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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열연한 '지젤', 스크린에서 만난다

14.01.10 18:41

대사가 없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눈에 익을 만큼 유명한 배우도 없습니다. 아니, 외려 '배우가 없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오로지 발레리나의 손길과 몸짓들 뿐. 그런데 대사 하나 없는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 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토아 프레이저 감독이 로맨틱 발레의 대표작 [지젤]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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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번째 영화화 된 [지젤]은 뉴질랜드 왕립 발레단의 공연 실황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공연을 영화화 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두 무용수의 아련한 로맨스'라는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습니다. 즉 영화에서 보여주는 [지젤]의 사랑은 알브레히트 왕자와 지젤의 이야기이며 발레에서 '지젤'과 '알브레히트 왕자'를 연기한 두 남,녀 무용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전자는 지젤의 죽음으로 인해 사랑을 이루지 못했고, 후자는 뉴욕과 상해라는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차마 사랑을 말하지 못합니다.

토아 프레이저 감독은 전작들과는 달리 무대 밖의 이야기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 "극이 절정에 달할 수록 무용수들이 서로의 감정과 상처를 강렬하게 표현 해 내는 것는 것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감독의 기대에 부흥하듯, 과거에 '지젤'과 '알브레히트'로 만났던 두 남녀는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 애절한 발레를 이어갑니다. 특히 두 무용수가 2막에서 파르되를 추는 모습은 매우 시적이며 영화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현대적인 재해석이 가미된 지젤은 '발레 공연은 지루하다' 또는 '어렵다'는 편견을 가진 대중들에게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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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1988)
감독: 허버트 로스
출연: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알렉산드라 페리 외

로맨틱 발레의 바이블 '지젤'을 소재로 유명 발레리노 '토니'의 발레애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랑을 담은 작품입니다. 뛰어난 실력으로 인기와 명예를 모두 얻은 토니는 타고난 바람기로 수많은 여성들과의 짧은 만남을 즐깁니다. 그러나 젊고 순수한 발레리나 '리자'를 보는 순간 그의 모든 사고 회로는 정지합니다. 사랑을 믿지 않았던 토니는 결국 맑고 깨끗한 리자로 인해 사랑을 믿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988년 개봉한 [지젤]은 발레극이라기 보다는 '지젤'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드라마로 각색한 영화이지만, 개봉 당시 공연을 방불케 하는 감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20세기를 주름잡은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알브레히트'연기와 당대의 팜므파탈 알렉산드라 페리의 순수한 시골처녀 '지젤'로의 연기 변신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지젤]은 개봉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준급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영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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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3D](2012)
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
출연: 나탈리 오시포바, 레오니드 사라파노프 외

2010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한 '지젤'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3D 기술까지 접목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제작된 3D 공연 실황 영화로 제작된 [지젤]은 보다 생생한 감동을 전하며 '마린스키 극장에서 정말 발레극 <지젤>을 보는 것 같다',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등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극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지젤의 연기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주인공의 활약이 중요한 작품이 바로 [지젤]입니다. [지젤3D]에서 주연을 맡은 나탈리 오시포바는 가녀리고 선 고운 몸매로 우아하고 고혹적인 발레를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큰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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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 스위첸 올댓스케이트 2011에서 '지젤'을 선보이는 김연아

한편 지젤은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수석 발레리나로 활동하던 당시 ‘지젤’ 역을 완벽히 소화해 명성을 떨쳤으며, 피겨 여왕 김연아는 ‘2010-11시즌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다채로운 표정과 안무로 비련의 여주인공 ‘지젤’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전 세계 팬들로부터 열렬한 호평을 이끌어 냈습니다.

과연 새로운 지젤은 전작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진=영화사 화수분, 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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