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영화로 유추해 보는 남편 찾기, 성나정의 남편은?
13.12.06 17:07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10%대를 달성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복고 열풍을 몰고 왔습니다. 1994년을 배경으로 삼천포, 순천, 여수, 마산 등 지방에서 상경한 스무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30~40대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10~20대에게는 첫사랑의 설렘을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4]가 이토록 화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도통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다수의 드라마가 시작 전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서브 주인공들을 정하고 예측 가능한 플롯 내에서 이야기를 전개 해 나간다면, '응사'는 매 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을 '집단 멘붕'(멘탈 붕괴를 이르는 말로 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충격을 받은 상태)하게 만듭니다. 21부작의 드라마 중 13회까지 방영, 반환점을 막 돈 이 시점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것은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이 누가 될것인가' 인데요. 지금까지 공개된 힌트로는 1. 남편의 이름은 김재준이며(4회) 2. 아이 셋의 아빠이고(6회) 3. 94년 당시 성나정의 집인 '신촌하숙'의 남학생 중 한명이며(6회) 4. 덩치가 좋으나 월드컵 8강전 날 결혼 날짜를 정할 만큼 센스가 없다는 것(6회, 13회) 라는 정도입니다. 제작진은 남편 후보 5명을 별명으로 부르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나정의 남편은 누구일까요? 현재 가장 강력한 남편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천재 의대생 '쓰레기'(정우 분)와 대학야구의 1인자 '칠봉'(유연석 분)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남자는 모두 지금까지 등장한 힌트를 만족하고 있는데요. 노트 필기나 형들의 이름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쓰레기의 이름은 '김재O'입니다. 그런가 하면 야구 유니폼을 통해 공개된 칠봉이의 이름은 '김O준'이죠. 두 사람 모두 신촌 하숙의 하숙생이며 나정의 부모인 성동일-이일화 부부에게 사랑받는 아들들입니다. 마치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처럼, 매 회 '남편감'으로 우세한 후보가 뒤바뀌는 가운데 이번에는 드라마에 설치된 복선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복선으로는 인형이 있습니다. 쓰레기를 상징하는 고릴라 인형과 나정을 상징하는 물개 인형, 칠봉을 상징하는 강아지 인형은 매 회,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 지를 보여주는 복선으로 활용되며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뜻 배경인듯 보였던 장치들이 남편 후보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임이 포착되자 네티즌들은 제작진이 숨겨둔 복선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특히 영화를 통해 숨겨진 복선들도 있어서 화제인데요. 과연 [응답하라 1994] 속 영화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그린파파야의 향기]
[그린파파야의 향기]
감독: 트란 안 홍
출연: 트란 누 엔-케, 만 상 루, 호아 호이 뷰옹 외
국내 개봉: 1994.07.30
1951년, 인도차이나 전쟁 직전의 베트남 사이공. 갓 10살이 된 무이는 아버지의 죽음 후 가난한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 대형 포목집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합니다. 주인 아저씨와 주인 마님, 할머니, 장성한 큰아들 드렁, 무이보다 몇 살 위인 아들 램, 막내 틴까지. 순식간에 여섯 식구의 시중을 들게 된 무이는 볼멘소리 없이 주어진 일을 해 나갑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무이와 같은 나이의 딸을 잃은 주인 마님이 어린 무이를 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수 년, 어린 아이에서 여인이 된 무이에게도 어느덧 가슴 설레는 첫사랑이 찾아왔습니다. 주인공은 큰 아들 드렁의 친구 '쿠옌'. 드렁과 막역한 사이인 쿠옌이 집에 방문할 때 마다 무이는 소박하게나마 치장하고 기다리고, 그가 식사를 한다고 하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요리인 채소 볶음을 직접 만들어 갖다주기도 하며 남모를 사랑을 키워갑니다. 쿠옌만 보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무이. 그러나 혼자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을 주인 마님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인도차이나 전쟁 후, 주인 아저씨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며 포목집의 가세는 기울기 시작합니다. 주인 마님은 딸 같은 무이를 쿠옌의 집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쿠옌의 집에 함께 살게 된 무이. 대외적으로 10년 가까이 넘게 왔던 도련님의 친구이자 자신의 주인이 된 쿠옌을 매일같이 지켜봐야 하는 무이의 마음은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시방석입니다. 이미 쿠옌에게는 아름다운 약혼자가 있기 때문이죠. 혼란스러운 것은 쿠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린 동생으로만 여겼던 무이가 여자로 다가오고, 자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냉정한 현실 앞에서 그는 마음을 표현하는 대신 감추는 방법을 택합니다. 직접 그린 무이의 초상화를 서랍에 넣고 이를 닫아 버린 것은 그녀를 향한 마음을 닫겠다는 쿠옌의 의지로도 해석됩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은 아름다운 배경과 섬세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숨막힐듯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한편 사랑을 하며 완전한 '여자'가 된 무이는 집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약혼녀가 놓고 간 립스틱을 바르고 아름다운 옷으로 치장한 후 살며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봅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집에 들어온 쿠옌은 이러한 무이의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죠. 깜짝 놀라 숨버린 그녀를 찾아 쿠옌은 집 곳곳을 두리번거립니다. 결국 딱 마주쳐 버린 두 사람. 한참동안 무이를 바라보던 쿠옌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지나칩니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히는 두 사람의 숨바꼭질 장면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자각한 두 남녀의 모습을 영상과 음악만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며 많은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습니다.
신분 차이와 나이 차이, 10년 넘게 어린 동생과 오빠(정확히 말하면 주인집 큰오빠의 친구)로 지내왔던 굴레를 넘어, 결국 쿠옌은 무이에게 왔습니다. 약혼녀와 파혼 하고, 문맹인 무이에게 글을 가르치며 두 사람은 드디어 함께 하는 사랑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둡던 화면이 점차 밝아지며 노란색 아오자이(베트남 전통 의상)를 입은 무이가 화면에 나타납니다. 이전과 다르게 유창하게 뱃속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무이 옆에서 쿠옌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서 여자로, 그리고 마침내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된 무이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해 보입니다.
[그린 파파야의 향기]는 93년 칸 영화제에서 신인상 격인 황금카메라상, 9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습니다. 이 영화는 내용뿐만 아니라 포스터로도 유명한데요. 별다른 꾸밈 없는 포스터 속에는 어린 무이가 특유의 까만 눈동자로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개봉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카페의 인테리어로 활용되는 이 포스터는 94년, 스무살 나정의 화장대 위에도 놓여 있습니다. 극 중 나정이 영화 동아리 회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린 파파야 향기] 포스터 액자가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린 파파야의 향기]의 내용을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극 중 나정은 20년 넘게 친오빠처럼 지내던 쓰레기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는 나정을 여동생으로만 생각할 뿐입니다. 이는 8회에서 나정의 고백에 대처하는 쓰레기의 태도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지구가 멸망을 해. 산은 무너지고 땅은 솟고 바다는 쪼개지고 짐승이고 사람이고 다 죽었다. 지구상에 산 사람이라고는 니 내 윤진이 셋 뿐이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고 종족번식도 해야한다. 내가 윤진이가? 선택해라" 나정은 작정이라도 한 듯 쓰레기에게 선택을 독촉합니다. 눈물이 가득 고여있는 그녀를 보고서도 그는 볼을 쭉 늘어뜨리며 장난으로 응답합니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무심한 그에게도 나정이 차츰 여자로 다가오기 시작하죠.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키스를 통해 마음을 확인,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린 파파야의 향기] 속 쿠옌과 무이의 관계와 여러모로 닮아있는 쓰레기와 나정. 이 영화에 두 사람을 대입 해 본다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해피앤딩을 맞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론이 마냥 핑크빛이라고 말한다면, 그 것 역시 '100% 확실하지 않다'라는 답변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극 중 쓰레기는 이상할 정도로 책 한 권을 열심히 봅니다. 책의 제목은 바로 '상실의 시대'. 무리카미 하루미의 초기작으로 알려져있는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혹은 반드시 겪게 될 첫사랑과 삶의 방황에 대해 담고있습니다. 89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100만부 이상이 팔리며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은 '상실의 시대'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11년, 영화로 제작됩니다. [데쓰노트]의 L 역할로 주목받았던 마츠야마 켄이치가 주연을 맡았고, [바벨]과 [퍼시픽 림]으로 헐리웃 배우의 반열에 오른 키쿠치 린코가 첫사랑 '나오코'를 맡아 열연했습니다. 여기에 한국계 모델 출신인 미즈하라 키코가 또 다른 사랑, '미도리'를 맡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영화 [상실의 시대]를 연출한 감독 역시 [그린 파파야의 향기]를 연출한 트란 안 훙 감독입니다.
[상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
감독: 트란 안 훙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키쿠치 린코, 미즈하라 키코 외
국내 개봉: 2011.04.21
1960년대 일본, 열 일곱살의 와타나베와 절친 기즈키, 그의 연인 나오코는 늘 함께 어울려 다니는 절친한 친구입니다. 늘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세 사람의 우정은 갑작스러운 기즈키의 자살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와타나베는 결국 고향을 떠나는 것을 선택합니다. 2년 후, 도쿄에서 대학생이 된 와타나베에게 나오코가 찾아옵니다. 매주 함께 산책을 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스무살이 되던 해, 결국 사랑을 나눕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린 나오코.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녀에게서 현재 요양원에 있다는 편지를 받은 그는 망설이지 않고 나오코를 찾아 떠납니다. 드디어, 사랑이 확고해져 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같은 시기, 그에게는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옵니다. 주인공은 바로 미도리. 톡톡 튀는 성격과 밝은 웃음은 늘 조용하고 차분한 나오코와는 사뭇 다릅니다. 미도리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와타나베 역시 나오코에게 마음을 확고히 한 상황. 친구와 연인 사이 어딘가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싹트고 있었습니다. 그즈음 와타나베는 뜸하게 편지를 보내오던 나오코의 병세가 심각해졌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나오코를 찾아 떠난 요양원에서 와타나베는 나오코의 멘토이자 30세 여성인 레오코를 만납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유일한 '어른'레오코 역시 좌절의 끝에 요양원으로 흘러들어온 비운의 여인이지요. 나오코의 죽음 후 레이코와 사랑을 나누는 와타나베의 모습은 사뭇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까, 나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어른이 된 후 비로소 알게 된 젊은날에 대한 상실감이 그를 휘감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당초 [일대종사]의 거장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던 [상실의 시대]는 원작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후 왕가위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 쓴 [중경삼림]에서 '상실의 시대'를 연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트란 안 훙 감독 역시 이 작품의 영화화를 위해 2년 넘게 하루키를 설득한 끝에 메가폰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상실의 시대]는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을 수 있는 최초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트란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배경화면은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하며 '상실의 시대'에 빠져있는 청춘의 모습을 극대화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작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보니 이 소설의 화자는 남자(와타나베)이지만 스토리의 중심은 여성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히며 "다른 시점에서 보니 새로운 흥미가 생겼다"라고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러닝타임으로 인해 인물 사이의 개연성을 알기 힘들었다는 혹평 또한 있었습니다. 소설 자체도 함축적인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사 영화로 바꾸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지나칠 정도로 묘사된 인물들의 감정과 허무한 결말 역시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가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골자는 와타나베와 세 여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린파파야의 향기]가 '쿠옌과 무이'라는 명확한 러브라인을 두고 첫사랑의 설렘을 그렸던 것과 달리 [상실의 시대]는 사랑의 열병과 그 것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때문에 결국 사랑을 잃고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모습도 등장하지 않겠냐는 것이 일각의 추측입니다.
앞으로 7회가 남아있는 [응답하라 1994]. 연출을 맡은 신원호PD는 인터뷰에서 '최종적인 남편 공개는 마지막회인 21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팬들은 전작인 [응답하라 1997]과 13회까지의 전개를 보았을 때 마지막회까지도 치밀한 복선과 반전이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무살, 찬란하게 빛나는 94년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응답하라 1994]에서 앞으로는 어떤 영화들이 등장하여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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