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리뷰_ 단언컨대 '하정우표' 제대로 웃기는 코미디
13.10.10 11:51
[롤러코스터]
감독: 하정우
출연: 정경호, 한성천, 김병옥 외
개봉: 2013년 10월 17일
"이 X만한 XX가 X하게 XX하네" 대사만 놓고 보면 19금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롤러코스터]는 러닝타임 내내 빵빵 터지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욕' 하나로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까지 평정한 스타 마준규(정경호 분). "내가 바로 연예인이다"를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공항 패션에 허세 끼 넘치는 말투,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사생활까지. 어깨에 스타병 좀 얹은 이 남자는 그 날도 일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이었습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씨가 기분 나쁘기는 했지만 '임신'스캔들로 잔뜩 화가 나 있는 여자친구를 풀어주려면 귀국해서 손이 발이 되게 비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 출발 전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다섯 살도 안 돼 보이는 꼬마는 달려와서 "마준규! 욕 해봐!"를 외치지 않나,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며 육식 하지 말라고 강요하질 않나. 여기에 신혼부부는 마준규를 놓고 싸우다 이혼을 하네, 마네 시끄럽게 굽니다. 시작부터 수상했던 비행은 하늘 위에 올라가서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우리 비행기, 추락합니다." Oh, My God! 이대로 죽을 수는 없습니다. 과연 한류스타 마준규는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상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까요?
비행기 추락 사고는 그야말로 대형참사입니다. 재산 피해는 물론 탑승객의 대부분이 죽거나 크게 다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다루는 영화들은 대부분 재난, 테러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부터 '진지함'과는 거리를 두더니 이제는 대놓고 관객들을 웃기려고 합니다. 마준규가 선택할 기내식을 두고 내기를 거는 승무원들의 모습이나 비즈니스석에 앉아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의 모습은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탈 때마다 '왜 비행기에서는 반신욕을 할 수 없는가'를 고민했다던 하정우 감독은 이 발칙한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 해냅니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큰 역할을 해 냅니다.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 욕설을 차지게 소화 해내는 정경호를 비롯하여 어딘가 수상한 양복쟁이 최규환은 보는 것만으로도 한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진상 '고갱님'입니다. 이뿐인가요? 미나모토 승무원 역할의 고원희는 기자간담회에서야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정도로 일본인 같습니다. 감독과 주연배우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까지 맡은 역할의 120% 이상을 해냈기에 [롤러코스터]는 더욱 큰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그런가 하면 '육두문자 맨'이 된 정경호의 매력은 이번 영화에서 찬란하게(?) 빛납니다.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대부분 모범생이나 바른 생활 사나이를 연기했던 정경호는 예전의 모습들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변신에 성공합니다. 욕설을 듣고 황홀한 표정을 짓던 승무원의 얼굴처럼, 거친 욕설을 여과 없이 내뱉음에도 불구하고 마준규는 귀엽습니다. 단언컨대 욕하는 주인공에게 거부감 느끼지 않고 귀여워 보이는 것은 [롤러코스터]가 최초일 것입니다. 여기에 허세 넘치는 공항 패션과 후반부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하정우다움'이 물씬 묻은 정경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매력 넘칩니다.
애초부터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던 하정우 감독의 뜻처럼 이 영화는 심각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습니다. 그저 관객들을 웃기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대사의 랠리는 마치 한 편의 노래처럼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중간중간 대사를 놓치는 부분은 매우 아쉬웠습니다. 특히 초반부 승무원들의 대화는 너무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탓에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러닝타임 내내 '위기 마주- 코미디 등장- 위기 극복'이라는 플롯이 반복되며 중반 이후부터는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는 충분히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상상하지 마십시오. 재난도 없고 눈물 나는 휴먼스토리도 없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이나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도 전혀 없습니다. 단지 이 영화, [롤러코스터]에는 웃음만 가득합니다. 아마도 개그코드가 맞으시는 분이라면 러닝타임 내내 끊임없이 웃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코미디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신다고 해도 재미있다 느낄 만한 장면이 많으실 겁니다. 카피 라이트부터 '하정우표 고공비행 코미디'를 걸어놓은 만큼, 개인적으로는 하정우가 과연 어떤 코미디를 만들어 낼까 참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저예산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퀄리티와 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보여준 열연은 재미와 웃음을 주기 충분합니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딱 한마디로 영화를 정의하자면 그야말로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관객들이 할 일은 아무런 고민도, 추리도 없이 스크린을 보며 '빵 터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정우 감독이 의도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정우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용건의 아들이 아닌 배우 '하정우'로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것처럼, 감독으로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배우 하정우로 대중에게 완벽하게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켰듯이 감독 하정우의 향후 행보 역시 정말로 기대됩니다. 하정우의 고공비행 코미디 [롤러코스터]는 오는 17일 개봉합니다.
*단평
하정우가 만들고 배우들이 완성한 최고의 코미디!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But TV,VOD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