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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리뷰: 패기가 '너무' 넘쳤던 B급 스릴러

14.03.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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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2014]
감독:황인호  
배우:이민기,김고은,김뢰하,김부선,안서현
 
줄거리
노점상을 하며 하나뿐인 동생과 살고 있는 '복순'(김고은), 약간 모자라지만 제대로 건드리면 큰일나는 그녀는 동네에서 일명 '미친년'이라 불린다. 어느 날 그녀 앞에 나타난 냉혈 살인마 '태수'(이민기)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복순의 동생을 죽이게 된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칼 한 자루 손에 든 채 그를 추격하는 복순, 그리고 살인을 마무리 하기 위해 집요하게 복순을 쫓는 태수. 포기를 모르는 두 괴물의 숨가쁜 추격이 시작된다!
 
 
*스릴러로 위장한 B급 다크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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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포스터를 본 당신이라면 이 영화의 장르를 스릴러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살인마와 미친여자의 대결이라는 컨셉문구와 두 주인공의 살기 어린 표정까지, 이 영화는 심상치 않은 작품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몬스터]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롤러코스터면서도 어디로 갈지 알수없는 '묻지마 버스'와도 같았다. 이는 황인호 감독이 전작 [오싹한 연애]가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 사이를 오고갔던 것처럼, [몬스터]에도 그러한 장르의 혼합을 시도했던 셈이다.
 
[몬스터]는 여러 번의 장르적 변화를 시도한다. 초반, 이민기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도자기를 굽고 능숙한 실력으로 사람들을 살해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부터 그 기대에 부응하는듯했다. 그러나 김고은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난데없는 컬트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은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다시 태수의 초점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는 다시 본연의 스릴러로 돌아선다. 이후 영화는 태수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정의한다. 그는 완벽한 사이코패스 살인마이며, 상대를 그냥 죽이는 것보다 사냥을 하고 대결을 원하는 지능적인 살인마이다. 이에비해 그를 상대하는 복순은 [마더]에 나오는 원빈의 캐릭터와 비슷한 바보다. 일반인과의 생활에는 문제없지만, 지능이 낮고 생각이 깊지 못한 인물이며 그리고 순수하다. 그녀가 등장하는 부분은 태수와 달리 한없이 유머스러우면서도 밝게 그려진다.
 
영화는 이러한 상반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을 대립시킨다. 얼핏보면 어울리지 않는 대립구도 이지만, 이같은 조합은 'B급 스릴러'로 변모되면서 의외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잔혹하고 무자비한 태수에게 도전하는 복순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꼬마 나리(안서현)는 '돈키호테&산초'에 가깝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두 여성 콤비가 살인마를 추적하는 형식이기에 관객들은 이들에게 정서적 공감을 느끼게된다. [몬스터]가 완성한 촌스러움(혹은 '순수')과 잔혹함이라는 극과극 대립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패기이자 도박이다. 적어도 복순과 나리가 태수의 별장에 도착한 중반까지 이러한 B급 스릴러가 어느정도 먹힐거라 생각했다. 특히, 숲속이라는 주변 환경을 이용해 태수,복순,나리가 '숨바꼭질'을 하듯이 추적을 하는 장면은 한편의 수준높은 스릴러 영화를 보는것 같았다. 태수와 복순의 캐릭터를 십분 발휘해 의외의 긴장감을 만들어 나가고 드라마를 형성하는 부분은 [살인의 추억]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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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영화는 본색을 들어낸다. [몬스터]는 스릴러라기 보다는 '풍자형 블랙 코미디물'에 가깝다. 태수가 살인을 시작하고, 복순이 엮이게 되는 과정은 이들과 전혀 무관한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의 구조와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모티브가 되는 사건이 실제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충돌문제'다루고 있어 이 영화를 통해 '자본의 문제'를 언급하려 했음을 알수있다. 이 구조가 살인사건으로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전개되는 과정은 하나의 코미디다. 그러나 이 전개까지 성이 차지 않았는지 황인호 감독은 영화의 중반 전개상 필요없는 쓸데없는 코미디와 유머코드를 쏟아내기에 이른다.
 
이는 B급적 설정과 풍자성 유머로 어느정도 무난해 보였던 영화를 망쳐버린 주범과도 같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김뢰하,김부선을 비롯한 단역급 캐릭터들을 웃음요소로 만들면서 긴장감은 사라지고, 긴박했던 추격신도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의 두 메인으로 강조되었던 태수와 복순의 대결도 뜬금없이 그려졌다. 스릴러에서 멀어지다 싶이한 후반부의 전개로 [몬스터]는 애매모호한 느낌의 영화로 남게되었다. 스릴러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유머스럽고, 유머로 보기에는 잔혹하다.
 
황인호 감독은 특유의 패기로 두 개의 장르가 혼합된 이종교배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것 같지만, 과한 자신감과 패기는 이상한 '기형적 작품'을 낳고 말았다. 이 패기를 좀 만 낮추고 중반까지 이어졌던 정서를 끝까지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러한 정서도 'B급'으로 이해하고 감상한다면 의외로 무난한 작품으로 볼수도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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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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