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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감독이 말하는 부조리 그리고 가족, [집으로 가는 길] 기자간담회

13.12.05 13:54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있을까요? 평범한 가정주부가 어느날 갑자기 마약 운반범으로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붙잡혔습니다. 그녀가 운반한 코카인은 약 17kg, 우리돈으로 24억원의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먼 나라 프랑스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I don't know" 한 마디 뿐이었습니다. 과연 이 가족에게 일어난 엄청난 사건 뒤에는 무슨일이 숨겨져 있었던 걸까요?
 
칸의 여인 전도연이 이번에는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도연은 이번 영화에서 순식간에 마약 소지범이 되어 2년 넘게 프랑스 감옥에 수감되는 주부 송정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정연'의 모습에 완벽하게 동화된 전도연의 모습에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찬사가 터져나왔다는 후문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용의자X의 헌신], [오로라공주] 등에서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방은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전도연과 고수가 열연을 펼쳤습니다. 무비라이징이 최고의 연기와 연출력을 선보인 배우와 감독을 만났습니다.
 

*첫인사*
 
감) 연출을 맡은 방은진입니다.
전) 너무 울어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 자리, 지금 여기 앉아있기 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고) 고수입니다. 잘 부탁드린다.
 
 
*방은진 감독, [집으로 가는 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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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화로 간 것도 아니고, 너무 극으로 가지도 않았다. 연출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감) 많은 것들이 있다. 우선 실화 기반이기 때문에 사실을 짚으려고 했다. 실제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들이 혹시나 이 영화를 통해 더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묻어 두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춰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2004년에 벌어졌고 2006년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이 이야기는 결국 평범하고 이웃같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이 영화가 '내 이웃의,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이다'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드려고 노력했다.
 
Q) 원래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는데 영화로 만들 때 다르게 풀었던 점은?
 
감) 가정을 가진 한 여자의 이야기지만 그 가정을 지키려는 한 남편의 이야기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가족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그렸기 때문에 '가족'을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남편 '종배'가 고군분투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부분에 실화 이상의 것을 넣으려고 애썼다. '정연'의 역할에 대해서는 중요한 포인트들에 대해 전도연이 워낙 공감을 하더라. 가장 중요한 장면인 법정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보시면 아셨겠지만 법정에 출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방영되지 못했다. 그 법정에서 마지막 발언에서 '정연이 무슨 말을 했을까'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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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장면의 가족사진이 정말 예쁘게 나와서 영화 보기 전에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역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했는가?
 
감) 강지우의 캐스팅 과정은 4살에서 6살의 성장기를 표현할 수 있는 5살 아역의 오디션을 정말 많이 보았다. 거의 100명 정도. 지우양의 경우 광고는 몇 개 했고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감정을 바꾸는 디렉션을 정말 잘 적응하더라. 지금 이정범 감독의 [우는 남자] 촬영중인데 앞으로 주목 해야할 친구라고 생각한다. 촬영하는 내내 이 어린이 때문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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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고생했을 것 같은데. 대사관 쪽에 대해서도 그려지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다시 관객들이나 네티즌들이 대사관 관계자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일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감) 대사관 장면에 대해서는 고심을 정말 많이 했다. '마약인 것을 알고 운반 했느냐'의 문제보다도 마약을 소지한 상태에서 파리에서 검거가 되었기 때문에. 아무튼 재판이 딜레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대사관이라는 것은 팩트로서 존재하는 부분이다. 또한 2006년 사건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 어떤 반향이 분명히 있었다. 이 영화의 실화가 되었던 사건 이후에도 그 유사한 재외국민에 대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기도 했었고. 개인적인 바람은 이 것을 다시 들춰서 그 것이 이슈화되는 것 보다는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실화의 주인공인 장미정씨가 '조금 더 일찍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방점을 찍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는 영화로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Q) 정연이 교도소에서 강간을 당할 뻔한 장면이 있다. 극적인 것이 있어서 이런 장면이 들어간 것 같은데. 관객들을 위해 어느 정도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전작인 [용의자X의 헌신]은 소설이 원작이었고, 이번 작품은 실화가 원작인데 원작이 있는 두 작품을 영화화하면서 어떤 부분에 차이점을 두었는가?
 
감) 장미정씨의 일기를 근거해서 여자교도소에서 어느 만큼의 성적인 부분이 묘사가 되어 있는 부분은 있다. 이런 코드를 쓰게 된 것은 정연이라는 인물이 도망가기 위한, 극적인 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도망이라기 보다는 살기 위한 상황을 만드는게 필요했다. '송정연'이라는 인물은 파리 프렌 교도소에서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이송될 때 까지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정연이 바다를 보는 순간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치열함과 자연에서 받는 치유, 한편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교도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적 문제들에 대해 더 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두 가지 다 어렵다.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에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복잡미묘한 심리와 시간 제한이 있는 영화에서는 소설의 내러티브를 2시간에 축약하다보니 선택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의 경우에는 실화를 얼마나 영화적인 네러티브에 잘 녹여내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이번 영화의 경우 파리 대사관이나 프렌 교도소 등은 팩트에 근거한 실제 장소이다. 이 촬영 자체도 아주 쉽지 않았다. 프렌 교도소의 경우도 실화 바탕이었기 때문에 찍었어야 해서 거의 도둑촬영을 했고. 이 공간들이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칸의 여인 전도연, 평범한 엄마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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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역시 전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얼굴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느꼈다. 은막을 떠나 있는 동안 어떻게 이 엄청난 연기력과 열정을 어떻게 감추고 있었는가?
 
전) 공백이 좀 길었다. (웃음)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에 대한 그리움,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듯 2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지금 시간도 너무 소중하지만 혼자 공부했던 시간도 정말 소중했다.
 
Q) 마르티니크섬 장면을 보며 점점 야위여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러 체중을 감량한 것인가, 아니면 저절로 살이 빠진 것인가? 집으로 가는 길과 비슷한 개봉 시기에 송강호가 출연하는 [변호인]이 공개가 된다.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맞대결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 마르티니크에서 3주 가량 있었다. 마음같아서는 방은진 감독님처럼 마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살이 빠진 것 처럼 보였다면 고생스러움, 정연이 겪은 고통이 보여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마음 고생은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했다. 그런 부분들이 촬영하면서 얼굴에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변호인(웃음) 정말 오랫만에 영화 찍어서 피해갈 수 있다면피하고 싶었는데. 송강호는 영화도 많이 찍고 저는 2년만에 찍었는데 어떻게 만나나 싶더라. 맞대결이라고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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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큐멘터리 적인 면이 있어서 실제에 대한 고민이 배우들에게도 있었을 것 같다. 디테일적으로 어떤 면에 신경을 썼다? 머리가 빠지는 장면 이후 헤어스타일이 바뀌어 정말 머리가 빠진 것처럼 보였는데 이런 디테일들에 대해 말한다면?
 
전) 진짜 연기를 잘 했나보다. "말랐다", "머리가 빠졌다" 그러시는 걸 보면(웃음) 영양실조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탈모되는 장면이다. 실제로 부분부분 땜빵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었다. 이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 아닌가. 정말 그 곳에서 2년간 형을 살지 않았지만 그 곳에 있는 동안 진짜 정연이처럼 보이고 싶었다. 저 사람이 정말 그 곳에서 2년처럼 있었던 것 처럼 보이고 싶었던 욕심이 컸다. 다큐멘터리가 있기 때문에 부담도 되었지만 어떻게 하면 영화같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신경쓰기도 했던 것 같다.
 
 

*배우들, [집으로 가는 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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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배우분에게 묻는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정말 화가 나는 장면들이 많았다. 촬영하면서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는 없었나?
 
고) 영화를 보고 내려왔다. 손에 너무 땀이 많이 나서 아직도 마르지 않는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이었다. 종배 역할... 실제 남편 되시는 분을 만나뵙지는 못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궁금하고 어려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에 대해 생각해야했다. 결국 정연이를 보낸 것은 종배다. 그래서 무능하고 무지한 남편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종배가 참 못났다 싶더라. 이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이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게 종배를 어렵게, 힘들게 접근했다. 마르티니크 섬에 종배가 정연을 만나러 갔을때 정연이 "내가 대신 갈래, 가면 안되?" 라는 말을 한다. 이 장면을 촬영하며 정말 슬펐다. 대신 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안타깝고 슬픈 감정을 표현했다.
 
전) 정연은 매 순간이었던 것 같다. 도미니카를 갔을때부터. 상처와 아픔과 슬픔과 고통이 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정연이라는 인물의 성장도 보여주고 싶었다. 여러 씬에서 격정적인 감정이 보여지지만 개인적으로는 법정 씬에서 누구도 정연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나. 그 때 굉장히 많이 떨렸다. 온 몸에 땀이 나고 힘이 들어갈 정도로. 촬영을 하고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많이 떨었던 것 같다. 법정 씬이 가장 격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Q) 배우들에게 묻는다. 두 분 호흡이 어땠는가? 모두 가정이 있는 배우들이다. 서로 집에서 이번 배역이 고수야, 전도연이야 했을 때 집에서 반응은 어땠는가?
 
고) 와이프는 "재미있겠다, 열심히 해보세요" 하더라(웃음)
 
전) 남편은 아무 얘기 없었다.(일동 웃음) 고수와의 호흡은 영화 보셨으니 아셨겠지만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각자의 호흡이 어떻게 나중에 하나로 보여지느냐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니 호흡이 잘 맞지 않았나 싶다. 정말 부부처럼 보이던데(웃음)
 

*끝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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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집으로가는길은 멀리, 힘겹게 돌아서 온 영화다. 오늘 영화를 공개하고 나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이 따뜻하고 훈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게 분명히 큰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좋은 배우분들과 열심히 찍었다. 관객분들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돌아보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전) 마약을 운반하다 걸린 여자. 사건으로 시작한 영화였다. 끝을 보니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여자와 아내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남편,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 큰 사건같지만 결국 가족의 이야기인것 같다.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가족들에게 집에 가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란다.
 
고) 그리움인 것 같다. 사람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사람은 없지 않나. 애인도 친구도 아닌 가족을 그리워 하는 마음, 이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너무 가까워서 잠시 잊고 지냈던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가는 길, 영화를 보며 다시 생각했다. 결국 평화와 안정, 행복으로 가는 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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