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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야]리뷰: 결혼 준비의 민낯이 궁금하세요?

13.11.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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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야]
감독: 홍지영
출연: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옥택연 외
개봉: 2013년 11월 21일
 
 
지인 중 연애만 10년을 했던 커플이 있습니다. 대학 새내기, 군대, 취업까지 20대에 겪어야 할 모든 산을 함께 넘은 이 커플이 결혼하는 것은 이미 기정 사실화 된 일이었습니다. 양가 상견례가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결혼을 진행하는 것 같았던 두 사람은 그러나 결혼식 두 달 전 돌연 파혼을 선언, 주변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습니다. 파혼 사유는 '성격 차이'. 막상 결혼을 준비 해 보니, 서로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는 겁니다. 10년을 함께 했는데 이제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니, 말도 안된다는 주변의 반응에 예비신부 였던(?) 지인은 태연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습니다. "그래도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잖아?"
 
결혼은 30년 가까이 혹은 그 이상 혼자 살아오던 남녀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하는 가장 큰 결정입니다. 태어나던 순간부터 함께 했던 내 가족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만든다는 것, 각기 '남편'과 '아내'라는 새로운 위치를 부여 받는다는 것, 그리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과정임에 분명합니다. 물론, 결혼식은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시월드(시집살이를 이르는 말)'와 '처월드(처가살이를 이르는 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결혼 전에는 내 부모에게도 하지 않던 전화와 문자, 일주일에 한번 씩 찾아 뵙는 것을 왜 남편의 혹은 아내의 부모님께 해야하는지 머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별다른 도리는 없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 한 몸 희생하는 수 밖에요. 결혼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버진 로드에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 남은 수십년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결혼전야]에 나온 이 '커플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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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전야]는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 결혼을 결정한 남녀가 겪는 심리적인 불안 현상으로, 결혼 이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면서 결혼 전 우울증을 앓는 현상)를 소재로 결혼 일주일 전 갈등을 겪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서로가 첫사랑인 비뇨기과 의사 주영(김효진 분)과 프로야구 코치 태규(김강우 분)는 10년만에 다시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일주일 전, 숨겨왔던 주영의 과거가 공개되며 파혼 위기에 봉착합니다. 그런가하면 연애 7년차인 네일 아티스트 소미(이연희 분)와 잘나가는 셰프 원철(옥택연 분) 역시 갈등을 겪습니다. 아직 사랑을 하고 싶은 여자 소미와 결혼은 생활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원철은 결혼관도, 생활 방식도 정반대입니다. 국제 결혼을 앞둔 비카(구잘 분)와 건호(마동석 분) 역시 삐그덕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과분하다 싶을 만큼 어리고 예쁜 아내를 맞게 된 노총각 건호는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이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 여파로 임신까지 하게 된 대복(이희준 분)과 이라(고준희 분) 역시 결혼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시월드에 종교 문제, 무엇보다 임신까지 겹친 이 커플에게 결혼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라는 옴니버스 형식을 사용했지만, 네 커플, 여덟 남녀의 갈등은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해 보았을 고민들입니다. 결혼 전 내 남자, 혹은 내 여자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요? '이 결혼, 과연 하는 게 맞는걸까?' 답도 없는 고민을 계속할 때 나타난 꿈꾸던 이상형은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여기에 심지어 임신으로 확신 조차 들지 않는 상대방과 결혼을 준비하는데, 시월드, 처월드의 등살까지 극심하다면 결혼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같은 한국말인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라과 또 한번 결혼준비로 전쟁을 치룬 후 탄식하는 대복의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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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메리지 블루'라는 소재를 이용, 인생 최대의 행사라는 결혼을 앞둔 남녀의 심리를 분석합니다.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각 커플의 이야기는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가령, 국제 결혼을 앞둔 건호는 아내 비카가 배우자 비자와 한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은 아닐까 늘 의심합니다. 그 의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카의 컴퓨터 검색 내역에는 '시민권 받는 법' 등이 있고, 9시 뉴스 자료화면에는 외국인 인권 관련 시위를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지나갑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역시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죽고 못살았던 남자와 여자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뻔한 이유 때문이며, 뒤늦게 여자에게 있었던 일을 알게 된 남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때 마침 남자에게 일어난 사고는 여자에게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흔한 드라마의 공식이 모든 커플들의 이야기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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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결혼 준비에 있어서의 근본적인 고민을 피해갔다는 점 역시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혼 전에 예비부부가 갈등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돈'입니다. 집, 가전제품, 심지어 컵 하나, 접시 하나까지 구입해야 하는 예비부부에게 결혼 준비 비용은 현실이고, 또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그러나 [결혼전야] 속 아홉 남녀 누구도 지극히 현실적인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결혼전야]가 판타지가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현실감 넘치는 연애를 그린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에서 주인공인 영(김민희 분)과 동희(이민기 분)는 이별 후 온갖 찌질한(?) 행위를 이어갑니다. 서로의 물건을 부숴서 착불로 보내고, 사무실 의자 바퀴를 빼버려서 고객 앞에서 망신 당하게 하고, SNS를 이잡듯 뒤져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를 찾아냅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후에도 헤어지기 전과 같은 갈등을 겪게 되죠. [연애의 온도]는 '이별' 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닥뜨린 커플의 솔직한 이야기를 그리며 연애의 진정한 '민낯'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시나 '결혼 직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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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혼전야]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네 커플의 이야기라는 옴니버스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인물들 사이의 연결고리는 스토리 전개를 어색하지 않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영화 전반적으로 들어있는 웃음 코드와 예상치 못했던 게스트의 등장은 관객들을 '빵 터뜨리기' 충분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합니다. 이미 국민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김강우, 김효진은 물론,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에 도전한 옥택연 역시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여기에 전작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보인 찌질남 이희준의 연기 역시 훌륭합니다. 다만 항상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이연희의 '소미'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혼전야]는 그 제목이나 공개된 예고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슬픈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마도, 앤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던 것은, 현실에서 겪었던 혹은 겪을 일들을 정말 '영화답게' 풀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P.S.1 이쯤되면 '판타스틱 포'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아름다운 네 명의 여배우가 웨딩드레스를 입습니다. 웨딩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를 꼽아 보시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P.S.2 주지훈과 홍지영 감독은 [키친]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극 중 주지훈이 연기한 '경수'는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남자인 것 같습니다.
 

 
*단평
[연애의 온도]를 원했지만 [러브 액츄얼리]가 되어버린 결혼 이야기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But TV,VOD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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