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영화 '하울링'이 진짜로 얘기하고 싶었던 것?

12.02.10 10:30






유하 감독의 새 영화 '하울링'은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인 노나미 아사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원작으로 한 범죄 수사 드라마로 배우 송강호와 이나영이 출연한다.





하울링, 유하 감독의 감정수사극  


다음주 개봉을 앞 둔 영화 하울링은 송강호, 이나영이 형사로 나서 늑대개로 인한 연쇄살인사건을 풀어간다.

사실 연쇄살인사건은 그간 영화에서 여러 번 다뤄진 소재다. 이유가 불분명한 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고,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던 형사들은 일련의 죽음 사이에 공통점을 찾고자 골몰한다.

사건을 파고들며 장애물을 만나지만, 결국 살인자의 정체를 밝혀낸다. 살인의 대상이나 수법, 정황 등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면 식상해지기 쉽다.

하울링은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기존 영화와는 차별적으로 다뤘다. 보통 범인을 쫓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데 반해 ‘하울링’은 스릴러의 긴장감 속에 소수자들의 아픔을 녹여낸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마음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하울링, 사실 '가족이야기'


'하울링'은 잔혹한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형사 차은영(이나영 분)과 조상길(송강호 분)에 대한 묘사에서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은영은 형사라는 직업을 이해해주지 못하던 남편과 이혼한 돌싱이었으며, 상길 역시 직업 탓에 가정을 지킬 수 없었던 무능한 가장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부서진 가정의 틈새를 보여주며 영화는 가족에 대한 정의를 되묻는다. 여자가 힘들게 형사일 하지말고 결혼해서 살라는 주변의 충고에 은영은 "왜 그렇게 살아야되죠?"라고 반문하는 장면이 하나의 예다.

비단 은영과 상길 뿐 아니라 늑대개의 인생을 통해서도 가족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유하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개와 정아(남보라 분)가 밥상을 같이 놓고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는데 타자로서의 어울림과 교감이 가족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더불어 인류평화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울링, 원작자도 인정해


영화 '하울링'의 원작자인 노나미 아사가 완성된 영화를 호평했다. 노나미 아사는 지난 6일 열린 '하울링'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감상한 뒤 "내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각들이 영상으로 되살아났다"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약 20년 전 늑대개라는 존재를 알게 돼 늑대개를 마음껏 달리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집필을 결심했다"고 원작소설 '얼어붙은 송곳니'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노나미 아사는 "현대인이 도시 안에 살면서 느끼는 고독감과 같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주제와 메시지가 영화에서도 변함없이 잘 표현된 것 같다"며 "두 배우 역시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호흡도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더불어 그는 "유하 감독은 매 장면 밀도 있고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다"며 "여형사와 늑대개의 관계, 그 둘이 교감해 가는 부분 등은 소설에서 쓰고 싶었던 그대로인데 감독이 원작을 정확히 이해한 것을 알고 감탄했다"고 전했다. 노나미 아사는 '하울링'의 원작인 '얼어붙은 송곳니'로 제115회 나오키상을 받았으며 일본에서 손꼽히는 여류작가다.





송강호와 이나영이 주연을 맡고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사실만으로도 크게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하울링. 특히 원작자까지도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했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아카데미의 후보작들이 한꺼번에 몰려 개봉하는 다가오는 16일, 하울링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까?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