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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기에 너무 독한 세상 '자전거 탄 소년'

12.01.19 16:39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하는 저에겐, 자전거란 참 멀고도 어려운 존재입니다. 자전거는 원래 어릴 때 타는 연습을 많이 해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잘 탈 수 있나봐요. 저는 어릴 때 자전거가 집에 없었기 때문에 전혀 자전거를 탈 줄 모릅니다. 자전거를 접해 볼 기회도 없었고, 가족 중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곤 아주 어린 동생밖에 없었죠. 그래서 20살이 되고서야 동생한테 자전거를 배워보려고 하니, 자전거가 정~말 안타지는 거 있죠? 결국은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나서, 동생이 저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것을 포기하고 나서야 마침내! 자전거를 손에서 놓아버리게 되었죠. 저는 창피하지만... 아직도 자전거를 탈 줄 모릅니다.

이제 제 얘기는 접어두고, 이번에 개봉하는 <자전거 탄 소년>을 미리 보고 왔는데요. 왠지 영화 포스터와 제목만 봤을 땐, '자전거'에 관련된 꿈을 가진 소년의 도전이나 혹은 자전거와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영화 안에 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제가 예상했던 영화 속 시나리오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안에는 아름답긴 하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영화 포스터에서는 지나치게 영화의 내용을 미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그럼, 영화의 줄거리를 살짝 알려드리죠.





버림 받은 소년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유아원에 있는 소년의 불안정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 계속 전화를 하고, 무언가를 찾고 또 찾습니다. 상담사와 선생님들이 말려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무언가를 강력히 갈구하는데, 소년에게는 제지만 돌아옵니다. 이 소년은 무엇때문에 이러고 있을까요? 한번 여러분도 예상해 보세요. 갖고 싶은 것이 있어서? 아니면, 유아원에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서? 아닙니다.

바로, 아버지와 통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버지의 번호를 분명 알고 있는데,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수화기 넘어에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만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소년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전화를 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한 것이죠. 이 때 상담사가 말합니다. "이번만 하면 10번째야. 이제 그만 돌아가자. 아빠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셨어" 하지만 그래도 소년은 포기 하지 않습니다. 결국, 소년은 스스로 아빠를 찾기 시작합니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진정한 사랑


아빠를 찾기 위해 유아원에서 도망나와, 아빠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갑니다. 그 사실을 안 유아원 상담사들이 소년을 찾아오게 되지요. 하지만, 소년의 고집은 꺾을 수 없습니다. 아빠를 찾기 전까진, 그리고 자신이 쓰던 자전거를 찾기 전까진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며 행패를 부리다 진료를 받기 위해 앉아 있는 아주머니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소년이 미울 법한데, 이 우연한 사건을 시작으로 두 사람간의 따뜻한 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아빠를 찾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드디어 아빠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40분이 지나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사 간 아빠의 집으로 직접 가기로 합니다. 그 집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의 도움으로 아빠의 직장에 찾아갈 수 있게 되죠.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아빠와 다시 만난 소년은 아빠와의 재회에 기뻐하지만, 아빠는 그다지 아들을 반기는 기색이 없습니다. 소년은 아빠와 시간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도 아빠는 바쁘다며, 소년에게 이만 나가라고 등을 떠밀죠. 그러고 나서, 결국 아빠는 소년에게 "이젠 찾아 오지마" 라고 말하고 쫓아 버립니다. 어린 소년은 충격에 휩싸입니다. 아빠가 자신의 아끼는 자전거를 팔았다는 사실과 말 없이 이사갔다는 것 등에도 용서를 하고 재회를 반가워했는데, 아빠는 소년을 귀찮아 하면서 소년을 버리고 만 것이죠.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의지하고 사랑했던 아빠가 자신의 외면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소년은 절망에 휩싸입니다.

이 장면에서 정말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저처럼 느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자신의 삶이 각박하다고 해서, 자신의 핏줄을 버리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유아원에서 보낸 이상, 한달에 한번이라도 아들을 보러오는 게 뭐가 그리 힘들었던 것일까요. 오로지 자신의 삶 밖에 없는 영화 속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절망하는 소년의 눈물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 나오는 소년의 인상깊은 대사 "한달만 있으라고 했잖아"

유아원에 한달만 있으라는 아빠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는데, 그리고 기다렸는데... 아빠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신과 늘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의지해 왔던 지난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부모에게 버림받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대사이죠. "잠깐 여기서 기다리면 온댔잖아" 그것은 자신의 부모를 믿고 기다린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로 남긴 말인 것 같습니다.





잘못된 만남, 그리고 또 다른 비극의 시작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것도 서러운데 소년에게는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됩니다. 아버지와의 절망적인 재회 이후 소년은 아빠와의 시간 대신, 아줌마와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보내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주머니의 동네의 새로운 소년의 등장은, 양아치들에게는 신선한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자전거를 고쳐준다는 명분으로 접근 해, 소년에게 친분을 쌓게 되고 정이 그리운 소년은 양아치에게 마음을 의지하고 맙니다. 역시나 양아치는 이쯤하면 친분이 쌓였다고 생각하게 되자, 소년에게 일을 시킵니다. 신문배달하는 아저씨의 머리를 몽둥이로 내리쳐, 돈을 뺏아오게 하는 일이죠. 일명 뻑치기라 할 수 있죠. 결국 소년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아줌마와 함께 경찰서에 자수를 하게 됩니다. 다행히 소년이 다치게 한 아저씨는 무사했고 적당한 합의로 끝나게 되었죠. 하지만, 소년의 비극은 여기서 또 끝이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보면 또 다른 비극이 하나 더 있죠.

 소년의 잘못된 만남이 이런 비극을 몰고 오게 될 줄은 소년도 몰랐을 것입니다. 단순히 소년은 어떤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고, 의지하고 싶고 믿고 싶었을 뿐인데 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준 사람들에게 오히려 상처만 남게 되는 것이죠. 이런 영화 속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버림 받은 것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한 아주머니와의 따뜻한 정, 사랑을.





그래도 이 영화의 마지막에 있는 소년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름다운 것으로 기억에 남는 이유는 소년을 지켜주고 지탱해 주는 존재, 아줌마가 있다는 사실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그리고 좌절 속에서도 분명 따뜻한 사람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 영화가 아쉬움이 있다면, 영화를 한참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비유를 해보자면, 한창 재밌게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TV 전원을 꺼버릴때, 혹은 잘못하다 리모컨 전원 스위치를 눌러 꺼버릴 때 허무함과 어색함을 느낀 적 있지 않나요?

이와 같이 이 영화도 갑자기 TV 전원을 꺼버린 것 처럼 영화의 마지막이 뚝 끊겨 버리고 맙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관객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의 의도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갑자기 이렇게 끝이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오랫동안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있는 소설이나 영화를 봐서 그런지, 이와 같이 발단- 전개- 위기-절정 에서 끝나버리는 이야기들은 당혹스럽게 만들어 버립니다. 마지막 결말만을 제외하고는 이 영화가 상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 한편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내 삶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한번씩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좋은 영화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이 영화 한편으로 많은 사랑을 나누고 느낄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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