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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영화] 영화화 결정! '제이컵을 위하여'는 어떤 영화?

13.10.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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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을 위하여]
작가: 윌리엄 랜데이
출판사: 검은숲


당신은 가족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습니까?

부모에게 세상 모든 자식은 가장 어여쁘고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막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리던 순간부터, 아장아장 걷던 시간들, 처음 자전거를 타던 때, 학교에 입학하던 날, 성인이 되던 날 등 자녀의 순간 순간들을 담은 기억들은 부모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나날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모에게 자식은 결코 나쁜사람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자녀가 사회적으로는 '악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모든 문제는 시작됩니다. 마치 소설 속 앤디의 가족처럼 말이죠.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열 다섯살 소년. 사인은 자상에 의한 장기 손상으로 피해 소년은 톱니 모양의 날카로운 칼에 가슴 부분을 세번 찔렸습니다. 

지방검사 앤디 바버는 여느날처럼 사건 현장으로 가서 증거를 확인하고 경찰에 용의자 검거를 지시했습니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단지 사건에 눈길이 좀 더 갔던 이유는 피해 소년의 나이가 너무 어렸으며, 수 년 전부터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어왔던 아들 '제이컵'의 학교 친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타까움은 아들 제이컵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충격과 경악으로 바뀝니다.

잘 나가던 검사 앤디는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후배와 출세에 눈이 먼 상사의 압력에 못이겨 담당검사의 자리에서 손을 뗍니다. 그는 지역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제이컵의 담당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자신이 차석 변호인을 맡는 등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닙니다. '어떤 제도에서는 인적 요소는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판사나 배심원도 다르지 않다. 사법제도에 대한 우리의 눈먼 신념은 무지의 산물이다. 나는 결코 내 아들의 운명을 사법제도에 맡길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검사로서 법정에 서왔던 앤디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법 체계를 신뢰하지 못합니다. 용의자의 말에 감쪽같이 속고, 진실보다 자신의 생각에만 귀를 기울이는 배심원단과 판사들에게 아들을 맡긴다면 제이컵은 분명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정황과 증거들이 제이컵이 범인임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 다정했던 이웃들의 싸늘한 태도에 '우리 아들이 그럴리 없다'고 굳게 믿던 아내는 점점 가슴아픈 의심을 합니다. 그럴수록 앤디의 불안감도 커져갑니다. 그는 스스로의 피에 폭력성이 흐른다고 굳게 믿고있는 사람입니다. 그랬기에 더욱 법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썼습니다. 하지만 제이컵의 방에서 발견된 칼 한자루는 그의 마음에 소용돌이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막연하게 착한 아들로만 알고 있었던 제이컵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합니다. 

소설 [제이컵을 위하여]는 온전히 아버지 앤디의 1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아들이 끔찍한 범죄의 용의자로 몰린 상황에서 앤디는 이제 더이상 공정한 검사가 아닙니다. 단지 한 아이의 아버지일 뿐이죠. '당신은 가족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겠냐?'고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어쩌면 앤디에게 이 질문은 무의미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게 아들은 '살인'따위를 할 리 없는 착한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결정적인 증거를 감추고, 의도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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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맹목적인 사랑과 신뢰는 많은 영화에서 다뤄왔던 소재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있죠. 정신지체 장애로 바보 취급을 받는 한 남자에게는 그를 맹목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엄마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깡패같은 세상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보 아들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성폭행 및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경찰에 연행된 아들은 어리숙한 자백으로 순식간에 살인범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아들은 어머니에게 그 맑은 눈망울로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더이상 어머니에게 사건의 전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절대로 그랬을 리 없다는 믿음은 아들의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에게는 진실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마더] 속의 엄마는 위기 상황에 처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합니다. 그러나 소설 [제이컵을 위하여]의 아버지 앤디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아들을 구하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제이컵을 피고석에 세운채 진행되는 법정에서의 공방전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검사 출신 직접 가르친 후배 검사와 변호인이 된 앤디의 치열한 불꽃튀는 공방전은 이 소설 최고의 묘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법정 공방 장면들에는 실제로 법정에 서 보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는 차가운 공기와 숨막히는 분위기가 잔뜩 깃들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호인과 검사 측의 진범을 가려내기 위한 랠리를 통해 실제 재판이 진행되는 방식과 검찰측의 공격 논리, 변호인의 방어 논리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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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을 위하여'의 저자 윌리엄 랜데이)

이 소설이 이토록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작가 윌리엄 랜데이가 실제로 검사 출신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랜데이는 실제로 6년간 미들섹스 카운티의 지방검사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검찰 재직당시 집필한 소설 [미션 플래츠]는 특유의 리얼리티와 무게감, 충격적인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에게 영국 추리작가협회 신인상을 안겨줍니다. 전문 작가로 나선 후 세번째 작품인 이번 소설은 출간 직후 뉴욕 타임스를 비롯, 거의 모든 매체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올해의 책에 다섯 차례 이상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편 [제이컵을 위하여]는 원작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 될 예정입니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판권을 계약했으며 '해리포터' 시리즈의 각본을 쓴 스티브 클로브스가 제작할 예정입니다. 이에 팬들은 "숨막히는 법정 스릴러, 기대된다.", "언제 나올까?"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년 범죄를 통해 사법제도와 가족제도의 이면을 현실감있게 그려낸 이 작품이 과연 스크린에서는 어떻게 구현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단언컨대, 원작 소설을 잘 살린다면 또 한번 '전설'의 법정 스릴러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검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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