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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12년] 리뷰: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 하는 영화

14.02.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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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2014]
감독:스티브 맥퀸
출연:치에텔 에지오포,마이클 패스벤더,베네딕트 컴버배치,브래드 피트
 
줄거리
1841년 뉴욕. 아내 그리고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누리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어느날 갑자기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간다. 그가 도착한 곳은 노예주 중에서도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에게 노예 신분과 '플랫' 이라는 새 이름이
주어지고, 12년의 시간 동안 두 명의 주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드윈 엡스(마이클 패스벤더)를 만나게 되는데…
 

*자유,희망,인권 그리고…많은 것을 담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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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을 받게 되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다. [노예 12년] 또한 이러한 관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1800년대 미국에서 출간된 동명의 자전적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자유인'으로 살아가던 평범한 흑인 남성이 인권을 짓밟혀 버리게 되는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 많은 미국인들에게 '노예제도'에 대한 반대여론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영화 [노예 12년]은 철저히 원작의 주인공 '솔로몬 노섭'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적인 방식을 추구한다. 노섭이 '자유인'으로서의 권리를 '인신매매'라는 범죄를 통해 잃게 되는 장면과 흑인들의 처절한 노예 생활이 생생하고 가혹하게 그려지는 부분은 이 영화가 추구하려는 '재현'과 '진실'에 담겨 있다. 납치로 인한 12년 노예 생활을 담아내는 과정 자체는 흥미롭지만, 그것을 '재현'에만 그친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 법. 그래서 영화는 두 가지 환경적 배경을 연극의 '막'처럼 구성해 서로 다른 분위기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기-승-전-결'의 구도를 완성하는 서사적인 전개를 이어간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논픽션 이야기와 대비되는 요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노섭이 '플랫' 이라는 노예명을 얻고 첫번째 주인 '윌리엄 포드'를 맞이하는 부분은 극의 1막과도 같다. 흑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다른 주인들과 달리 포드는 양심을 가진 주인이면서 인자한 성품을 가진 인물로 노섭은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적 재능을 발휘해 포드로 부터 인정을 받아 '자유인'으로서의 신분을 얻으려 하는 부분에서 절망적인 상황에서 꽃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로인해 노예 감시원들의 반발을 사 '폭군' 엡스의 노예로 들어가게 되고, 이는 극의 2막과도 같은 부분으로 '절망'과 '위기'라는 단어를 연상케 하는 가혹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두 주인' 이라는 설정을 통한 '연극적 구성'은 전개상 긴장감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도 사용된다. 상반된 성격을 지닌 백인 주인들이기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예 12년]은 주인공 노섭의 시선과 달리 백인 주인들의 시선에서도 영화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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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제도로 이별의 아픔을 겪게 되는 흑인 가족과 인간으로서 상상 할수 없는 폭력과 고초를 겪게 되는 흑인들의 수난을 재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노예제도의 폐해'보다는 [쇼생크 탈출]이 보여주었던 '자유 의지'에 대한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12년' 이라는 생활을 노예로 살면서도 끝까지 '탈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노섭 개인과 달리 노예라는 폐해에 익숙해 져버린 흑인들의 힘없는 모습은 '쇼생크 교도소'의 '장기수'들과 별반 다를바 없다. 노섭이 나무에 목이 졸린 채로 까치발로 버티려는 모습과 이를 무심한듯 쳐다보고 자기 일에만 묵묵하게 일하는 흑인 노예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은 장면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노섭은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슨)의 성격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볼수 있다. [노예 12년]을 감상하기 전 [쇼생크 탈출]을 감상하고 비교해 본다면 더욱 재미있게 볼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영화는 더 나아가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건드리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와 같은 종교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관한 고발이다. 전자에 언급한 두 백인 주인에 의해 극의 전개가 변화된다는 것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다른 종교관에 있었기 때문이다. 포드가 흑인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성경을 읽어주는 것과 달리 엡스는 흑인들에게 '노예'라는 명분을 강조하기 위해 위압적인 무기로 종교를 사용하는 식이다. 영화는 이를 엡스의 입장에서 비중 있게 보여주면서 인간의 비뚤어진 자아가 종교를 지배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것이 '종교'라는 명분으로 전쟁과 지배를 자행했던 서구 역사의 근본적인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다.
 
이렇듯 [노예 12년]은 서사적인 구성,개성적인 캐릭터,여러개의 메시지를 치밀하게 구성해 많은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점에서 볼 때 작품성의 시각에서 [노예 12년]을 감상한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려운 묘사와 상징적인 장면만 나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루할수 있는 묘사와 같은 디테일 적인 부분은 가급적 배제하고 빠른 전개를 통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을 쉽게 영화속으로 동화시키려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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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는 치에텔 에지오프의 연기도 일품이다. 순수한 미소를 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슬픔을 표현하는 그의 표정 연기는 '흑인 노예사'의 모든 것을 표현했다 정의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통해 그는 덴젤 워싱턴,모건 프리먼,윌 스미스,제이미 폭스를 잇는 또다른 흑인 남성 배우의 대를 이어갈수 있지 않을가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조연 연기를 펼친 마이클 패스벤더,베네딕트 컴버배치,브레드 피트,폴 디노,폴 지아미티,사라 폴슨 등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모두 제역할을 깔끔하게 연기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그들이 스타 보다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왜 어울리는지를 증명해 준 부분이다.
 
그렇다고 모든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2막' 같은 '엡스'의 노예 생활이 길어져 이야기가 늘어지게 되면서 '전-결'에 속한 극적인 이야기 들이 허무하고 갑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부분은 아쉬움을 준다. 의외로 빠른 전개가 이어진 나머지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놓친점도 아쉬움을 준다.
 
아카데미 시즌인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겸비한 좋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는 시기인 만큼 [노예 12년]은 충분히 감상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자유' '희망' '인권' 등등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아 크게 와닿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것이다. 우리가 잊고있는 기본적인 가치와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 본다는 차원에서 [노예 12년]은 높은 가치를 지닌 '인권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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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사진=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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