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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마릴린 먼로를 이야기한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12.03.09 10:25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을 어떠한 정보도 없이 보고 왔다. 가끔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면 정말 그 영화를 어떤 고정관념도 없이 있는 그대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을 보면서 정말 영화 그 자체와 마릴린 먼로를 가감없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과 포스터의 ‘세계 최고 섹시스타의 은밀한 로맨스’라는 카피만 놓고 봤을 땐 그녀의 온전한 사랑이야기 인 줄 알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사랑이야기를 비롯, 화려했던 생활과는 달리 외로웠던 그녀의 모습을 비중 있게 그려냈다. 그래서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마릴린 먼로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느껴졌다.





그녀를 사랑한 남자의 ‘일기’에서 시작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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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 콜린 클라크의 일기에서 시작된다. 유명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란 콜린의 유일한 낙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무작정 런던으로 향한다. 열정만으로 열심히 노력한 끝에 마릴린 먼로 주인공의 ‘왕자의 무희’ 조감독으로 취업하게 된 콜린. 영화와 관련된 정말 자잘한 일까지 도맡아 하게 된 그는 먼 발치에서 바라본 그녀의 모습과 감독과의 불화로 점점 지쳐가는 그녀를 따듯하게 대하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콜린은 짧았던 그녀와의 사랑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었고 당시에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100%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 묘사된 마릴린 먼로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더욱 도드라진다.





하지만 사랑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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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사랑영화는 아니다. 물론 줄거리에서 콜린과 마릴린은 사랑을 나누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정말 마릴린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정신병원에 간 어머니, 누군지 모르는 친아버지,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보내야 했던 어린 시절. 화려하지만 외로운 할리우드 스타로서의 생활. 당시 남편이었던 아서 밀러의 ‘결혼은 잘못했다’는 메모를 보고 상처받고, 감독과의 불화로 힘들어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그녀의 일상과 괴로움들이 담겨져 있다.

대중들 앞에서는 무한한 섹시한 매력을 뽐내다가도 콜린 앞에서는 마냥 어린애처럼 구는, 침대에서는 약에 취해 정말 여리디 여린 눈빛을 보내는 모습으로 우리가 그 동안 사진과 영화를 통해 만나온 마릴린과는 또 다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콜린과의 사랑이야기보다도 정말 인간 마릴린 먼로를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영화다.





마릴린 먼로보다 더 먼로같았던 주연배우 미셸 윌리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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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미셸 윌리암스가 재해석한 마릴린 먼로의 모습은 정말 놀랍다. 마릴린 먼로에 가려졌다기보다 미셸 윌리암스만의 마릴린 먼로가 새롭게 탄생한 듯한 느낌이다. 그녀가 먼로를 닮기 위해 한 노력들을 보면 대단하다. 작품을 위해 며칠에 한 번씩 탈색과 염색을 번갈아가며 금발을 유지했고,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조절하며 보정 속옷을 착용해 글래머러스한 라인을 유지했다고 한다.

게다가 대중 앞에서 섰을 때 그녀만의 섹시한 포즈들과 멍한 표정. 여자가 봐도 너무나 섹시해 사랑에 빠질 것만 같았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철의 여인의 메릴스트립이 가져갔지만 미셸 윌리암스가 탔다고 해도 절대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박빙이었음에 틀림없다.





미셸 윌리암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응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그 이유는 뭘까. 줄거리 탓은 아닐까. 정말 충격적인 마릴린 먼로의 사생활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녀의 연기일생을 다룬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나름 섹스심벌인데 생각보다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야기를 생각했던 관객들은 뭔가 어정쩡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콜린과 마릴린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은 아니고 매니저와 배우의 역할에 더 가깝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그녀의 일상과 촬영을 돕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굳이 추천한다면 우리가 몰랐던 마릴린의 슬픈 개인사, 인간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고 마릴린보다 더 마릴린 같은 미셸 윌리암스의 사랑스러운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영화티켓 값은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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