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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 자료 수집광'의 추억. 1998년 영화 [리쎌웨폰 4]

14.01.21 10:22

 
'영화광'이라 불리던 청소년 시절. 나는 극장의 홍보 부스 대에 있었던 조그만 포스터를 비롯한 영화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모으는 게 취미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수집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던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얻고 싶었고, 향후 영화에 대한 그 당시의 나의 애정을 추억하는 자료로 소유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첫 수집이 있던 시기는 1998년이었다. 그 당시 신촌 앞을 지나가면서 지금은 사라진 '그랜드 시네마' 앞을 지나가면서 눈앞에 놓인 홍보 부스 대의 포스터 여러 장을 손에 넣게 되었다. 나는 그 포스터들을 정성스럽게 화일 안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고, 화일의 맨 앞을 차지한 주인공은 그 당시 최고의 헐리웃 액션물이었던 [리쎌웨폰 4]였다.
 
 
*[리쎌웨폰] 시리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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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쎌웨폰] 시리즈는 백인 형사 릭(멜 깁슨)과 그의 동료이자 선배인 흑인 형사 머토프(대니 글로버)의 활약을 그린 형사 버디물로 거친 액션과 함께 특유의 속사포 입담과 유머로 액션 영화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슈퍼맨] [구니스] [프리윌리]등 8,90년대 흥행 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리차드 도너 감독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흥행 시리즈이기도 하다. 1987년 등장한 이래 98년까지 4편이 등장한 이후 더는 후속편이 등장하지 않아 사실상 마지막 시리즈인 셈이다. 최근까지 5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더이상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지속해서 시리즈를 유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헐리웃 특유의 무차별 총기 액션과 함께 두 형사콤비가 보여주는 유머와 행동이 시리즈를 더해 가면서 특유의 재미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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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이 시작한 이래 물과 기름 같았던 릭과 머토프 콤비가 시간이 지나면서 형제와 같은 동료로 발전하게 되는 과정이 거친 액션 속에서 묻어나는 훈훈한 드라마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은퇴 시기를 맞이한 머토프는 골치 아픈 사건과 함께 괴짜 형사 릭을 동료로 맞이하게 되면서 심란해지게 된다. 릭은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아무도 제지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성격과 함께 '똘끼'(?) 어린 행동으로 서내에서도 '문제아'로 찍힌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릭의 슬픔을 이해한 머토프는 그와 활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시에 시종일관 다투면서 진한 동료애를 이루게 된다. 릭의 거친 행동을 제지 하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어가는 식이다. 그러면서 릭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가족애'를 가르쳐 주게 되고 그러한 영향 덕분에 시리즈의 3편에 이르러서는 동료 여형사 '로나'(르네 루소)와 사랑을 하게 된다.
 
이처럼 릭과 머토프는 액션 영화속 히어로를 떠나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었다. 거칠고 살벌한 폭력의 세계에서 사랑에 아파하고 주변의 친구와 가족으로 상처를 치유하며 정의를 실현한다. [리쎌웨폰] 시리즈의 주제에는 이처럼
사랑,가족과 같은 제2의 주제들이 비중있게 다루어 지면서 훈훈한 드라마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이는 대망의 마지막 시리즈인 4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리쎌웨폰 4]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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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은 로나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졸지에 머토프의 큰 딸 리앤 까지 혼전 임신을 하게 되자 릭과 머토프는 중년의 나이에 서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더는 그들은 '철없는 어른'이 아닌 의젓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현장에서 일하기 힘든 나이다. 때마침 서장은 두 콤비에게 반장 자리를 제안하게 되고 둘은 이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사실 이들은 현장에서 은퇴한다는 사실에 씁쓸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거칠게 뒹굴고 싸우며 시원하게 욕을 내뱉으며 영화팬들과 함께 많은 정을 쌓았던 두 콤비의 은퇴 설정이 현실 속의 우리 일상과 너무 비슷했기에 관객들에게는 더 큰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들을 쉽게 은퇴시킬 영화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악당을 대적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강적'을 보내 이 두콤비의 건재함을 확인시키려 했다. 그 악당은 다름아닌 홍콩에서 건너온 아시아 최고의 액션 스타 '이연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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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헐리웃에서는 존재가 미미했던 이연걸은 [리쎌웨폰 4]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헐리웃에 본격적으로 알릴수 있었다. 그동안 주연으로 출연해 정의의 편에서 자신의 화려한 무술을 자랑했지만, 그의 헐리웃 데뷔작은 그에게 최강의 악역을 맡아줄 것임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그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중국에 수감 중인 형과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중국의 고위층과 거래를 제시한 악당 와 싱쿠(이연걸)는 미국으로 불법 체류한 중국인 이민자 가족을 이용해 위조 지폐를 제조하려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릭과 머토프는 와싱쿠에 맞서려 하지만 그의 화려한 무술 실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죽을 위기에 처하기까지 한다. 결국 막판 이 두 콤비의 친구인 사립탐정 리오(조 페시)와 신참 형사이자 영화에서 중요한 비밀(?)을 간직한 리 버터스(크리스 록)의 도움으로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이연걸은 특유의 무술실력과 더불어 평소 그답지 않은 잔혹함을 선보였고 "여기가 홍콩이었으면 너희는 죽었어" 라는 대사는 미국 관객들로 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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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쎌웨폰 4]는 두 말썽쟁이 중년 콤비의 현실적인 고민에 초점이 맞춰졌다. 은퇴와 가장이라는 갈림길 사이에서 그들은 일부러라도 의젓해 지려 하지만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철없는 영웅'들의 길을 택하게 된다. 시리즈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우리와 같은 현실을 고민하며 살아가던 그들이었기에 영화를 볼 때마다 지금 어디선가 릭과 머토프가 여전히 활약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과거의 [리쎌웨폰] 시리즈들이 그랬듯 여전히 남자들의 수다와 유머가 넘쳐흐른다. 특히, 릭,머토프,리오,리 버터스가 병원에서 용의자를 취조하겠다며 마취 가스를 들이마시다가 자신들이 중독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유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약간의 논란도 있었다.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한 이연걸에게 멜 깁슨이 "치마 입었냐?'라고 비아냥 거리는 부분에는 문화적 차이를 너무 간과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포스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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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헐리웃 액션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 포스터다. 배경보다는 인물들이 중심에 놓여 있는 만큼 스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내의 유명한 흑백 스타들을 메인으로 두며 이연걸을 맨 뒤로 보낸 헐리웃 포스터와 달리 한국 포스터에서는 이연걸은 멜 깁슨,대니 글로버와 동등한 위치에서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안정장치가 없는 인간 시한폭탄들이 온다!' 여전히 대책 없이 무조건 부딪쳐 악당들을 상대하는 불굴의 의지를 갖춘 두 콤비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포스터의 중앙에는 액션스타 멜 깁슨이 위치해 있고 좌우의 이연걸과 대니글로버가 위치해 있다. 대니 글로버는 풍채 있는 선배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연걸 특유의 강렬한 눈빛은 그동안 그가 출연했던 홍콩 영화속의 정의의 사도와 전혀 다른 이미지인 독한 느낌의 악당을 연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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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뒷면은 그 당시 영화 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나타내주고 있는 부분으로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감상 포인트와 영화의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맨 우측 세개의 파란색 마크 표시인  POWER,ACTION,HUMOR는 전자에서 부터 이야기한 이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POWER는 영화 제작자 조엘 실버와 흥행 감독 리차드 도너 그리고 세명의 주연배우 멜 깁슨,대니 글로버,조 페시의 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제작자 조엘 실버는 [리쎌웨폰] 시리즈 이외에도 [다이하드] [컨스피러시]와 [리쎌웨폰 4]의 성공이후 [매트릭스] [셜록 홈즈]의 제작을 성공시킨 헐리웃의 몇 안되는 '마이다스의 손'이기도 하다. ACTION에서는 4편 액션의 백미였던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에 위험하게 매달리는 맨몸 스턴트 액션과 이 연걸의 무술등이 강조되고 있다. HUMOR는 위기 상황에서도 쉼없이 터져나오는 유머를 자랑하는 멜 깁슨 대니 글로버 콤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보다 정보가 많지 않지만 [리쎌웨폰]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정보인 셈이었다.
 
[리쎌웨폰 4]는 그 당시 개봉한 [아마겟돈] [뮬란] [딥임팩트]의 공세 속에서도 그 나름의 관객 점유율을 유지하며 무난한 흥행을 이어갔다.  [다이하드] 와 더불어 8,90년대 액션물의 증흥기를 이끈 시리즈 였기에 액션 영화팬들에게는 여전히 화자되는 작품이면서 활발했던 멜 깁슨과 이 연걸을 기억하는 우리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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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MDB,개인 소장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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