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화이] 리뷰: '[황해][아저씨]의 [달콤한 인생]' 비긴즈

13.09.25 15:51


 
4.jpg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감독:장준환
출연:김윤석, 여진구,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
 
 
줄거리
5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 화이(여진구). 냉혹한 카리스마의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 설계자 '진성'(장현성),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 냉혈한 행동파 '동범'(김성균)이 바로 그의 아버지들이다. 화이는 학교 대신 5명의 아버지들이 지닌 기술을 배우며 남들과 다르게 자라왔지만, 자신의 과거를 모른 채 순응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화이가 아버지들만큼 강해지기를 바라는 리더 석태는 어느 날 범죄 현장으로 화이를 이끌게 되는데…
 
[화이]는 2003년 [지구를 지켜라]로 한때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을 이을 충무로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던 장준환 감독의 10년 만의 장편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지구를 지켜라] 이후 여러 작품들의 의뢰와 준비작품들도 많았지만 여러 여건으로 인해  제대로된 장편 시리즈를 이어나가지 못한 안타까운 연출자였다. 그에게 [화이]라는 작품은 그의 연출자로서의 '생존'을 확인해야할 절박한 작품이었다. 충무로 최고의 시나리오로 소문난 탄탄한 원작 각본과 함께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 하기 시작한 여진구와 김윤석, 장현성을 비롯한 명품 배우들이 그를 지원했다. 공개된 [화이]는 장준환 감독을 구원해줄 작품 이었을까?
 

*튀지 않아서 무난했던 [화이]
 
5.jpg
 
 
장준환 감독은 [화이]를 [지구를 지켜라] 만큼 개성적 이거나 튀어 보이는 작품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 무난한 정공법을 선택했다. 묵직한 메시지를 의도하기보다는 스토리의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 흡입력에 의존한 상업영화를 목표로 두었다. 우선 그런 의도를 이끌어 내는데 영화는 성공했다. 관객은 영화의 전개방식과 흐름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어 굳이 어려운 메시지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 무난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화는 우리가 많이 봐왔던 여러 익숙한 설정들을 빌려왔다. 자신이 속한 집단과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남자의 복수라는 점에서 영락없는 [달콤한 인생]과 [회사원]의 스토리 라인이며, [본]시리즈로 유행이 되어버린 역동적이고 거친 동남아 특공무술은 [아저씨]의 그것과 다를바 없다. 게다가 영화의 메인 포스터에서 여진구와 함께 강렬한 축을 구축한 김윤석의 '석태' 캐릭터는 한국영화 최고의 '사기 캐릭터'(?)라 불리었던 [황해]의 '면정학'의 '부활'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익숙한 설정이 나쁘게 본다면 독창성 없는 상투적인 면으로 보이겠지만 좋게 본다면 친숙함이면서 한국 영화의 여러 좋은 요소들이 집결 되있다.  
 

*대한민국 학원 액션물의 새장을 연 [화이]
 
6.jpg
 
 
하지만 [화이]의 장점은 따로 있었다. 독특한 캐릭터의 설정이 그것인데 이점이 모든 걸 말해준다.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교복을 입고 다니면서 평범한 소년의 삶을 꿈꾸는 화이가 칼과 총을 들고 킬러로서 길들여지는 장면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비주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학원 액션물을 연상시키는 여진구의 교복 액션은 이 영화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영화의 매력이다. 아마도 그것은 5명의 명풍 조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존재감을 살린 여진구의 혼신의 연기의 결과물이라 봐야 할 것이다.
 
10대의 청소년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카체이싱 장면과 19금에 가까운 잔인한 총기, 칼 액션까지 모두 다 훌륭하게 소화해 내었고 내면의 아픔까지 표현한 연기는 이 영화를 여진구의 '원톱' 영화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물론 여진구의 이 모든 연기가 독창적인 설정에서 나온것은 아니다. [아저시]의 원빈과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의 캐릭터를 합쳐놓은 설정 탓에 자칫하면 이 영화를 '[아저씨] 비긴즈'라 불러야 할 정도다. 하지만 어설프게 교복만 입고 원빈을 모방하는 '불량 청소년'이 아닌 '상처입은 소년'의 분노를 이끌어 내는 여진구의 연기와 장준환 감독의 연출력은 훌륭했다. 한마디로 이 모든것은 "[화이]는 괴물이라는 '악(惡)'에 정복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분노를 이끌어 내어 세상과 맞서려는 소년의 힘겨운 투쟁을 그린 [달콤한 인생] 이었다" 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아들 잘키운 '나쁜(?)' 아버지들
 
7.jpg
 
 
이는 여진구를 강하게 키우는 5명의 독특한 성격을 지닌 악당 아버지 캐릭터들의 든든한 연기력이 이를 받쳐 주었다. 김윤석과 장현성은 전작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냉철함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영화의 웃음포인트와 인간미를 불러오는 조진웅의 연기는 어둡고 잔인한 영화에 드라마와 가벼움을 유지해 준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가장 큰 주목을 받게되는 명품조연은 여러 작품으로 서서히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김성균과 박해준 이었다. 두 배우 짧은 출연이었지만 이 둘은 어떻게 해야 강렬한 인상을 남길수 있는지를 아는 배우들이었다.
 
영화 내내 계속 실실 쪼개는 미소를 보이며 최악의 순간에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김성균의 '동범'은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연상시키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인간미와 같은 묘한 매력을 불러온다. 박해준은 튀지는 않았지만 영화내내 강렬한 카리스마를 유지한 표정과 남성미 있는 총기 액션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빛내주며 향후 전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But…
 
8.jpg
 
 
시사회가 끝난 후 [화이]에 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것은 근래 들어 여러 한국영화에 등장했던 반응들이었는데 [화이]의 결과물도 이러한 애매한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 제각각의 상황에서 나온 공통적인 말들은 "영화가 너무 무겁다"라는 반응들이 지배적 이었다. 물론 그것은 전자에 이야기한 [아저씨]와 [달콤한 인생]의 요소들이 결합해서 였겠지만 두작품은 액션과 영화의 분위기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알렸지만 [화이]는 영화적으로 정확히 정의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매력과 색깔을 찾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요소들을 빌려와도 어느 정도 적당한 요소들만 빌려오면 문제 없었지만 스토리의 전개까지 빌려온것은 큰 실수였다. 관객은 익숙한 장면을 편하게 즐길수 있어도 익숙한 전개와 스토리의 흐름에는 크게 실망할수 밖에 없다. [화이]는 초반의 강렬함을 시작해 중후반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뻔한 설정을 향한다.
 
10년만의 장편복귀인 탓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소재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장감독의 과욕 때문이었을까? 장감독은 영화를 무난하게 만들기 위해서 절제된 연출력을 선보이려 했지만 미처 절제하지 못한 중요한 부분들이 있었다. 아무리 [화이]가 사춘기 소년의 분노와 복수를 그린 작품이었다 한들 10대 소년이 필요 이상으로 표현되는 고어 액션물에 가까운 잔인한 설정과 장면들을 보여 주는것은 감상에 거슬릴 정도였다. 그로인해 관객이 분노하는 '화이'의 감정과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하고 싶어도 거부감을 느끼기에 마련이다. 그것은 후반부 '화이'의 정체와 음모가 확실해지는 설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절치 못한 과잉된 설정이 때로는 거부감을 들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실수는 다섯 아버지 배우들을 제외한 일부 조연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과잉된 감정 연기였다. 박용우와 유연석이 그들이었는데 특히 오랜 연기 내공을 쌓았던 박용우가 이런 과잉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영화의 중요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 이 캐릭터는 자신의 역할 내에서 충실히 나갔어야 했지만, 너무 튀어 보이고 싶었는지 통제 불능의 필요 이상의 욕설과 감정 연기를 보이며 드라마와 스토리의 연결성을 방해하고 만다. 이러한 실수는 특별출연한 유연석 마저 범하게 되었고 이외에도 여러 조연진들의 과잉된 연기가 어두우면서도 강렬함을 지향하려 했던 영화의 완성도를 망치고 말았다. 냉정한 표현을 빌리자면 다섯 배우들과 조연진들의 수준차를 실감할 정도였다.
 
이는 감독이 적절하게 통제했어야 했지만 오랜 연출력의 부재가 나았던 약간의 한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화이]는 감독의 절제된 연출력과 통제가 필요했고 그랬다면 모두가 원했던 강렬한 드라마로 탄생할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jpg
 
 
결론적으로 [화이]는 아쉬움이 컸던 작품에 가깝다. 감독과 배우들 모두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에 대해 본인들 스스로도 정의하지 못했을 정도로 묵직했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든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는 즐길만한 요소가 있다. 짧았지만 여진구와 남지현의 풋풋한 10대 로맨스와 감수성이 담긴 장면은 어두운 영화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화이트 톤의 설정은 좋았다. 여기에 전자에서 언급한 학원 킬러 액션 장르의 만남은 독특한 분위기의 킬러 액션물을 완성되었다.
 
거기다 화이의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상징하는 '괴물'의 이미지와 선과악의 대립에서 방황하고 싸우는 소년의 심리에 대한 묘사를 통해 악의 근원을 정의하려는 메시지도 나쁘지 않았다.(이는 유일하게 장준환 감독이 언급한 영화속 메시지였다.) 이처럼 [화이]는 잘 만들어졌다면 후속을 충분히 기대할수 있는 매력적인 킬러물이 될수도 있었다. 비록 과잉된 설정으로 영화의 매력이 반감되었지만 여진구를 중심으로 이어진 스토리 라인, 감정 연기, 학원 킬러 액션물의 시선에서 본다면 [화이]는 재평가의 여지를 충분히 남긴 괜찮은 작품이다.
 
현재 평론가들의 반응을 볼 때 이 작품이 장준환 감독을 구원해줄 작품이 될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힘들며 관객의 손길만이 그를 구원해 줄것으로 보인다. 과연 관객들은 어떤반응을 보일지 영화가 개봉하는 10월 9일을 주목해보자.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P.S: 전자에서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화이]는 후속편으로 만들어 진다면 한국영화에서 보기힘든 괜찮은 시리즈로 재평가 될것이다. 두려움과 과거의 상처로 내면의 갈등을 겪는 '화이'의 이야기는 '배트맨'의 기원과 비슷하다고 할까? 왜 그런지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 보시길…
 

(사진=쇼박스)
무비라이징 movierising.hrising.com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