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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영화 [부러진 화살] 리뷰

12.01.18 21:25

 2007년 성균관대학의 해임에 부당함을 느낀 김명호 교수는 법원을 통해 항소 하지만, 법원은 그에게 패소 판결을 내린다. 이에 분노를 한 김 교수는 해당 판결을 맡은 판사의 아파트를 찾아가 그가 오길 기다리다가 판사가 나타나자 그에게 석궁을 겨눠 보복을 가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본다면 법원 판결에 개인적인 불만을 느낀 고지식한 교수 양반의 광기에 어린 우발적 사건이었다고 보였을 것이다. 당시 뉴스의 보도도 단순한 사건-사고로 보도 되었을 뿐, 여기에 큰 의미를 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또한 그랬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까지 말이다. 
 
 [부러진 화살]은 오랜만에 영화판에 복귀한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90년대 초반 연출한 [남부군], [하얀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인상 깊게 봤지만, 이후의 작품은 그 후 21세기가 지난 지금도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더 했기에 이번에 그의 복귀작은 기대가 컸었다.
 
 그러한 기대감에 본 이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아주 ‘이상한 영화’ 였다.
 
*이상한 연출

 전자에서 언급한 정지영 감독의 두 개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실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작품이다. 완전한 창작은 아니어도 맛 깔난 연출력으로 가치를 더해주는 감독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상하게 ‘강우석 감독’ 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산만해 보이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오버 하는 듯한 성격과 유머 그리고 너무나 상황을 질질 끄는 ‘씬’의 투박해 보이는 설정들이 강 감독의 ‘공공의 적’과 같은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는 그다지 특성있는 연출력 이나 새로운 설정과 주제를 기대하고 본다면 기대치를 낮추는게 좋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영화가 너무 가볍게 느껴지거나 이야기 과정이 엉성해 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영화가 항상 진지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무언가 긴장감이 넘치고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는 스릴감 넘치는 법정 스릴러를 기대했던 사람들 에게는 다소 의외의 작품으로 이 영화가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금은 아쉬운 설정들이 시간이 지나면 썩 괜찮았던 요소로 승화 된다. 생각해보니 정 감독의 맛 깔난 연출력은 전자에 언급한 원작들에 ‘인간미’를 더해 더 대중 친화적 요소에 가깝게 만드는 상업적인 재주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는 법정 스릴러 이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의 냄새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상한 설정
 
앞서 말했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법정 스릴러로 서의 장르적 유희를 즐기려는 영화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즉 기존 법정 영화의 대결 구도인 ‘변호사 VS 검사or피고or변호사’의 기본적인 설정 구도를 과감하게 벗어나고 새로운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데 바로 ‘피고인 VS 판사’ 라는 다소 황당한 상황으로 영화를 진행 시킨다.
 

하지만 이 설정은 의외의 반전적 재미를 선사한다. 힘없는 개인과 절대권력의 싸움을 통한 설정에서 약자 안성기가 어떻게 반격을 가하고 판사를 당황하게 만들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나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이 묘미는 때로는 지나쳐 보이는 유머와 긴장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엉성하고 단순했던 스토리의 단점을 이 한번의 설정으로 매꾸게 된다. 게다가 고발적인 성격이 강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울림은 의외로 강하다.
 
마이클 무어의 작품 수준 까지는 아니어도 전체적으로 유머를 이용하고 풍자하는 성격은 그의 다큐 적 성격과 비슷하다.
 
 *이상한 배우들

솔직히 필자는 박원상 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초반에 많이 미더웠다. 이미 많은 영화를 통해 보여진 그의 감초적 연기는 분명 조연 일 때는 톡톡한 역할을 하지만 극을 이끌어 나가는 주연 에서 선보이기 에는 너무나 튀고 오버 스럽게 보여 오랫동안 그를 봐야 할 관객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처음의 그의 연기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캐릭터에 수긍하게 되고 차츰 안정화 되어간다.
 
 그 점은 이 영화의 주 조연을 맡은 배우들이 그런 박원상의 캐릭터를 이해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기생활에 오랫동안 내공을 쌓은 배우들이 총 집합한 하였기 때문이다.
 
 피고이자 사회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싸우는 안성기와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박원상을 보조하는 김지호, 상처 맡은 변호사를 뒤에서 든든하게 돕고 있는 김중배, 사법부의 정의를 외면한  판사들을 연기한 이경영, 문성근, 김응수가 바로 그 들이다. 이들 모두 한치의 부족함 없는 좋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칫 평범해 질 수 있는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의 가치를 높여 준다. 그 점에서 볼 때 이들은 참으로 비범한 재주를 가진 이상한(?) 배우들 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마지막 ‘수구 꼴통’ 판사로 나오는 문성근의 연기는 오랫동안 그들의 적(?) 으로 살아오며 정치 운동 생활을 해왔던 ’개혁-진보 성향’의 문성근 이기에 더 리얼하게 연기한 것 같다는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이제 정치계에 몸담게 된 문성근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작품 이후로 그를 스크린에 오랫동안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이 작품은 충분히 볼만하며 현대 한국영화의 산 증인이기도 한 그를 기억하는 좋은 시간일 것이다.
 
*이상한 현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오랫동안 관객들의 뇌리에 남게 할수 밖에 없는 요인은 너무나도 비현실 같은 실제 이 영화의 ‘현실’이다. 영화가 피고인 김명호 교수의 입장에서 그려져 있기에 정말 판사들이 영화와 같은 만행을 저질렀는지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영화가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이 나돌면서 사법부가 영화가 재기한 문제에 대해 해명을 할 정도 였고, 영화 속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교수는 현재도 ‘대법원’ 에서 진실 규명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을 정도라 하니 영화가 공개되면 이 사건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처럼 이상하게 상식이 상식이 아니고 비상식이 상식 같은 현실을 목격하는 세상 이기에 이 영화가 정말 현실처럼 느껴 지는 건 그래서 일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화살’은 ‘부러진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부러진 화살’은 연출력과 영화적 묘미에서 평범한 영화에 가깝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울림 만큼은 ‘큰 영화’ 였다고 정리하겠다. 하지만 영화적 완성도와 반전이나 스릴러와 같은 긴장감 있는 연출과 설정면 에서는아쉬움이 남을 수 있기에 요즘 처럼 새로운 영화를 원하는 관객 성향으로 볼 때 이 영화를 극장 보다는 2차 컨텐츠 시장(DVD, 합법 다운로드, TV)을 통한 감상을 추천 하는 바이다.
 
P.S :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감독의 본 메시지는 따로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의 초중반에 나오는 교도관들이 두 주인공을 보며 수근 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그들이 보는 신문의 크기를 화면은 반 정도 잡는다. 그 신문에 쓰여있는 ‘기사 내용’이 너무 적나라 하게 오랫동안 보여준다. 힌트는 ‘나는꼼수다’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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