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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미화시키는 영화, '도망자'

12.01.20 10:55





요즘엔 어쩌다보니 프랑스 영화들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프랑스 영화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어떤 프랑스 영화가 인기를 모았던 대작이고, 아니고를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는 프랑스 영화가 점차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프랑스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에 조금씩 매료 되고 있어 많이 보게 되었는데요, 나중엔 프랑스영화만 따로 모아놓고 정말 재밌었던 프랑스 영화들을 소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프랑스 액션 영화 <도망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무척이나 액션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프랑스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과연 어떤 액션일까 호기심을 매우 자극했습니다. 그럼, 영화 <도망자> 스토리를 소개해 드릴게요.





주인공을 노리는 죄수들


영화에서 원래 주인공은 역경과 고난을 많이 겪는 인물로 나오긴 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은 해도해도 정말 너무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은 감옥에 수감 중으로 나오는데, 거의 모든 죄수들이 그를 노립니다. 심지어 교관까지도 그를 괴롭힙니다. 원래 감옥안에서도 서열이 나뉘고, 분쟁과 다툼이 잦긴 하지만, 왜 그토록 주인공만을 노리는 것일까요? 그것은, 주인공이 은행을 털고 돈을 몰래 숨겼기 때문입니다. 그의 돈을 노린 사람들과, 그가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때리고 찌르고 폭행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부는 정말 끔찍 해서 영화를 보다 저도 모르게 헉!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더군요.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부분을 많이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상들은 오히려 많은 관객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감독은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믿을 사람 한명도 없어", 감방 친구의 반전


교도소에서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는 감방친구가 당하는 것을 보고 구해주기까지 합니다. 보고 지나칠 법 하지만, 그는 이런 정의에는 불타오르나 봅니다. 감방친구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매일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 일기장에 기록하고, 죄 없는 자신을 신께서 풀려나도록 도와주실거라며, 기도합니다. 그 기도가 신에게 들어갔는지, 감방 친구는 자신의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무혐의로 석방됩니다. 감방친구는 교도소를 나가는 당일, 주인공에게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전화번호를 주고 떠납니다.

여기까지는, 이 감방친구가 정말 선량한 시민인데 불행하게 죄를 뒤집어 써, 감방에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약간의 반전을 가지고 오는 인물입니다. 생긴것도 정직하게 생기고, 신뢰감 가게 생겼는데 왜? 감방에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감방에 들어오게 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겠죠? 한번 예상 해 보세요.





"그 놈을 믿어서는 안돼", 사건의 시작


어느 날 주인공을 어떤 남자가 찾아 옵니다. 그 남자는 경찰이라고 합니다. 같은 감방을 썼던 감방친구에 관해서 묻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죠. 그 경찰은 감방친구를 절대 믿어서는 안되며, 다음 희생자가 분명 다시 나타날 것임을 경고합니다. 그 순간, 주인공은 감방친구가 출소하기 전, 도움을 요청하라는 말에 자신의 아내가 살고 있는 집과 연락처를 가르쳐 준 것이 번뜩 생각나게 됩니다. 이 면회를 시작으로, 주인공의 탈옥은 시작되게 됩니다.





"당신들도 그 놈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야", 경찰 VS 주인공


지금 주인공은 감방 친구를 찾아, 가족을 구해야 하기도 바쁜데, 계속해서 경찰들은 탈옥수인 주인공을 찾게 됩니다. 결국은 쫓는자, 그리고 쫓기는 자가 동시에 되어버린 주인공. 도망도 쳐야하고 찾기도 해야하고 이 얼마나 복잡하고 바쁜 일인가요. 이 부분이 저는 참 재밌었습니다. 단순히 일방적으로 쫓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쫓기는 것은 이제 더 이상은 재미가 없죠. 쌍방향으로 쫓고 쫓는다는 게 훨씬 영화에서 박진감을 더 해 줍니다.

경찰이 이렇게 열심히 주인공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 탈옥수가 아니라, 살인자로 몰렸기 때문입니다. 감방친구가 사람을 죽이고 난 후, 주인공의 DNA를 흘려, 살인 혐의를 주인공으로 위장하려 만듭니다. 결국 그 위장술에 넘어간 경찰들이 언론에게 주인공이 여러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인한 살인범이라 알립니다. 그렇게 해서 주인공의 행동 범위가 더 좁아지고 위태롭게 되어버렸죠.





"사람들은 나를 이해 못해", 적과의 재회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도움을 준다기에 믿었던 감방친구가 결국은 더 나쁜 놈이었습니다. 언어 상술로 신뢰를 얻자, 주인공의 숨겨놓은 돈을 갈취하고 아내를 죽이고 딸을 유괴한 것이죠. 그리고 이 진짜 나쁜놈은 감방에서 나와서도 반성하지 못하고 게속해서 범죄를 저지릅니다.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것이죠. 오히려 자신의 일이 정당하다는 듯, 자신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바보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리고는 딸을 구하러 온 주인공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참, 이부분에서 싸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여집니다. 싸이코패스든, 정신병자든, 미치광이든 아무튼 아무런 감정없이 사람을 죽는 것을 쉽게 여기고 그것을 즐기기 까지 하는 소름끼치는 짐승의 눈을 가진 이 남자. 어떤 영화든, 그리고 어떤 나라든 이런 미치광이에게는 꼭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 생긴 외모, 신뢰감 주는 말들. 하지만 내면은 썩고 비틀어버린 마음과 정신세계. 그것들을 영화에서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날 한 번만 믿어봐"


결국은 그토록 찾던 가족을 찾고 구하게 되긴 합니다. 하지만, 딸만 구할 수 있었고, 더군다나 딸을 구했다는 것으로 주인공의 비극이 끝나는 것이 아니죠. 딸을 구함과 동시에 또 다른 비극이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어쩌면 뻔한 액션영화임에도 저에게는 재미있었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등장인물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믿어라", "믿지 말아라", "믿지 않는다"는 대사의 반복이죠. 어떤 누구를 믿어야만 내가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누구를 믿어야 우리 가족을 구할 수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영화 속에서 저도 찾게 됩니다. 영화는 어쩌면 추리소설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영화는 언론과 경찰을 잘 풍자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언론, 그리고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오로지 직감만을 가지고 범인을 잡는 경찰들을 보면서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보여줍니다. 이런 풍자, 비판적인 내용을 좋아해서 인지 저는 참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면, 전반적인 스토리를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은행 강도인 주인공을 미화시키는 영화입니다. 차라리 은행 강도는 그냥 죄를 뒤집어 써서 감옥에 들어온 선량한 시민으로 시작했다면 이 영화의 훈훈한 마무리에서도 찝찝함을 느끼지 않을텐데, 범죄자가 정의를 실현한 사람처럼, 아름다운 인물로 비춰진다는 사실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이상하게 기분이 묘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영화이기에 이런 상상력이 허용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가능할 수도 없죠. 그리고 범죄자가 한 아버지로서는 가족을 지키려는 모습은 좋지만, 너무 지나치게 다른 살인을 저지를 범죄자와 비교하게 만들어, 미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냥 단순한 액션으로만 생각한다면, 볼만한 영화지만 이것저것 따지고 나면 그다지 썩 괜찮은 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을 여러분도 느끼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프랑스 나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여러분도 한번 이 영화를 보시고 프랑스 영화의 액션과 프랑스 문화를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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