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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히틀러를 내조한 그녀 '레니 리펜슈탈'

11.10.28 14:01

 
 
 
독일 여성 '레니 리펜슈탈'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녀는 나치시절에 활약했던 여성 영화 감독으로 일명 '히틀러의 여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히틀러에게는 총애하는 여인이 세 명이 있었다고 한다. 정부 에바 브라운, 육체파 배우 말렌 디트리히, 그리고 마지막 여인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문제의 인물 '레니 리펜슈탈'이다. 히틀러의 곁에서 완성도 높은 나치정권의 프로파간다 영화를 여러편 제작했던 그녀. 도대체 그녀와 히틀러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치정권에 협력하며 선전영화를 찍고도 자신이 절대 나치당이 아니라는 드립을 날려줬던 뻔뻔하고도 대단한 여자, 레니 리펜슈탈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여인 레니 리펜슈탈. 역시나 히틀러가 좋아할 만한 미색을 갖추고 있다. 영화감독이 되기 이전 본래 그녀는 세계무대를 돌며 공연을 했던 유망한 발레리나 였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상으로 발레리나로서의 인생을 마감하게 된 뒤 고국인 독일에서 영화배우로 활약하게 된다. 당시 빼어난 미모와 발레로 다져진 아름다운 육체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리던 레니 리펜슈탈. 그 후 나치정권 하에 독일에서 유행하던 산악영화에 매료되어 여러편의 산악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된다. 그런데...그 당시 왜 하필이면 독일에 산악영화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하는가? 산악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말 그대로 대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듯 하지만 알고보면 이또한 나치정권의 치밀한 계산 하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쉽게 말해 거대한 산인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자연에 도전하면 죽는다 = 나치정권에 대항하면 얄짤없다' 라는 깊은 교훈(?)을 투영시켜 대중에게 은근한 세뇌를 시킨 것이다.
 
 
 
 
그녀의 욕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연히 히틀러의 정치집회에 참여했다가 그 웅장한 분위기에 압도되고 매료되어 버린 그녀는 그날로 히틀러에게 편지를 쓰고 무서운 오빠 히틀러와 친구가 되는 대담함을 보인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나치정권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나치를 선전하는 프로파 간다 영화를 제작하며 그녀만의 미학적인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쳐 나간다. 항간에는 이것을 두고 그녀가 히틀러의 애인이다, 아니다 말이 많은데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
그뿐 아니라 혹자들은 그녀에게 영화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촬영기사들을 홀리는 재주가 뛰어날 뿐이라는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실제로도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런 여성성을 드러내고 이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숱한 염문을 뿌리며 사람들에게 논란 거리를 안겨 주었다. 나아가 나치정권의 악명높은 선전장관인 괴벨스와도 심상치 않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레니 리펜슈탈과 함께 작업했던 스텝들은 그녀의 진두지휘 아래 촬영을 진행 했으며 영화에 관한 아이디어 또한 그녀에게 비롯된 것이라 증언하고 있으니 그녀의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질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도 그럴것이 영화사에서 무조건적으로 그녀를 나치당을 위한 선전용 소모품이었다고 깔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영화를 통해 보여준 그녀의 놀라운 미학적 감각과 천재성 때문이다. 특히나 1934년 제작된 그 이름도 유명한 "의지의 승리"라는 프로파간다 영화를 보면 왜 그녀가 그런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지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를 촬영한 이 작품은 무려 30개가 넘는 카메라를 동원하여 다양한 앵글로 촬영 되었으며 파격적인 제작 및 편집 기법 등을 보여준 수작이다. 선전영화는 뻔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 이 작품을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시라!
 
 
 
특히 히틀러가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신이 하늘에서 부터 강림하는 듯한 포스를 풍기며 히틀러가 곧 신과 동급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특히 나치당을 촬영할 땐 보다시피 하이앵글을 통해 누군가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즉 화면에 비친 나치당, 일반 사람들은 뭔가 하찮은 존재란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반면에 히틀러를 촬영할 때는 아래에서 누군가가 히틀러를 우러러 보는 듯한 로우앵글을 이용해 촬영을 했다. 히틀러의 신적인 위치와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잘 나타내고 있는 쇼트이다. 흔히 영화 촬영을 할 때 이런 앵글을 통해 권력관계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는 하는데그때 당시 이런 계산을 염두에 두고 촬영했던 레니 리펜슈탈은 영화의 미학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작품에 적용한 영리한 감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치정권을 관통하던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그녀 또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순 없다. 어떤 이는 정치와 무관하게 그 예술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이것은 단순한 프로파 간다 영화이기 때문에 예술성 자체를 논외로 열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누구의 말이 맞다고 섣불리 정의내릴 순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도덕적 책임으로 부터 자유로울순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천재적인 능력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녀가 제작한 것은  명백히 극악한 파시즘과 나치당을 선전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의지의 승리"를 만든것에 대해서 후회할 순 있지만 누군가를 배신하거나 원자폭탄을 던진것이 아니므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하긴, 이 정도의 뻔뻔함과 배포없이 어떻게 그 시절에 여성 영화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겠냐 만은 이 언니...정말 쎄긴 쎄다. 나는 레니 리펜슈탈에게 반문하고 싶다. 누군가 시킨것도 아닌데 어째서 히틀러에게 먼저 편지를 쓰고 나치정권의 협력자가 되었는지...그리고 아무런 정치적 견해없이 프로파 간다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선전 영화를 통해 영향을 받게 된 수많은 대중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건지...모든 것이 그녀 스스로의 선택 이었고, 결과물 이었다.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 암울했던 시대를 이용한 레니 리펜슈탈. 그녀는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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