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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호러보다는 서스펜서 스릴러물에 가까웠던 [컨저링]

13.10.10 16:33


-노골적 이지는 않지만 '스포일러'를 암시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컨저링]의 언론시사회가 예정돼 있을 당시 필자는 영화 외의 다른 의뢰작업에 신경 쓰다가 놓치고 말았다. 개봉 전 북미박스오피스를 분석하면서 미국내 비평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며 의외의 대흥행을 하고 있었기에 이 영화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허나, [컨저링]은 [퍼시픽 림] 때처럼 비평가가 아닌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던 영화였던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를 깊게 살펴 본다면 [컨저링]은 '호러'의 기준이 아닌 스릴러적인 기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점이 이 영화의 흥행 요인이 아닌가 싶었다.
 

*Go to 70년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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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은 헐리웃에서 근래 보기 힘들었던 70년대의 오컬트적인 색채를 강조했다. 배경이 70년대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감독인 제임스 완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70년대의 정서에 더욱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영상, 세트, 의상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컨저링]은 그의 전작인 [쏘우] 처럼 충격적인 시각화를 보여주기보다는 과거 오컬트 공포영화의 정서를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 방식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이 영화는 호러적인 성격보다는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스릴러의 형식에 더 가까웠다. 영화의 초,중반, 기존의 오컬트적 분위기의 공포를 유지하던 이야기가 퇴마사인 워렌 부부가 등장하게 되면서 영화는 악령과 이들 간의 숨바꼭질로 변하게 되면서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영화를 다르게 볼 수 있었던 방식이면서도 너무나도 생뚱맞게 전환된 분위기와 방식인지라 당황하는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생길수 있는 위험한 설정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후기는 '무섭다'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영화'의 여운으로 남았다.
 

*'하우스 호러물'이 공포를 다루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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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컨저링] 이전의 집안의 유령과 악령을 다루었던 영화들은 어땠을까? [더 헌팅][샤이닝][다크 워터][로즈 레드][아밀타빌 호러]등 이와 유사한 영화들을 언급하자면 너무 많을 정도로 집이라는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공포적 요소는 수없이 광범위하다. 시대적인 요소와 배경도 한몫하면서도 평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할 집과 가족이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다면 그와 같은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범한 현대인들이 이러한 공포를 마주하게 되는 방식은 과거의 사연을 모르고 집으로 이주하게 된 '외부인' 이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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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비틀쥬스]가 이를 재미있게 그려내며 희화화했지만 달리 보면 이 상황은 매우 무서우면서도 슬픈 사연을 간직한 이야기이다. 나의 것을 뺐긴 주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외부인들을 침략자로 규정하며 복수하려는 방식이 이 장르의 특징이다. 하우스 호러물들은 바로 이러한 공포에 주안점으로 삼으며 이와 같은 공포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공포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묘사와 이야기 전개가 다소 무뎌지게 되는 약점을 노출해 미지근한 완성도를 보이는 문제들을 노출했다. 그래서 혹여나 이 장르의 공포물들은 묵직하게 'B급'으로 변모시키곤 한다.(고어 또는 호러 코믹과 같은 변종장르) 매니아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힘들다.
 
그에 비해 [컨저링]은 호러영화를 전문으로 다뤄본 감독의 정석 덕분인지 어느 정도의 호러의 기초를 세우면서 대중적인 장르영화의 면모를 완성했다.
 

*'직쏘'의 조상? "I wanna play the game"을 원했던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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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에서 언급했듯이 [컨저링]은 악령과의 대결에서 호러가 아닌 스릴러 영화로 변모했다.
인간인 워렌 부부는 악령의 숨겨진 과거사와 사연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 악령이 어느 정도 위험한지를 직감하게 되는데, 이는 곧 문제의 악령이 워렌 부부에게 반격을 가하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로레인 워렌(베라 파미가)이 놓고간 딸의 사진을 본 악령이 이들 딸에게 위협을 가하게되는 부분은 연쇄살인범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형사의 집에 다녀가 식구들과 접촉을 하게되는 어느 스릴러 영화의 장면을 연상케할 정도였다.
 
그러고 본다면 악령이 시간이 흐를수록 단계별마다 강도높은 공포를 선사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물론 이는 모든 공포영화들이 차용하던 방식이었지만 [컨저링]의 '악령'은 [쏘우]의 '직쏘'처럼 강도높은 게임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맛보기식 공포를 가족들에게 선보이 더니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인간들은 악령의 정체를 알게되고 퇴치방법을 시도하려 하지만 악령은 마치 이를 즐기는듯한 인상이었다. 이때부터 영화는 더이상 호러가 아닌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가 된다.  
 
절대적으로 '악령'의 우세를 점쳤던 영화가 '악령 VS 인간'의 대결 방식으로 흘러 가지만, [컨저링]의 스릴러는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았다. '오컬트','엑소시즘' 장르내의 공식에서 악령과 싸우는 방식은 당연하지만 신선한 인상을 주는 게임을 보는것 같았다.
 
 
*상업적 기준에서 잘 만들었기에 성공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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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의 이러한 '탈호러적'인 시도(그렇다고 호러의 전형을 버린 건 아니다)는 대중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연결되었다. 대중은 이 영화의 결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도 있었지만, 신비주의적인 오컬트 호러의 면모상 예상외의 충격 결말도 가능하기에 더욱 긴장감을 갖고 보게된다. 그래서 영화의 후반부는 무서움 보다는 서스펜서 적인 긴장감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컨저링]은 '기승전결'의 깔끔한 마무리를 지향했다. 과거 [쏘우]와 같은 잔인한 고어와 [데드 사일런스][인시디어스]와 같은 다크한 호러물을 추구했던 '제임스 완'은 대중적인 상업영화를 만들려 했다.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둡기 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강조되어 대중들이 이 영화를 친근하게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컨저링]은 예상치 못했던 따스한 드라마와 감동까지 절묘하게 설정했고 결말부도 대중들이 좋아할수 있게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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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지 않고 분위기 만으로도 공포를 선사하며 스릴러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는 감동적인 영화…영화는 이처럼 관객이 좋아하는 상업적인 요인을 다 갖추었다. 한마디로 [컨저링]은 호러의 범주에서 여러가지 장르적 장점을 적절하게 잘 조화시킨 '상업영화'였다. 지나치게 다크한 면이 강했던 제임스 완은 이제 어엿한 상업영화의 장인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그가 왜 차기작인 [분노의 질주 7]의 감독이 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악동'에서 어엿한 '장인'이 된 '제임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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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에서 어엿한 장인의 반열에 오른 감독들은 자신의 유별난 성향을 상업 영화에 맛깔나게 조화시키는 여유를 부린다. 이는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 맨 2]에서 악당 옥토퍼스가 탄생하는 장면에서 [이블데드]의 악취미를 연상케 하는 장면과 같았다. 이는 자신의 성향이 더이상 매니아, B급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화 되었음을 말하는 자신감을 뜻하기도 한다. 제임스 완 또한 [컨저링]을 통해 그러한 장기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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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화속 악령 인형과 (우)실제 악령이 깃든 인형
 
 
특히, 영화의 초반부터 등장해 공포의 주요 포인트가 되는 악령이 깃든 '애나벨 인형'은 실제와는 사뭇다른 관절 인형의 형태로 등장한다. 이는 [쏘우]에 등장한 '직쏘 인형'과 또다른 호러물인 [데드 사일런스]의 '복화술 인형'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온 것으로 이제는 이 인형이 제임스 완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임을 각인 시켰으며다. 여기에 그는 과감하게 자신의 호러적 성향을 심어준 선배들에 대한 헌사도 잊지 않는다. [엑소시스트]는 물론이며 스탠릭 큐브릭의 [샤이닝], 히치콕의 [새], 전자에 언급한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의 성향등 공포영화의 익숙한 요소들을 총동원해 전통 호러 시대의 전성기를 다시 재현했음을 알렸다. 이처럼 [컨저링]은 데뷔부터 현재까지 '호러물'의 외길을 걸어온 제임스 완 본인의 혼신이 담긴 작품이다. 
 
[쏘우] 시리즈가 잔인한 설정탓에 대중에게 비호감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만의 젊은 패기와 악동스러운 개성을 보여준 문제적 데뷔작 이었던 점을 볼 때 [컨저링]은 더이상 악동이 아닌 상업영화의 장인으로 거듭난 제임스 완의 새로운 면모를 볼수 있었다. 아직도 젊음의 패기가 남아있는 이 젊은 장인이 다른 장르에서 어떤 면모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줄지 앞으로를 기대해볼만 하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저예산의 제작비와 호러 영화라는 매니아적 요소에 배급의 불리함까지 있는 상황에서, 의외의 흥행을 하고 있는 [컨저링]은 '잘만든 영화'가 대중에게 사랑받을수 있음을 증명해준 작품이었다. 또한 대중의 기대적 욕구와 감독 개인의 성향을 어떻게 조화 시켜야 하는 지를 제시한 '교과서적인 작품' 이라고 해야할까? 그점에서 본다면 제임스 완의 팬들은 이러한 그의 상업적인 변신에 반기를 들수 있는 문제작으로 볼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이중적인 다양한 시각이 생길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에 남을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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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실제주인공인 페론자매와 아역배우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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