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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최후의 날] 리뷰: "나는 대체 무슨 영화를 봤나?"

14.02.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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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최후의 날,2014]
감독:폴 W.S. 앤더슨
출연:킷 해링턴,에밀리 브라우닝,키퍼 서덜랜드,캐리 앤 모스
 
 
줄거리
어릴 적 로마 군에 의해 가족을 모두 잃은 뒤 노예 검투사가 된 '마일로'(킷 해링턴)는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풍요를 기원하는 비날리아 축제의 대규모 검투 경기에 참여한 ‘마일로’는 자신의 부모를 죽인 '코르부스'(키퍼 서덜랜드)
를 발견한다. 로마의 상원 의원이 된 ‘코르부스’는 ‘카시아’와 정략 결혼을 계획하고, '마일로'는 부모의 복수와 자신의 연인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건 최후의 검투에 나선다.
 

*검투영화와 재난영화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폼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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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폼페이]는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연출에 올랜도 불름,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고대 재난물로 2008년 개봉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폴란스키 감독의 법적인 문제와 계속되는 제작연기로 프로젝트는 무산되었고, 얼마안가 폴 W.S. 앤더슨이 따로 준비한 화산 재난영화 [폼페이:최후의 날]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과 소재만 비슷할뿐 내용은 이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사실, [폼페이:최후의 날](이하:[폼페이])을 폴 W.S. 앤더슨이 연출한다 했을때, 약간의 우려와 걱정이 생겼다. 그가 연출한 [모탈컴벳] [레지던트 이블] [삼총사 3D]가 절대 못만든 작품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오락영화의 기준에서 충분하게 즐길만했으며 적정선에서 연출하는 그만의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항상 지적 받고있는 미약한 스토리 부분을 언제나 오락적인 설정으로 때우는 방식이 [폼페이]와 같은 대서사적인 작품에 충분하게 먹힐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는 스케일과 특수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감독일 뿐 드라마와 같은 서사성을 잘 살릴수 있는 연출자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노련한 연출자라면 언제든지 보완 가능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폼페이]를 감상하였고 그 느낌은 이 리뷰기사의 제목과 같았다.
 
"나는 대체 무슨 영화를 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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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랜덤하우스 코리아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과 폴 W.S. 앤더슨의 [폼페이]는 장르 자체가 달라 두 콘텐츠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기본적인 뼈대인 스토리의 구성 만큼은 비교 가능하다. 우선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속 이야기는 명확하다. 부패함에 찌든 로마 사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내면서 폼페이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수도교 책임자인 남자 주인공이 물속에 유황 냄새가 섞여 있는 사실을 알고 도시의 재앙을 직감하게 되고 이어지는 대재앙을 피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드라마와 약간의 로맨스가 어느 정도 균형 있게 설정되었다.
 
반면, 폴 W.S. 앤더슨의 [폼페이]는 최신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을 않고 스토리를 억지로 끼워 맞춘 티가 난다. 언제부터인가 그리스,로마 시대를 배경으로둔 작품에는 [글레디에이터] [300] 형식의 검투 액션이 등장해야 한다는 공식이 의무처럼 유행했다. 적어도 그 공식이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까지는 적절해 보였지만, 이후의 비슷한 컨셉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이제는 상투적인 장르가 되었다. 하지만 폴 W.S. 앤더슨은 이러한 자신의 미약한 이야기 구성을 검투사 액션으로 매꾸려 하였다.
 
그저 자신의 장기이자 장점인 액션을 통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그러한 선택이 정체불명의 망작을 탄생시키고 말았다. 아무리 그가 각본적인 부분에서 미약하다 한들 적어도 영화의 비중을 어디에 두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그는 [폼페이]를 검투사 액션물로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자연 재난물로 만들어야 할지를 두고 갈팡질팡 하고 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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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와 중반부에 영화는 검투사 적인 요소에서 너무나 힘을 들이고 있다. 주인공이 원수로부터 부모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며 살다 1급 검투사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비중 있게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의 주소재인 화산 대폭발이 일어나는 설정은 너무나 뜬금없는 '불청객' 처럼 느껴진다. 이와중에 또 다른 '불청객 설정'은 마일로와 영주의 딸 카시아가 단 이틀만에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불장난 로맨스'다. 대체 카시아는 마일로의 어떤 면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서로에 대한 감정적 교류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러한 로맨스를 급진해 버리면서 영화의 메인으로 구성되어야 할 드라마는 빈약하게 된다. 이처럼 [폼페이]는 기본적인 메인 스토리들이 따로노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면서 캐릭터,드라마,스케일을 모두 놓쳐 버린다.
 
지나친 인과성으로 연결된 인물 설정도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영화속 인물들이 과거의 원수 관계로 맺어진 탓에 스토리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정도로 뻔하고 어이없는 우연이 자주 발생하고 무의미한 억지스러운 드라마와 설정이 지속된다.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화산 폭발로 인한 대재앙 장면도 그리 긴박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한들 이 부분에서 제대로 된 설정을 이루어 내지 못해 관객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면 그저그런 특수효과로 끝날 뿐이다. 자연 재해 영화들의 순서라 할수 있는 재앙의 전초전과 같은 단계는 아예 비중에도 없었으며, 그러한 부분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또다시 검투사 액션을 끼워 맞추기에 이른다. 재난으로 도망가기 바쁜 와중에 검투 액션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긴박감보다는 어이없는 코웃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공들인 특수효과와 CG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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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따른 억지적 설정에 피해자는 배우들이다. 킷 해링턴,에밀리 브라우닝 모두 나쁘지 않은 연기자들 이지만 액션,재난,로맨스가 정신없이 나열된 바람에 이들의 연기는 무의미하게 그려질 뿐이다. 둘다 헐리웃의 차세대 기대주라 하지만 [폼페이]는 이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잠시 미루게 되었다.
 
폴 W.S. 앤더슨 감독이 아무리 각본 능력과 드라마 구성 연출에 빈약했다 한들, 차라리 로버트 해리스의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기본 뼈대적인 이야기 구조가 있기에 난데없는 검투 액션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폼페이:최후의 날] 은 20일 우리나라에서 최초 개봉한다. 아직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지만, 이 영화가 크나큰 실패로 다가온다면 적어도 그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겨줄 것이다.
 
1.각본이 정말 중요하다.
2.트렌드(검투사 액션)라고 무조건 따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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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오락성:★★☆
비주얼:★★☆
연출력:★★

총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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