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재개봉하는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의 선택은?
13.11.20 17:55
2003년 11월 21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는 스릴러 영화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한국 영화로 자리잡았습니다. 두 남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과 '복수 앞에서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이 영화는 2004년, 57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올드보이] 성공의 절반이 연출력과 각본에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배우들의 열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배우들의 공은 지대합니다. 이미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손꼽히는 최민식은 물론이요, 이전까지 부드러운 남자를 주로 연기했던 유지태 역시 [올드보이]를 통해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거듭납니다. 이 밖에도 윤진서와 유연석의 신인 시절을 엿볼 수 있는 등, [올드보이]는 흘러간 영화로 두기에는 아까운 영화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올드보이가 개봉 10년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직접 감독한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더욱 섬세하고 깨끗한 비주얼로 2013냔 11월 21일,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강산이 한 번 바뀔만큼 긴 시간인 10년, 과연 올드보이의 배우들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 <올드보이>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모인 배우들과 박찬욱 감독
▲ <올드보이> 속 오대수(최민식 분)과 미도(강혜정 분)
▲ 앳된 모습의 윤진서. <올드보이>는 그녀의 데뷔작이다
▲ 김병옥(좌), 유지태(가운데), 최민식(우)
▲ 큰 화제가 되었던 유지태의 요가 장면. 촬영 당시에는 와이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 이우진(유지태 분)의 아역으로 등장한 유연석
박찬욱 감독을 중심으로 선 배우들은 1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변함 없이 멋진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복수의 중심에 있었던 두 남자, 유지태와 최민식은 여전히 엄청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뽐내며 [올드보이]의 무게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10년 전엔 신인이었던 뽐내던 미도(강혜정)과 수아(윤진서)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했다는 평가입니다. 무엇보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배우는 가장 왼편에 있는 유연석.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의 아역을 연기했던 유연석은 최근 [응답하라 1994]에서 다정다감한 서울남자 '칠봉'으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10년만에 돌아온 [올드보이].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감회가 더욱 새로울 수 밖에 없는데요. 개봉을 기념하여 박 감독이 직접 [올드보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명장면을 뽑았습니다.
1. 오프닝: 오대수가 움켜 쥔 넥타이 하나에 매달린 자살남 장면
박찬욱 감독이 직접 고른 명장면 1은 오프닝 장면입니다. 오대수(최민식 분)이 넥타이와 함께 클로즈업 되고 한 남성이 떨어질듯 위태하게 메달려있습니다. 박 감독은 이 씬을 고른 이유에 대해 이야기의 문을 서서히 연다는 기분이 아니라 관객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영화에 툭 던져져버린느 단도직입적인 느낌이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카메라는 가장 먼저 주먹을 비추고, 시선을 약간 올려 넥타이를 비추더니 마침내는 실루엣으로 처리된 오대수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음악 또한 오프닝 자막이 나올 때 아주 조용한 서정적인 멜로디가 깔리다가 갑자기 흥분되는 음악으로 바뀝니다. 박 감독은 이를 두고 어떤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극적인 순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도입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 클라이막스: 이우진의 펜트하우스, 두 남자의 대결의 끝
오대수 1인의 복수극인 것 처럼 전개되었떤 영화가 이우진(유지태 분)의 복수극에서 시작된 스토리였다는 충격적 진상과 반전이 밝혀지는 장면입니다. 오대수와 이우진의 대결의 끝을 보여주는 펜트하우스 장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충격적인 씬들을 포함하며 개봉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특히 진실을 미도에게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자신의 혀를 자르는 장면을 포함, 롱테이크로 3분 여 동안 이어지는 최민식의 열연은 단연 압권이라는 평입니다.
3. 회상: 현재의 오대수와 과거의 오대수가 공존
'에버 그린'의 정체를 캐고 들어간 오대수는 그와 자신의 접점이 고등학교 시절임을 깨닫고 서울로 전학 오기 전 다녔던 상록 고등학교가 있는 지방 도시를 찾습니다. 수 십년만에 다시 찾은 학교에서 대수가 본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자신.(오태경 분) 시제만 다른 같은 인물이 한 씬 안에 공존하는 장면은 숨막힐듯한 긴장감과 몰입의 연속입니다. 또한 과거의 오대수를 현재의 오대수가 쫓아가는 장면은 역동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했습니다.
4. 엔딩: 설원 위 미도의 "사랑해요, 아저씨"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렇듯이 오프닝과 엔딩을 가장 공들여 찍었다고 말한 박 감독이 고른 마지막 명장면은 엔딩의 설원 장면입니다.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후 혼자 남은 오대수는 괴로움에 기억을 지우려고 시도합니다. 정신을 차린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설원과 자신을 안고 있는 미도입니다. "사랑해요, 아저씨"라고 말하며 자신을 꼭 껴안는 미도를 보며 대수는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미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 장면 어디에서도 오대수가 기억을 지우는 것에 성공했는지, 미도와 대수가 상황을 극복하고 해피앤딩을 맞게 된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없습니다. 만일 기억을 지우지 못했을 경우 두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짙은 여운을 남긴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