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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리뷰: 우리가 알던 로보캅은 어디에?

14.02.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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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2014]
감독:조세 파디야
출연:조엘 키나만,게리 올드만,사무엘 L. 잭슨,마이클 키튼,애비 코니쉬
 
줄거리
범죄와 무질서로 혼란에 빠진 도시. 좋은 아빠이자 실력 있는 경찰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알렉스 머피’(조엘 키나만)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온 몸에 치명적 부상을 입는다. 로봇 테크놀로지의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 ‘옴니코프’ 사는 아내 ‘클라라’(에비 코니쉬)에게 ‘머피’의 몸에
최첨단 하이테크 수트를 장착할 것을 제안하고,그녀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남편을 살리기 위해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모두가 기다려온 완벽한 히어로 ‘로보캅’으로 재탄생한 '머피'는 '옴니코프'사의 체계적 훈련을 받으며 더욱 강력해지고,‘클라라’는 기계처럼 변해버린 남편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한다. 한 치의 오차 없는 수트의 통제를 받으며 명령을 따라야 하는 ‘로보캅’. 하지만 그는 점차 스스로 수트를 지배하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 수트와 도시 이면에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존재의 이유를 알수없는 [로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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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년대를 호령한 액션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로보캅]이 리메이크가 되어서 돌아왔다. 폴 버호벤이 연출했던 이 영화는 SF 액션의 성향을 강조하면서 거칠고 투박 하면서도 잔인한 B급 액션의 색체가 더 강해 이후에도 매니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가까운 근미래를 배경으로 미국 경제의 불황과 사회의 부패로 치안이 불안정해진 디트로이트의 모습과 거대 기업의 횡포와 일본 이라는 새로운 신흥강국의 출현에 따른 미국인들의 불안 심리를 디스토피아 적으로 풍자하면서 [로보캅]은 의미 면에서도 남다른 작품이었다.
 
어쩌면 [로보캅]의 21세기 버전 리메이크는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지금의 시대가 [로보캅]의 작품속 배경과 비슷한 시기이면서, [다크나이트]와 같은 80년대 히어로를 충분히 멋있게 그려낼수 있는 비주얼적 기술들도 업그레이드 되었기에 분명 새로운 느낌의 작품으로 다가올수 있었다.
 
[엘리트 스쿼드] 시리즈와 액션물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일가견을 보인 브라질 출신의 조세 파디야에게 메가폰을 맡긴것은 적당한 수순으로 보였다. [엘리트 스쿼드]는 경찰 액션물을 지향하면서 부패한 경찰조직내 내부의 적과의 대립이라는 소재를 들어냄으로써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 [로보캅]의 주제와 많이 비슷했기 때문에 원작의 매력을 잘 살려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느낀 생각은 그동안 [로보캅]의 진정한 매력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그것은 나를 비롯해 조세 파디야에게 기대를 걸었던 제작진과 팬들도 함께 인지했을 것이다. 우리가 예전의 [로보캅]을 중독성 있게 본것은 다름아닌 '無 감정,표정'을 지닌 기계 인간 '알렉스 머피'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전자에 언급한 배경과 세계관을 뒤로 하더라도 자신의 본분을 잃지않고 무자비한 악당들과 무모한 전쟁을 벌이는 '로보캅'은 '영웅' 그 자체였던 것이다. 조세 피디야는 바로 이러한 '영웅'을 설정하는데에서 재주가 부족한것 같았다. 그는[로보캅]이 가지고 있는 배경을 멋있게 그려내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영웅 로보캅'을 그려내는 데에는 어떠한 추호도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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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메이크 [로보캅]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무엘 L.잭슨이 연기하는 '팻 노박'을 등장시켜 거대 미디어의 부패성과 편향된 여론 조작을 풍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장소를 미국의 치안권이 적용된 중동으로 옮겨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하에 전투 로봇을 설치해 위압감을 자극하는 '팍스 아메리카'식 사상을 은연중에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음모의 배후로 지목되는 거대 글로벌기업 '옴니코프'의 경영자 '셀라스'(마이클 키튼)와 경영진이 등장해 이익만을 생각하는 비인간적인 경영방식과 제 3세계 국가를 통한 글로벌 생산 방식에 대한 현실적인 풍자도 빠뜨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의 재주인 경찰과 같은 내부 조직의 부패성을 그려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것이 리메이크 [로보캅]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중 하나다. 이처럼 조세 피디야의 머릿 속에는 현대판 [로보캅]에 대한 세계관과 배경 구축만 들어있을 뿐, 우리의 주인공 '로보캅'은 이러한 불합리한 세상의 불쌍한 피해자에 불과하다. 정리하자면 [로보캅]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배경과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배경을 중심으로 주인공이 언급되는 심각한 사회적 SF 드라마 였던 것이다.
 
[다크나이트] [맨 오브 스틸] 처럼 주인공의 내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멋있는 히어로물을 생각했다면 기대를 접는것이 좋다. 그나마 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꼽으라면 닐 블룸캠프의 [디스트릭트 9]과 [엘레시움]이 연상될수 있지만 이 두 작품이 캐릭터의 일관성과 중심적인 스토리 덕분에 이야기의 방향성을 잃지 않은 반면에 [로보캅]은 이러한 기본 마저도 제대로 성립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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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주인공보다 우선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알렉스 머피에 대한 묘사 방식은 밋밋해졌다. 게다가 머피 캐릭터 자체가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장면을 반복한다. 전자에 설명한대로 '로보캅'의 매력은 변화가 없는 일관적인 행동이 우선이 되어야 했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로보캅' 답지 못한 감정의 번복이 너무 심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로보캅'이 되었지만 어젼히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 '경찰' '가장'이라는 위치에 놓여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관객은 이러한 주인공에 '공감'을 해야 하지만 영화가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같은 '철학'이다.
 
이러한 어려운 설정과 애매모호한 주인공의 태도에 과연 누가 매력을 느낄수 있을가? 때문에 '로보캅'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한들 카타르시스의 강도는 약하다. '정의'가 아닌 '가족에 대한 걱정'만 생각하는 머피가 '인간'인지 '로봇'인지가 의문이 들 정도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저지른 최대의 실수중 하나다. 뒷배경이 아무리 좋다 한들 중심 인물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자연히 모든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때문에 그의 가족이 등장하는 설정은 무리수에 가깝고 마이클 키튼,게리 올드만 같은 조연진이 주연진보다 비중이 높아지는 오류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설정을 만들어낸 각본(스토리)의 문제다. 설정이 잘못될수 있어도 이야기의 중심만큼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로보캅] 이야기는 시작부터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원작 [로보캅]이 주인공 '머피'가 '로보캅'이 되는 과정을 생략과 간단한 편집으로 그려 낸 것과 다르게 리메이크는 '로보캅'이 되는 상황을 일일이 다큐처럼 묘사하고 그려내는데 전반부를 할애하고 그다음 중반부가 되서야 진짜 이야기를 진행한다. '로보캅'이 진실을 파헤쳐가던 원작의 구조와 다르게 이미 진실을 보여준 다음 그와는 전혀다른 전개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초반부 지루한 설정은 '로보캅'이 등장하는 중반부에서 살아나듯 싶었지만 결국 후반부 스토리가 급전개로 마무리 되는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 설정의 무리함에 있다. 대립해야 할 선과악의 기준도 모호하게 잡은것도 문제가 있다. 단순히 거대 기업의 부조리를 고발하는데 기인해서 '셀라스'를 악역으로 끌어들였지만, 여태까지 악역으로서의 분위기를 전혀 풍기지 않았던 인물을 악역화 하는 것은 느닷없는 설정이다.
 
[로보캅]은 뒷배경을 화려하게 그려냈지만 사람들이 제일 중심적으로 봐야할 인물과 스토리 같은 중심적인 이야기를 그려 내는데에는 실패했다. 사실상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분에만 공을 들인 나머지 제일 중심이 되어야 할 부분을 놓쳐버리고 만것이다. 조세 파디야 감독은 [로보캅]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며 관객으로 부터 공감을 얻고 싶었지만 그것은 영화가 가장 우선시 해야할 '흥미로움'을 만들고 나서 자연히 이야기되게 마련인 것이다. 아쉽지만 [로보캅]의 진정한 부활은 다음 시대로 넘겨야 할것 같다.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로보캅'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방황'하는 '인간'이 아니라 '정의'라는 개념 하나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로봇 인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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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얼::★★★
연기:★★★
스토리:★★
연출력:★★☆
 
총점:★★☆
 
 
(사진=소니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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