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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충무로 아이돌의 역습

11.10.31 19:19

요즘 재미있는 드라마들이 많이 방영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종편 방송이 본격적인 개국을 앞두면서 촬영에 들어간 작품들이 생각 보다 강하다 보니 방송 3사도 나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요소에는 영화 제작사, 제작진 그리고 영화 배우들과 같은 영화계의 인프라가 방송 컨텐츠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서 적지 않이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 됩니다. 그 중에서 제가 이러한 유형의 작품 중에서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작품은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입니다.
 

 

 하이킥 시즌을 오랫동안 재미있게 봐왔지만, 이번 시즌을 보면서 기존의 시즌과 조금 다른 묵직한 메시지 들이 들어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유는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들 때문이었습니다. 
 
 

 
                                                 
박하선, 백진희, 김지원 이 세명의 여배우들의 공통점은 현재 하이킥을 통해서 대중에게 본격 적으로 알려진 배우들 이란 점입니다. 또한 신인 시절 TV가 아닌 영화를 통해 데뷔 하였고 그로 인해 주목을 받은 ‘충무로 아이돌’ 출신들 이기도 합니다. (제가 붙인 별명입니다.) 그것도 모두 개성 강한 감독들의 작품에서 페르소나와 같은 연기를 하면서 충무로의 기대주로 주목 받게 된 공통점들도 같고 있었기에 이번의 하이킥 시리즈가 역대 시리즈 들과 다른 사회적 문제에 대한 요소가 강한 이미지를 심어 주었습니다. 
 
  
1. 박하선- 단아함 속에 담겨진 깊은 슬픔
                                  
                       
 
  박하선은 그 전에 드라마 단역으로 연기를 시작 했지만 본격적인 주연 데뷔는 전수일 감독의 [영도다리]에서 였습니다. 전수일 감독은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같은 작가주의 적 영화를 연출한 개성 강한 감독 입니다.                 
 
 [영도다리]에서 박하선은 극 중 주인공인 임신한 10대 미혼모 역을 맡게 됩니다. 신인 여배우 에게는 매우 힘든 역할인데, 그녀는 이 작품에서 사회에 소외 당한 10대 미혼모의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TV에서의 이미지를 생각 한다면 너무나 의외의 도발적인 역을 맡은 셈입니다. 이 영화가 일반에게 공개된 당시에는 박하선은 MBC 드라마의 [동이]의 인현왕후로 막 이름을 알리고 있을 때 였는데, 위 포스터의 임신한 둥근 배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지 차원에서 그런 영화에 대한 홍보도 쉽지 않았을 텐데 박하선은 [동이] 출연 와중에도 [영도다리]의 시사회에 참석하며 영화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참여한 열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극중 친구와 함께한 원조교제 알바를 통해 원치않은 임신을 한 ‘인화’ 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박하선은 임신한 배를 움켜 쥔 채로 영도다리를 건너기도 하며, 임신후 초기 증상인 젖샘이 터져 고통스러워 하는 과감하면서도 힘든 연기를 감행 합니다. 사실 지금의 단아함도 이 영화 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전수일 감독이 설정한 단아함은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감독의 전매특허인 고정되면서도 정적을 유지 하려는 카메라 워크와 영상미가 부산 영도다리의 황폐한 분위기를 통해 그녀의 이미지는 영화의 강한 울림을 주게 돼 한없이 큰 슬픔을 이끌어 냅니다.
 
[하이킥] 에서 그녀는 특유의 청순함으로 두 남자 캐릭터의 마음을 불태우고 있지만 있지만 너무 착해 남들에게 쉽게 속거나 이용 당하는 순진한 모습을 보여 주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의 전형을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특유의 슬픈 표정을 지을 때 마다 [영도다리] 에서 사회의 무관심과 탐욕에 희생당한 인화의 모습이 연상되곤 합니다. 물론 지금의 이 표정이 더 밝아 보여서 보기 좋습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그녀를 평가 한다면 자신의 개성을 영화와 TV라는 전혀 다른 매체 에서도 잘 소화 하는 능력이 이 배우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 백진희- 특별한 역할은 나의 것
 
                             

  
두번째 여배우인 백진희는 당연 말할 필요 없는 한국영화를 위해 태어난 배우 입니다. 10대 때 독립영화를 시작으로 이후 여러 한국 영화를 통해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해 왔기에 그녀와 영화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경력 때문인지 그녀가 출연한 작품에는 사회성이 강하게 짙어 있으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그녀가 데뷔한 [사람을 찾습니다]는 인간 노예를 소재로 하며 인권과 인간의 탐욕이 그려졌고, 주연 데뷔를 한 [반두비]는 이주 노동자 들에 대한 인권과 애환을 메인 으로 삼고 있습니다. 백진희는 이 작품에서 이주노동자와 친구가 되는 여고생으로 출연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진 당돌한 이미지로 인해 그녀는 곧바로 충무로의 기대주가 되며 많은 감독/제작자들의 러브콜을 받게 됩니다.
 
 근데 [반두비] 에서의 사회적 이미지가 강해서 인지 이후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도 심상치 않았는데,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발]을 주제로 담은 옴니버스 영화였으며, 아직 개봉을 하지 못한 [호야]는 남매의 근친상간 적인 요소가 깔려 있어 극 중 친 오빠에 사랑을 느껴 모진 성장통을 느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어쿠스틱]은 평범한 역할이라 패스 합니다.)
 이처럼 그녀가 그 동안 출연한 작품들의 역할을 생각해 볼 때 그녀는 당돌함, 소외자 들의 대변자 그리고 도발적인 역할의 이미지가 그녀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녀가 지금 [하이킥] 에서 맡고 있는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역할은 이러한 경력을 생각해 볼 때 매우 적합한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백진희는 한국 영화계의 '비(非) 평범한 전문 배우' 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마 그녀에게는 영광 일 것이며 더욱 성숙한 배우로서 자리 매김 하는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3. 김지원- 장진의 새로운 페르소나, 명랑함이 가득한 배우
 
                            

 
 아직 작품 경험이 많이 없는 신예 김지원은 CF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배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란씨 CF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세대별 캐릭터를 소화 하며 마지막에 치어리더로 대미를 장식하는 과정을 혼자서 이끌어가는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풍부한 재주와 가능성을 겸비한 연기자가 아닌가 생각 됩니다.
 
 데뷔작이자 첫 출연작인[로맨틱 헤븐] 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 작품에서 그녀는 돋보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장진 영화에는 한번씩 4차원 매력을 가진 여자 캐릭터들이 있게 마련인데, 데뷔작 [기막힌 사내들]의 오승연, [간첩 리철진]의 박진희, [아는 여자]의 이나영, [거룩한 계보]의 윤유선, 제작-원작을 맡은 [웰컴투 동막골] 의 강혜정의 캐릭터가 대표적 입니다. 즉, 장진 자신이 주목하는 여배우들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영화 속 김지원의 캐릭터 는 심각한 상황에서 엉뚱한 대사로 문답을 하거나 돌발 행동을 해 극의 분위기를 바꾸어 주는 감초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극 중 어머니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말하는 의사가 “바다에서 100원 짜리 동전을 찾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유하면서 말하자 “제가 바다에서 얼마와 얼마짜리 동전을 발견 한 적이 있는데 그건 도움이 안될 까요?” 라는 식으로 물어보거나,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 “그거 비밀인데요!” 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소리지르는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맞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틀리면 바로 지적해 주세요.)

  이러한 이미지가 [하이킥] 으로 이어져 더욱 비밀 많고 짝사랑에 빠진 4차원 소녀로 특유의 매력을 더 해주게 됩니다. 그런 소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저씨를 위해 함께 귀여운 피켓 시위를 하고, 2G폰 종료에 반대하는 사회 문제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을 본다면 세상을 순수하게 변화 시키려는 ‘명랑한 혁명가’의 전형을 보는것 같습니다. 아직 많은 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와 TV를 오고 가며 감초 같은 역할로 활동하는 그녀에게서 많은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이 세 배우로 끝내려 했지만…
 
 


                                           
 
 이젠 성숙한 배우로 성장한 ‘윤계상’도 충무로가 키워낸 ‘어엿한 아이돌’ 배우라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 배우에게 ‘가요계 아이돌’ 이란 편협한 시선으로 보면서 그의 가능성을 평가 절하 했지만. 그 동안 그가 출연했던 [낮은 목소리]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발레 교습소][용서받지 못한자]의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를 비롯한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지금의 [풍산개]와 같은 사회성이 강한 묵직한 작품에 출현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 한다면 그 동안의 편협했던 시각을 깨고도 충분히 진정한 배우였음을 이번 시간을 통해 깨달은 것 같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 본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그러한 잣대가 계속 되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무튼, 이러한 강력한 전작들에 대한 필모 그래프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서 인지 하이킥은 역대 시리즈와 다르게 그 품위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여느 작품과 다르게 깊이가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의도로 작품을 연출 하려는 김병욱 PD의 의도가 깔려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좋은 작품은 배우의 가치관을 변화 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의미있는 작품들에 출연 한 만큼 앞으로 더욱 성숙한 ‘충무로 아이돌’ 들로서 성장하기를 기원 합니다. ‘K-pop 아이돌’ 들 못지 않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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