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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뻔하지 않아 볼만해~

12.01.26 11:06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물원을 샀다니! 우리가 아는 그 동물원이 맞는 건가 싶다. 근데, 맞다. 그 동물원이. 아내를 잃고 직장상사와 마찰이 이어져 방황하던 남편 벤자민 미는 엄마를 잃고 학교생활을 잘 헤쳐나가지 못하고 결국 퇴학을 당하는 딜런 미를 보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갈 결심을 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우리가 이사 간 곳이…



실제 벤자민과 그의 두 자녀

끔찍한 그림을 그리고 학교에서 온갖 사고를 치고 퇴학을 당한 아들 딜런 미를 보고 벤자민은 아내의 추억이 가득한 집을 떠날 결심을 한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보지만 벤자민과 딸 로지의 눈에 든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겨우 분위기, 주위환경 모두 맘에 든 집은 알고 보니 ‘동물원’. 이 집을 사려면 동물원 운영을 하는 게 조건이다. 망설인 것도 잠시, 벤자민은 공작새와 대화하는 로지의 모습을 보고 집을 사기로 결심한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모험을 즐겼던 벤자민의 결심으로 그들은 ‘동물원’으로 이사가게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동물원으로 이사 간다는 이 설정이 허구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2006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저널리스트였던 벤자민 미는 전 재산을 털어 폐장 직전에 동물원을 매입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에세이를 썼고 BBC방송을 통해 4주간 전파를 타며 유명세를 얻었다. 이 영화 같은 실화가 영화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뻔하지 않은 이야기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멧 데이먼과 스칼렛 요한슨 주연, 다소 엉뚱하지만 귀여운 소재, ‘가족영화’라는 장르까지 상업영화로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도 상업영화답지 않게 뻔하지 않다. ‘제리 맥과이어’와 ‘엘리자베스 타운’을 만든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뻔하게 흐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잘 버무려주었다. 방황하는 딜런을 억지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벤자민과 딜런의 갈등 또한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의 부자처럼 평범하게 갈등을 보여준다. 영화 이야기 속에서 기승전결은 있지만 기승전결 속에 에피소드나 캐릭터들간의 갈등을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아니다. 감정의 표현을 고민하는 아들 딜런에게 아버지인 벤자민은 어줍지 않은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부인에게 했던 고백 장면을 보여주면서 용기를 북돋아 준다. 벤자민 가족들은 영화 안에서 큰 계기없이, 동물원을 꾸려나가며 자연스럽게 아내와 엄마를 잃은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그래서 영화가 좀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나도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배우들의 은은한 변신


액션 ‘본’시리즈에서 화려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멧 데이먼은 이 영화에서 살집이 붙은 모습으로 나와 아버지의 역할을 편안하게 소화해낸다. 섹시미의 대명사 스칼렛 요한슨은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사육사로 출연하는데 가슴골이 확 파인 드레스보다 동물을 걱정하고 동물원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더 섹시하게 다가온다. 특히 다코타 패닝의 동생으로 유명한 엘르 패닝이 딜런의 친구로 출연해 소녀로서의 성숙미를 뽐낸다. 멧 데이먼과 스칼렛 요한슨, 엘르 패닝의 은은한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영화 보는 또 다른 재미로 꼽을 수 있다.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즐길만한 무난한 영화를 찾는다면, 상업영화의 뻔한 해피엔딩이 지겹다면, 멧데이먼과 스칼렛 요한슨의 색다른 모습이 궁금하다면, 현실을 잊을만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바로 이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가 딱!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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