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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리뷰: 별점을 무의미하게 한 높은 가치를 지닌 영화

14.01.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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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2013]
감독:김태윤
출연:박철민,윤유선,김규리,박희정
 
 
줄거리
택시기사 상구(박철민)는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평범한 아버지다. 상구는 딸 윤미(박희정)가 대기업에 취직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한편으론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대학도 보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오히려 기특한 딸 윤미는 빨리 취직해서 아빠 차도 바꿔드리고 동생 공부까지 시키겠다며 밝게 웃는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윤미는 큰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 나이에 가족 품을 떠났던 딸이 이렇게 돌아오자 상구는 가슴이 미어진다. 자랑스러워하던 회사에 들어간 윤미가 제대로 치료도 받을 수 없자, 힘없는 못난 아빠 상구는 상식 없는 이 세상이 믿겨지지 않는다. 상구는 차갑게 식은 윤미의 손을 잡고 약속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내 딸, 윤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또 하나의 가족]에서 [또 하나의 약속]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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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여직원 '故 황유미'씨의 산재를 받아내기 위해 대기업과 오랜 싸움을 진행한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그린 [또 하나의 약속]. 원래 이 영화는 2013년 [또 하나의 가족] 이라는 원제로 개봉했어야 할 작품이었다. 작년 1월 본지에서도 2013년 주목해야할 작품으로 선정하며 [도가니] [부러진 화살] 이후 또 한번의 사회적 논란과 변화를 일으킬 작품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원제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은 대한민국 최고의 초우량 기업이며 제목은 그 기업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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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또 하나의 가족]의 티저 포스터
 
오리지널 포스터를 본다면 이 영화의 강렬한 제목과 영정 속 딸의 모습 때문에 사회적 비판에 더 가까운 영화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영화의 제목을 [또 하나의 약속]으로 변경하고 포스터도 따뜻한 시각으로 만든것은 영화가 지나치게 사회적 논쟁으로 인식되어 영화의 진심이 묻힐 것을 우려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제작진이 의도하고 싶었던 것은 딸을 향한 가족들의 무한한 사랑을 통해 '가족애'의 위대함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가족영화 다운 주제의식 덕분인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크라우딩펀드로 7억을 모으는 '기적'을 이루었던것은 과언이 아닐것이다.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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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은 이미 완성 그 자체부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원이 이루어 졌으며 민감한 사회적 주제를 여론화 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영화적 완성도에서의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수 없다. 작년 네티즌들의 지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크라우딩 펀드를 받은 영화 [노리개]가 시원치 않은 결과물로 실망을 안겨주었듯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만큼 그 기대에 충족할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것 또한 제작진의 의무인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실화 소재의 영화들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법정 스릴러와 같은 긴박한 장르의 영화로 만들거나 아니면 변호사와 형사와 같은 제3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즉, 사건을 다시 여론화 하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관객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긴장감 넘치는 설정을 배제한 가족 영화의 정서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평화로운 가정의 평범한 모습과 함께 어느순간 갑작스럽게 다가온 백혈병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가족을 보여 주면서 서서히 사건의 본질을 들어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때때로 극의 긴장감이 떨어질때 마다 유머와 폭소 넘치는 장면으로 극의 흐름을 유지하던 타 작품들과 달리 '슬픔' 은 전개의 흐름을 강약조절 역할을 대신한다. 극의 1막의 마지막 이나 다를바 없는 딸의 죽음이 너무나도 슬프게 그려졌기에 '슬픔'의 정서가 영화의 분위기를 전반적
으로 지배하는 편이다. '딸'은 아버지가 투쟁하게된 원동력 이기도 하며 불안한 현실에 두려워하는 엄마에게 '의지'를 키워준 원동력으로 다가오며 캐릭터들간의 정서적 교감의 요소가 된다. 이처럼 가족영화 라는 장르안에서 하나의 요소를 통해 여러 주변의 캐릭터를 하나로 묶게해 모든 인물들을 '가족'의 정서로 담아내려 하고있다. 사회적 문제의 여론화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다가가려 한다.
 
문제가 되는 진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문제를 감정적으로 다가가려 하기 보다는 같은 회사 소속의 직원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재정의해 '내부고발자'의 갈등을 이야기 하려는 식이다. 애초에 사회 비판적 시각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따뜻한 시각에서 모두를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악역에 가까울 정도로 악독하게 그려지는 캐릭터도 있어서 어느정도 문제의식을 갖고 다가가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방향 때문인지 [또 하나의 약속]의 구성과 진행은 너무 단조롭다. '딸의 죽음' 이후 서서히 회사의 음모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좀 더 진실이 밝혀지는 전개가 필요했지만 평범한 드라마와 반복되는 갈등이 긴장감을 떨어뜨릴 뿐이다. 가족에 대한 감정에 기인한 나머지 더 심도있는 드라마를 구성하지 못한점도 단점이며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들의 약간은 어색한 강원도 사투리 연기도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올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유지하려 했던 진심어린 드라마의 힘은 중반부의 문제를 덮어줄 만큼 강렬하다. 그것이 바로 애초 이 영화가 기획한 '가족애,부성애'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사회적 문제에 기인한 실화 소재의 법정 영화들의 결과에 실망한 사람들이 라면 [또 하나의 약속]의 결과는 만족할 만한 내용이다. [부러진 화살] [노리개] [변호인]이 사법부와 공권력의 부패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 줬다면 이 영화의 결론은 약간의 희망을 발견할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소 불안했던 기승전결의 부분이 후반부에 더 빛을 볼수 있었던 것도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약속을 지킨 [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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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은 가치와 의미가 사실상 무의미한 작품이다. 완벽하게 만들어 비판의 대상이 된 기업을 비판하려기 보다는 '가족적 정서'를 더 강조해 따뜻한 희망을 이야기 하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아쉬움이 느껴지면서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라고 느낄만한 수준이었다. 실제 아버지의 투쟁이 '노동운동'의 성격과 사회적인 시선으로 인식되어 잊혀지는 것과 다르게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우딩펀딩 영화들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비주얼:★★★
연기:★★★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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