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심슨] 오프닝의 숨겨진 비밀
13.10.07 11:46
길예르모 델 토로 만큼 블록버스터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을 고수하는 확고한 장인은 드물 것이다. 이제는 웬만한 일반 관객들도 그의 개성과 세계관에 매료될 정도인데, 최근 길예르모의 세계관이 반영된 미국의 인기 만화 '심슨가족'의 헐리웃 버전 오프닝이 화제가 되고있다. 길예르모 본인이 직접 특별 연출한 장면으로 유명 호러 영화와 본인의 대표작들의 명장면을 절묘하게 패러디 하면서 한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듯한 재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해 패러디 된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1.신밧드의 7번째 모험
가장 먼저 등장한 거인 괴물의 정체는 1958년 작품 [신밧드의 7번째 모험]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괴물로 특수효과의 거장이자 시초인 래리 하이우젠에 대한 헌사가 담겨진 장면이다. 래리 하리우젠은 길예르모 델 토로 이외에도 팀 버튼, 조지 루카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배우인 톰 행크스도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며 영화인의 꿈을 키워왔다고 고백했다.
2.새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등장시킨 이 장면은 히치콕의 그 유명한 [새]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장면이다. 심슨의 아들 바트의 담임교사 크라바플에게 모이를 던져 새의 공격을 받게 하는 장면이 히치콕 감독의 본 성격을 들어낸것 같다.
3.샤이닝
스탠릭 큐브릭의 1980년 작품 [샤이닝]을 패러디한 장면. 주인공 잭(잭 니콜슨)이 악령에 시달리며 작성한 문제의 소설 내용이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놀지 않고 일만 한 잭은 바보가 된다)라는 문구만 반복된 섬뜩한 장면으로 영화의 원작자 스티븐 킹을 직접 출연시켜 희화화 했다.
4.헬보이
[심슨가족]의 캐릭터 '윌리'를 '헬보이'로 분했고 그가 묻어둔 낙엽으로 불사의 적인 '크로넨'이 깨어나 대결을 한다.
5.블레이드 2
심슨의 동료 레니를 '블레이드'로 분한 장면. 길예르모가 연출한 [블레이드 2]는 시리즈중 역대 최고라 불려지고 있다.
6.판의 미로
악덕 자본가 몽고메리 번즈를 길예르모 본인의 작품 [판의 미로]의 괴물인 '페일 맨'으로 분했다. 그에 의해 잔인하게 잡아먹히는 날개 요정은 번즈의 충직한 비서 '스미더스'인데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단번에 표현한 장면같다.
7.미믹
길예르모의 1997년 작 [미믹]의 패러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체 '유다'는 인간의 형체를 모방하며 생존을 유지했다. 심슨가족의 막내딸 '메기'와 아기의 장면이 바로 그런 영화의 속성을 뜻한다.
8.크로노스
메기가 가판대에 계산되는 장면에는 영원한 삶을 지속시켜 주는 기계 [크로노스]가 등장하며 이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과거 작품이다.
9.천국의 유령
브라이언드 팔마의 1974년 작품 [천국의 유령]을 패러디한 장면. [오페라의 유령]을 색다르게 해석한 작품으로 영상에 등장한 합창단을 비롯한 지휘자도 모두 '팬텀'이다.
10.더 카
엘리엇 실버스타인 감독의 1977년 작품 [더 카]의 패러디 장면. 국내명은 [공포의 검은 자동차]로 알려진 작품으로 사람들을 잔인하게 치어죽이는 정체불명의 검은 차의 공포를 그린 B급 고전 호러 스릴러 물이다. 원작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심슨 시리즈 특유의 유머를 첨가하한 장면이 재미있다.
11.악마의 등뼈
주인공 호머 심슨의 모습은 길예르모의 2001년 작품 [악마의 등뼈]에 등장하는 산티의 유령을 희화화 했다.
12.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프닝 장면에서 가장 멀쩡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한 '리사'는 막판에 소파에서 추락하게 되는데 추락할때 의상이 갑자기 동화속 소녀의 의상으로 변한다. 이는 동화와 만화, 영화로도 알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분한 장면이다.
13.판의 미로
가장 멀쩡했던 '리사'는 알고 보니 이번 오프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인공 이었다. 리사가 등장한 장면은 길예르모의 2006년 작품 [판의 미로]의 한 장면으로 인간 세계에서 여왕으로서의 시험을 통과하고 왕국으로 돌아온 공주의 모습을 분했다.
14.호러/SF 원작의 거장들
바트가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에는 4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호러/SF 원작 소설의 거장들이며 델 토로는 자신의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들을 오프닝에 등장시켜 헌사의 의미를 바쳤다. 맨위 왼쪽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는 현대 환상 문학의 기초를 완성한 호러의 제왕 'H.P 러브크래프트'이며 그옆에 콧수염과 단발 머리를 한 남성은 추리 소설의 아버지 '에드가 앨런 포우', 그리고 등장한 문신을 그리는 남성은 [화씨 451][화성 연대기]의 거장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 이며 문신 장면은 그의 작품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표현한 장면, 그리고 옆에 흰 턱수염을 소유한 노인은 [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리차드 매디슨' 이다.
이외에도 이 영상에는 길예르모 본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 영화와 공포 캐릭터, 문학/소설속의 캐릭터들이 등장시켜 소소한 재미를 주고있다. 특별 영상으로 정의하기에는 아까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본인의 자서전을 보는것 같았으며 영상 한편으로 호러/SF 영화사(史)가 단번에 정리된 느낌이 들 정도였고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캐릭터들이 만화를 통해 희화화 된 장면 역시 매우 인상적 이었다. 다시한번 영상을 감상하며 숨겨진 영화속 명장면을 떠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