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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리뷰: 만약, 당신이 부모 라면…

14.03.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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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2014]
감독:이정호  
출연:정재영,이성민,서준영
 
줄거리
버려진 동네 목욕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여중생 수진. 아버지 상현(정재영)은 하나뿐인 딸의 죽음 앞에 무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현
에게 범인의 정보를 담은 익명의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그리고 문자 속 주소대로 찾아간 그곳에서, 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죽어가는 딸의 동영상을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철용을 발견한다. 순간,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철용을 죽인 상현은 또 다른 공범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무작정 그를 찾아 나선다. 한편, 수진이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 억관(이성민)은 철용의 살해현장을 본 후, 상현이 범인임을 알아차리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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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중년 남성이 순식간에 대담한 범죄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었다. 살인이 충동적으로 발생하듯이, 그만큼 영화 속 주인공은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복수에 사로잡혀 있다. [방황하는 칼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두었지만 사회적 이슈가 된 10대 성폭행 사건에 더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이슈와 복수의 과정을 그려내는 방식을 스릴러로 그려낸다. 하지만, 범인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추리물로 기대했다면 오산. 초반부터 범인들을 공개한 영화는 스릴러 보다는 주인공의 복수와 추적을 따라가며 그의 감정을 그려내는데 우선한다. 철저하게 관찰자적 시점을 유지하다가 어느새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를 묻는 식이다.
 
[방황하는 칼날]은 [돈 크라 마미] [공정사회] [한공주]와 같은 비슷한 사건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들이 그랬듯이 피해자의 시각에서 사건을 정리하고 정의구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과 같은 길을 가려 한다. 다만, 전자의 작품들이 여성의 시각과 입장에서 사건을 정리했던 것과 다르게 영화는 아버지인 남성의 시각에서 이야기한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가 그려내는 복수의 방식은 참혹하면서도 충동적이며 매우 처절하다. 자식을 잃고 희망을 잃은 아버지의 심리에 기반을 두며 다양한 감정선을 유도하면서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에서 사회적 드라마로 전환된다. 아버지 상현의 범죄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떠나 희망을 잃고 복수에 의지하게 되는 남자의 내면이 그려지는 과정은 슬프면서도 애처롭다. 순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아무 생각 없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치밀하기보다는 어설픈 본능에 의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른 10대 아이들은 죄책감 보다는 빠져나갈 궁리를 우선으로 하고 있고, 가해자들이 피해자로 전환되면서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상현의 복수는 도덕성을 떠나 카타르시스와 함께 관객들로부터 무언의 지지를 얻게 된다.
 
상현의 복수과정이 처절한 드라마로 해석된다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형사 억관(이성민)의 시선은 이러한 아버지의 명예 살인에 대한 대립적인 시각이다. 이미 전의 담당 사건으로 10대의 범죄에 치를 떨고 있어, 그 누구보다 상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지만, 경찰의 중재적 역할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해와 법치 사이에 고민하며 갈등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의 제목처럼 '방황하는' 인물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3자인 우리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억관과 그의 후배 현수(서준영)가 상현의 체포를 놓고 논쟁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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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감정과 냉정 사이를 오고 가는 온도조절을 하며 무난한 스릴러 드라마를 진행한 영화는 후반부에서 방황한다. 중반까지 나름 치밀한 전개와 구성을 유지했지만, 상현의 감정과 심리에만 치우치게 되면서 억관의 형사적 심리는 자연히 묻히게 되고 더 이상 긴장감 있는 추적극을 진행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가 강조된 구성으로 명예살인에 대한 이슈만 남게 된다. 반전까지는 아니어도 치밀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상현의 북받친 감정과 억관의 애절한 만류가 부딪치는 순간은 감정이입의 최고도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후반부의 어설펐던 구성과 범죄에 대한 도덕적 논쟁도 이 마지막 장면에 의해 정리되는 순간이다. 아버지의 처절하고 슬픈 분노를 살 떨리게 연기한 정재영과 무심한듯하면서도 상현의 범죄에 갈등하는 이성민의 연기는 절묘한 조화를 이룬 최고의 연기 호흡을 보여주며 인상적인 드라마를 완성한다.
 
정의의 가치가 각기 다른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황하는 칼날]은 아직도 현실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법치와 정의에 대해 묻고 있다. 갈수록 잔인해지는 선을 넘어선 범죄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법치, 그리고 서로 다른 정의가 충돌하는 세상… [방황하는 칼날]은 픽션보다는 현실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감상포인트
-현실의 법치주의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추천
-(잔혹하지만) 따뜻한 부성애가 담긴 드라마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
-정재영,이성민의 명연기의 조화를 보고싶다면 추천
 
-고품격 치밀한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비추천
-대반전을 기대했다면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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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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