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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미] 리뷰: 무덤까지 간 첫사랑, 삼천포로 간 이야기

13.12.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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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미]
 감독: 이현종
주연: 주원, 김아중 외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에서 주인공 나정은 친구들의 연애이야기를 들으며 말합니다. "남자에게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될 단 한 명의 여자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첫사랑이다" 흘러간 시간이 무색할 만큼 가슴 한구석에 아스라이 남아있는, 그때의 노래 한 소절에도 가슴 한편이 찡해오는, 그래서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그녀의 이름은 바로 '첫사랑'입니다.
 
여기, 1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한 남자가 있습니다. 10년 전, 사귄 지 100일 되던 날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연인이 거짓말처럼 다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놀랐고, 기뻤고,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벌레 한 마리도 잡지 못할 것 같이 연약한 그녀가 알고 보니 자신이 쫓았던 도둑계의 대모라는 사실은 그를 좌절하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역대 최단시간 승진 기록을 가진 경찰청 최고의 프로파일러 호태(주원 분)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여자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데려가기만 하면 1계급 특진에 그토록 원하던 과학수사대 팀장 자리는 떼놓은 당상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달리게 되겠지요. "그래, 결심했다! 어차피 괴물 같은 범죄자일 뿐이다" 다짐하며 눈을 돌렸는데 그녀가 잠들어있습니다. 천사 같은 얼굴로 소파에 곤히 잠들어 있는 진숙(김아중 분)을 보는 순간, 그의 사고 회로는 일시 정지합니다. 그래, 하루만, 딱 하루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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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지금까지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용한 소재입니다. 대표적으로 작년 한 해, 최고 인기를 끌었던 [건축학개론]이 있지요. [캐치미]의 기본 설정은 여러모로 [건축학개론]을 닮아있습니다. 스무 살,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진 남녀는 풋풋하게나마 서로에게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시련은 두 사람을 갈라놓았고, 첫사랑은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았죠. 그리고 10여 년, 희미해진 기억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사랑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인생을 뒤흔들만한 첫사랑의 등장 앞에서 두 남자의 대처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건축학개론]의 승민(이제훈, 엄태웅 분)이 '서른 다섯살'의 선택을 하며 현실로 돌아갔던 반면 [캐치미]의 호태는 다시 한 번 사랑을 말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 속 승민의 주제곡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인데 반해 호태의 주제곡은 조금 더 직설적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입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널 기다려 왔다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OST는 호태와 진숙이 느끼는 감정 상태이며, [캐치미]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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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캐치미]가 절대로 슬프고 여운을 남기는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참 '즐거운' 영화입니다. 우선 눈이 즐겁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한 배우 주원이 완벽하게 핏되는 수트를 입고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든 채 경찰청으로 들어가는 첫 장면은 가히 뭇 여성들의 로망을 총집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전설의 도둑으로 등장하는 김아중은 섹시함과 귀여움을 모두 갖춘 여성으로 등장, 남심을 흔들어 놓습니다. 특히 머리를 높게 묶고 건너편 건물을 향해 총을 겨누는 그녀의 모습은 전성기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두 남녀 주인공의 캐미 역시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요. 유독 연상의 여배우들과 캐미스트리가 좋은 주원은 이번 영화에서도 김아중과 함께 최고의 캐미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커플티를 맞춰 입고 '셀카'를 찍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사랑에 빠진 커플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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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귀가 즐겁습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주원과 [미녀는 괴로워]에서 이미 발군의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던 김아중의 만남이니만큼 배우들의 노래는 빠질 수 없는 장치입니다. 특히 주원이 직접 부르는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주인공 호태의 절절한 마음을 관객들에게 빠르고 쉽게 전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마음이 즐거운 영화입니다.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나온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캐치미]에는 복잡한 갈등구조나 복선이 없습니다. 오히려 갈등이나 복선 대신 철저히 남,여 주인공에게 시선을 맞추고 중간중간 재미있는 장면들을 삽입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극 초반 완벽남이었던 호태가 진숙을 만나며 '허당스러운' 면모를 보이는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큰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합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카메오들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특히 옆집에 사는 결벽증 남자 '차태현'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극장 곳곳에서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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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우선 경찰청 최고의 프로파일러라는 '이호태'의 범인 추리 방식은 엉성하기 그지없습니다. '굳이 프로파일러가 아니어도 저 정도 추리는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이지요. 그래서일까요? 호태의 활약은 '굳이 프로파일러라는 설정을 가져와야 했나?' 싶은 의문만을 남겨줄 뿐입니다. 개연성 없기는 진숙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인데요. 전 세계적인 미술품을 훔칠 정도로 대도인 진숙의 기술은 뚜껑을 열어보면 좀도둑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만큼 어설픕니다. 아름다운 진숙이 도둑이 되어야 했던 사연부터 시작해서, 엉성하고 코믹한 경찰들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 까지. 모두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본 것 같은 설정입니다. 스토리가 엉성하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역시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데뷔 이후 8개의 작품 중 4개(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특수본, 7급 공무원) 작품에서 경찰과 특수 요원 역할을 맡았던 주원은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김아중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사랑스럽기는 하나 [미녀는 괴로워], [나의 P.S 파트너]와의 차별점은 크게 없습니다.
 
때문에 메세지를 찾고자 하는 관객분들이라면 분명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건축학개론]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도 아니고, 같은 날 개봉하는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처럼 무언가 메세지를 주려는 영화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아무 고민도 없이 실컷 웃고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단언컨대 극장을 나오시는 순간 100% 만족할 수 있으실 겁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 역시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원하는 연인 관객들에게는 큰 메리트로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주원과 김아중의 쫓고 쫓기는 로맨스는 오는 12월 19일 개봉합니다.
 
 
 
*단평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단, 너무 달콤해서 느끼할 수 있으니 솔로들은 주의 요망

비주얼:★★ 
연기: ★★☆
스토리:★★
연출력:★★☆
 
총점:★★☆
(But TV,VOD 평점:★★☆)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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