들의 모임에 가입하게 되지만 '힛걸' 민디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새아빠 마커스의 요구에 갈등하게 된다. 한편 '힛걸'과'킥애스'로 부터 아빠를 잃은 '레드 미스트' 크리스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이들을 향한 거대한 음모를 계획한다.
1편의 잔혹한 수위에 적응했다면 2편은 재미있고 유쾌하게 즐길수 있다. 전편에서의 코믹스에 관한 풍자와 더불어 히어로 생활에 대한 이중성과 함께 현실을 기반으로 한 '히어로 느와르'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데이브'의 좌충우돌하는 히어로 성장기 과정은 '슬램덩크'를 보는 것처럼 흥미로우며 '정의'와 '평범함 삶'이라는 명분에 '힛걸' 민디가 갈등하고 있는 장면들은 진중하지만 어린이가 어른인척 하는 장면을 보는것 같아 귀엽게 보일정도다. 하지만 이를 통해 민디는 더욱 강인한 히어로이자 어른으로 성장한다.
어찌뙜든 [킥애스 시리즈 2권]은 전작보다 더욱 업그레이드 된 이야기로 그려진다. 비주얼은 더욱 거칠어진데 이어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슈퍼 히어로 장르에 대한 비틀기와 함께 코믹스의 근원까지 과감하게 조롱하기도 한다. 특히, '레드미스트' 크리스가 복수랍시고 동양의 전통무술을 배우는 과정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를 패러디 하면서도 히어로에 대한 현실적인 과정을 적나라하게 풍자한 장면이었다. 정작 영화처럼 훈련하기 힘들자 거액을 던지며 속성으로 배우는 크리스의 모습과 기품있는 척하면서 돈을 밝히는 동양 무술의 스승들의 모습은 재미있다.
1권을 통해 잔혹하게 그려졌던 다크한 유머도 이제는 제법 즐길만 하다. 게다가 새롭게 합류하는 히어로 자경단과 빌런들의 면모만 보더라도 이거는 코믹스에 미친 '덕후'들을 헌사하면서도 동시에 조롱하는 장면이나 다를바 없다. 마지막 이들이 뉴욕 한복판에서 벌이는 대전은 [어벤져스]와 [트랜스포머]의 클라이막스와 비슷하지만 우스우면서도 남다른 비장미가 넘치기 까지한 명장면 이다. 그래서 [킥애스 2권]은 재미있다. 기존의 코믹스를 비틀면서 '만화 덕후'들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세상의 이중성을 멋지게 까발리는 여운은 [킥애스] 시리즈의 매력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번에 공개될 영화 [킥애스2]는 바로 이러한 과정을 그리기로 되있어 영화가 궁금한 팬들은 이 만화를 미리보며 비교해 보는것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3.별나지만 소장 가치가 충분한 코믹스
시리즈의 원작자 마크 밀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씬시티][300]의 프랭크 밀러,[왓치맨][브이 포 벤덴타]의 원작자 앨런 무어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나누고 있는 미국 코믹스계의 장인이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울버린] [헐크] 등의 유명 시리즈를 집필한 그의 대표작들을 본다면 슈퍼히어로에 대해 삐딱하면서도 반골적인 시각을 가진 그의 성향을 쉽게 볼수 있다. 공산주의 국가 소련에 태어나 온 인류에 독재 정치를 강행하는 독재자 '슈퍼맨'을 그린 [슈퍼맨 레드선], 슈퍼히어로 들이 전멸하고 슈퍼 빌런들이 지배한 세계를 그린 영화 [원티드]의 원작 [원티드], 마블 히어로 들이 총출동해 슈퍼히어로들의 정치적인 이념으로 싸우게 되는 현실을 그린 [시빌워] 등 슈퍼 히어로 장르를 색다르게 정의하려는 그의 시도는 [킥애스]라는 현실적인 '괴짜' 히어로물을 창조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킥애스]의 히어로와 현실에 대한 풍자성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슈퍼히어로'와 같은 이상향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게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역경과 현실을 이기며 처절하게 버티는 그들이 진정한 '히어로'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지금의 현실에서 할수있는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킥애스]의 주인공은 21세기 대중문화의 향연에 빠져사는 철없는 소년,소녀들이다. 이런 아이들이 더이상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소년들처럼 무인도와 같은 삭만한 세상에 버려지게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킥애스]는 바로 지금의 불안정한 아이들이 이 세상을 스스로 이겨나가는 그들만의 방식을 그려낸 작품이다.
'괴짜'들에 대한 헌사를 색다르게 표현하는 작품들은 많지만 [킥애스] 만큼 '덕후,괴짜'세계를 특별하고 맛깔나게 정의하고 풍자하는 작품은 앞으로도 영원히 드물것이라 생각된다. 그점에서 이 작품은 명작이고 소장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P.S: 코믹스 [킥애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원작자인 마크 밀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킥애스 3]의 작업을 거의 마쳤다" 라고 말하며 영화 시리즈 또한 3부작으로 끝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긴 이미 코믹스 전편을 다 읽어본 사람으로서 시리즈가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쉬웠는데 역시나 화끈하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것 같다. [킥애스]다운 대단원의 종결을 맞이할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MILLA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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