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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 리뷰: [은밀하게…]를 거부한 청년 간첩 영화

13.10.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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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2013]
감독: 박홍수
출연: 최승현, 한예리, 김유정, 조성하, 윤제문
 

줄거리
명훈(최승현)은 남파공작원인 아버지의 누명으로, 여동생 혜인(김유정)과 단 둘만 살아 남아 요덕 수용소에 감금된다. 그곳에서 그는 정찰국 소속 장교 문상철(조성하)에게 동생을 구하려면 남으로 내려가 공작원이 되라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파한 명훈은 고등학생 강대호로 위장해 어떤 지령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느날 명훈은 학교에서 동생과 같은 이름에 늘 혼자인 혜인(한예리)을 눈 여겨 보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임무는 위험해져 가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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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은 줄거리와 설정 상 이번 6월에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떠오른다. 20대 청년 간첩이라는 설정과 함께 남한 사회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와 일부 인물 관계 설정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그것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촬영 시기도 비슷했던 만큼 이 영화와의 비교는 피할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점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상당히 낮은 기대치를 보고 감상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동창생]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은위])의 절차를 거부한 작품이다. [은위]가 원작의 유머러스함을 강조하며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밝게 만든것과 달리 [동창생]은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은위]가 주인공 원류환(김수현)의 주변인물 소개와 에피소드에 치중한 것처럼 [동창생] 또한 그러한 설정과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출연진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를통한 드라마를 유도하는 방식이 달랐다. 주인공 리철민(최승현)의 주변 관계를 최소한으로 적절하게 유지하며 에피소드 진행에 방해가 되지않게 한 것이다. 즉, 리철민의 인물 관계는 드라마를 위한 관계인 '동창생' 혜인(한예리), 황정숙(이주실)만 유지시킨뒤 그 다음으로 출연하는 수많은 출연진은 액션과 이야기 진행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게 한것이다. 적절하게 배치하고 설정한 인물관계도 덕분에 관객은 영화의 이야기 진행방향과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의 흐름을 문제없이 따라갈수 있었다. 
 
바로 그점이 이 영화가 '썩 괜찮았던' 간첩 영화가 될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오버하지 않은 짜임새가 장점인 [동창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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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생]은 오로지 주인공 리철민 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다. 수많은 인물들을 줄거리의 흐름속에 엮이게 만들지만, 어느 누구의 비중을 높여 영화의 흐름을 이상하게 전개시키려 하지 않는다. 주연과 조연의 역할을 완벽하게 선을 그은 것이었다. 스토리의 흐름도 지나친 강약 조절을 주지 않았다. 리철민의 임무와 관련된 이야기로 기본 뼈대를 유지하며 그와 관련된 기승전결만 있을뿐 산으로 가는 추가적인 에피소드도 없다. 이는 다른 신인 감독들이 충분히 욕심 낼수 있는 상황을 거부하고 주어진 각본에만 충실한 감독의 냉철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액션'에서도 이점이 돋보였다. 대부분의 한국영화를 비롯한 헐리웃 영화들이 그렇듯 이제는 대세가 된 '제이슨 본'식 '특공 무술'은 이번에도 똑같이 재현된다. 하지만, [동창생]은 이부분을 어떻게 화려하게 그려낼지 설정하지 않았다. 오로지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춘 절도있는 무술 액션을 선보이며 그 부분에만 파워를 줄 뿐이다. 그렇다고 액션이 평이한것은 아니다. 빠르고 정교함과 절도있는 힘을 더한 것이 영화속 액션의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구경거리 제공을 떠나 '빠르고 날렵한' 청년 간첩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낸 요소로 사용한 영리한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절도'있고 '우울한' 설정만 유지하지 않는다. '간첩'이라는 이중적인 직업과 특징을 학원물에 적절하게 대입시킨 유머로 정적이던 영화의 분위기를 바꿔주며 영화의 흐름에 강약을 더해주며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려 했다. 이는 [은위]가 원작의 만화스러운 설정과 유머를 빌리며 과장된 슬랩스틱 유머를 선보이며 드라마를 만드는 것과는 달랐다. 오로지 영화의 모든것은 계산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영상, 음악, 연출력에 있어서 지나치게 앞서나가지 않고 정도를 지킨 요소들의 결합이 이 영화의 장점이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준 최고의 요인은 다름아닌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었다.
 

*누구하나 욕심부리지 않은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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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면서 많이들 아쉬운점을 언급한 부분은 "일부 출연진들의 배역이 너무 짧았다." 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참 대세 배우로 언급되고 있는 조성하, 윤제문 그리고 김유정의 출연분은 예상보다 극히 짧아 '특별출연' 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동창생] 이란 제목답게 최승현과 한예리에게만 집중되었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하나 이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하지 않는다. 조성하, 윤제문은 의외의 짧은 분량에도 튀지않고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어나가며 극중 주인공들을 빛나게 해주는 '씬스틸러'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부분이 이들의 캐릭터에 강인한 인상을 제공한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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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또한 짧은 분량이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돋보였으며 리명훈이 극중에 존재한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자짓하면 연인관계로도 발전할수도 있었던 남녀간의 관계를 '친구'의 관계에서 애매함과 애절함의 사이를 유도해내는 최승현과 한예리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냉정한 간첩이지만 이 못지않은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리명훈의 심리는 잘 표현 되었으며, 학교로 인해 상처 받은 평범한 소녀에서 자신만의 꿈을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혜인의 캐릭터는 한예리만이 소화 할수 있는 역할임을 보여주었다. [동창생]은 사건과 설정으로 진행되는 영화이지만 그 못지 않게 캐릭터의 비중도 중요한 영화였다. 선을 벗어나지 않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영화는 애초에 목표로한 '독창적인 간첩영화'를 완성하는 목표에 성공했다.   
 

*[동창생]은 이념 영화? 사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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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영화가 남북 관계를 소재로 하였고 10대 후반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념/사회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지만 [동창생]에서는 그러한 어려운 요소를 찾지 않아도 된다. 재일교포 3세 주인공을 내세운  가네시르 가즈키의 소설 [ GO]의 첫 문단의 "이건 민족 이야기가 아닌 내 연애 이야기" 라는 문구가 이 영화에 어울린다고 무방할 정도로 역경의 삶을 산 10대 청소년들의 내면 심리를 액션과 이데올로기에 혼합 시켜 표현한 장르였다. 이는 최근에 개봉한 [화이]와 어느정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화이]의 분노가 자신을 악(惡)으로 만드려는 아버지들에 대한 전쟁이라면, 리철민은 초반 자신의 신념(동생의 안전)을 위해 냉철해 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순수한 내면과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을 선택한다. 주인공들은 주어진 현실과 상황 때문에 움직이지만, 이들이 자신들의 잔혹한 운명을 맞이하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것은 자의적 타의적 상황으로 학교를 벗어 나게되는 혜인과 대호(리명훈의 남한 이름)의 관계가 그렇다. 사회적 시스템이 그들을 학교 밖으로 내쫓게 되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개개인들의 선택이나 다를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러한점 때문에 [동창생]은 이념 영화라기 보다는 개인의 심리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로 보는 게 나을 것이다.
 

*약간의 B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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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많은 영화면서 아쉬움도 많은 영화다. 정도를 지켜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와 설정이 없는 부분은 좋았지만, 중 후반부 이러한 '정도'가 지나쳐 굴곡 없는 영화가 되어버려 심심해지는 상황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오히려 약간의 유머와 같은 가벼운 상황도 적절하게 추가 했으면 좋으련만 절제된 연출력이 때로는 지루한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때문에 이야기의 진행도 무뎌지고 결말을 향한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할 정도로 억지스럽게 연결하려 하면서 긴장감도 하락한다. 이럴 때 비중이 아까운 배우들의 역할을 넓혀보는 것도 생각해 봤어야 했다.
 
[동창생]은 완벽한 작품은 아니어도 오랜만에 신인답지 않은 절제된 연출력을 유지하며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낸 박홍수 감독의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또한, 아이돌 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지하게 캐릭터의 내면에 완벽하게 빠져든 최승현과 한예리를 비롯한 배우들의 가능성을 발견할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근래의 한국 영화들이 과한 설정과 연기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욕심을 버린 '절제함의 미덕'이 왜 중요한지를 확인 시켜준 영화였다.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영상,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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