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아시아 영화의 자랑 '레이드'

12.04.04 15:17






제목이 좀 편파적으로 보일지 몰라도...오늘만큼은 편파적인 리뷰글을 쓸까합니다. (그렇다고 홍보사로 부터 금품을 제의받은건 절대 아닙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 네임밸류-홍보 면에서 많이 부족해 잊혀질거 같아 우려되서 입니다.
 
우선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의 예고편을 한번 보시죠..
 
 
어떠 신가요? 화끈 그 자체이지 않습니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된 이후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레이드'는 이후 인터넷을 통해 예고편이 공개 되면서 순식간에 입소문이 돌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던 영화였고 개봉시기를 묻는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대다수의 해외 매체의 평들도
 
'올해 최고의 액션영화'
'수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할 액션영화'
 
거의 경배 수준의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악명 높은 마약왕을 체포하기 위해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된 20여명의 경찰 특공대가 조직의 근거지인 빌딩으로 출동 합니다. 그것도 비밀리에 말이죠...마약왕이 경찰 간부들을 매수했기 때문에 그를 잡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만큼 이 작전은 위기시 지원을 받을수 없는 목숨을 담보로 한 작전 입니다. 경찰 특공대는 한층한층 범죄자들을 제압해 나가지만 지옥의 건물로 불린 이곳은  혹시나 모를 경찰에 침입을 대비한 마약왕의 숨겨져 함정이 있었고 특공대는 이 함정에 빠지게 되고 온갖 잔인한 행각과 무술고수 범죄자들로 구성된 악당들이 특공대를 공포에 몰아 넣기 시작하면서 생존의 탈출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시작 됩니다.





1. 3세계 영화의 편견을 깬 영화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늙었다, 이연걸은 약하다'
이 문구는 2000년 초반 전세계를 화제로 몰아넣은 무에타이의 고수 '토니쟈'주연의 [옹박]의 문구입니다.
 
옹박-1~1.JPG


당시에 생소한 무술인 무예타이를 아주 익스트림한 액션으로 연출해 관객들의 시선을 한번에 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위의 도발적 문구처럼 [옹박]은 액션영화계에 하나의 혁명과도 같은 작품 이었습니다.
 
기존 무술 액션이 주먹과 발차기의 정신없는 난림을 보여주며 비현실감만 느끼게 했던것과 다르게 '익스트림 액션 연출은 무술의 화려함과 빠른 동작을 선보이기 보다는 현실적인 타격감을 관객들이 체감할수 있도록 카메라 워킹과 특수-음향 효과, 편집등을 통해 연출한 방식입니다.
 
즉, 옹박은 무에타이를 소재로 해서 뜬 영화라기 보다는 무에타이의 실제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 영화적 기술적 요소들을 적절하게 사용한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헐리웃 영화가 아닌 제3세계 국가인 태국이 이루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랄수 밖에 없었죠.사실 태국은 그 어느나라 못지 않은 영상제작 강국으로서 세계의 모든 CF기술의 연출-편집을 담당 한다고 할 정도의 놀라운 인프라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헐리웃과 메이저 배급사에 맞서 자체적인 영화 산업을 구축한 몇몇 안되는 문화 강국 입니다.
 
그렇기에 옹박의 전세계적인 돌풍은 3세계 영화에 대한 낮은 시각과 편견을 돌아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작품 이었습니다.
 
'레이드' 또한 옹박과 같은 놀라운 의외의 시선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옹박 못지 않은 박력있고 익스트림한 영상에 우리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인도네시아 작품 이란 점에서 두번 놀라게 하며 또다시 편견을 깨뜨립니다.





2. 생소하지만 화려한 무술과 액션 철학

'레이드'를 통해 공개된 무술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무예인 '펜칵 실랏(Pencat Silat)' 입니다. 무려 수백년 전부터 전파된 무술 이었고, 인도네시아 에서는 태권도 못지 않은 국민적 인기를 가지고 있어 이를 기초로 변형된 관련 무술만 3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아저씨'의 원빈이 사용한 무술로 잘 알려지게 될 정도로 실전에서 매우 유용한 무술 이어서 전세계의 특수부대와 첩보기관 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강력한 무술 이라고 합니다. 설명보다는 동영상이 더 효과적 이겠죠?

 

생소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익숙함이 느껴지는 무술 이란 점이 이 영화를 눈여겨 보게 되는 한 부분 이기도 합니다.
 
전자의 문단에서 익스트림한 영화들의 추세를 언급 했듯, 빠르고 강력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들이 늘어난만큼 '실랏'과 같은 효과적인 무술을 사용하는 영화들이 앞으로의 추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화려하고 빠른 액션만 선보인 것만 능사일까요?
레이드의 액션을 본다면 그 느낌 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바로 화면속의 배우와 그걸 보는 관객이 함께 동화되고 느낄수 있는 '공감'이 존재하는 묘한 정서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The_Raid1.jpg

 
특히 기합을 넣으며 건물속의 끝이없이 도전하는 악당들과 대전을 펼치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일반 액션-비디오 게임들이 단계를 넘으면 넘을수록 수많은 악당들이 쳐들어 오듯이 '레이드'의 주인공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럴수록 우리의 주인공은 매우 큰 기합을 넣으며 그들을 제압해 나가는데 '기합 소리'에 느껴지는 정서는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화려한 무술속에 숨겨진 살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면 관객은 기합소리에서 점점 지쳐가는 주인공의 신음소리도 커져가는 것을 느끼게 되며 함께 동화 되어갑니다.
 
액션 하나에 두 가지 정서를 느낄수 있다는 점에서 레이드의 여운은 꽤 인상 깊습니다.
 




3. 긴장감을 잘 사용한 연출력
 
레이드의 대립 설정은 '나쁜 악당들 VS  경찰'로 의외로 단순 합니다.

영화의 절반을 액션이 모두 차지하고 있는 셈 이지만, 짧게나마 보여주는 긴장감은 인상적 이었습니다. 건물의 악당 들은 일반 마약 조직원 들과 달리 잔혹 무도한 무술 고수들 이라는 설정은 악역들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게 해줘 극에 자연스러운 공포감을 배가 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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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반에 너무 쉽게 제압당해 허술해 보인 줄로만 알았던 조직원들이 숨겨진 무기들을 꺼내 특공대를 위협하고, 건물의 전류를 차단하고 어둠속에서 서서히 공격하는 장면은 최대의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에 이릅니다. 마치, '더록'의 특공대가 알카트리즈 에서 미해병대와 충돌하게 되는 긴장감 못지 않은 대단한 설정 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이러한 설정적 세밀함은 헐리웃을 능가합니다. 게다가 단계를 통과할수록 새롭고 더 강한 악당들이 등장하는 것이 비디오-액션 게임을 즐긴 세대 에게는 또다른 재미 인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만나게 되는 강력한 악당들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습니다.
 




4. '날 것' 그대로를 지향하다.
 
TheRaidCOLOR_WEB.jpg

"나는 총이 싫어. 너무 쉬워서 재미없단 말이야"
 
영화속 마약왕의 오른팔 격인 '미친개'라 불리우는 악당은 총으로 특공대의 대장을 위협하고는 스스로 총을 버리고 곧바로 무술 대전으로 대항합니다. 이것이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 이면서도 전체적인 흐름 입니다. 언제부터 인가 영화계는 액션영화들은 블록버스터란 미명하에 총기와 폭탄이 난무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과장된 설정과 장면들이 넘쳐나 일명 '돈지랄' 한다는 영화만이 시장에 살아남는 속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순수는 사라지게 되고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이것을 그리워 하게 되는 법이죠.. 레이드는 순수 액션 영화의 그 점을 생각하며 다시 시작한 영화 입니다. 
 비록 "이소룡-성룡-이연걸은 죽고 늙었어" 라고 한탄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었던 순수 활동형 액션을 계승 한다는 점에선 예전의 '쌈마이'틱 한 정서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점에서 이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면서도 큰 단점 이기도 합니다. 오로지 액션 지향적인 영화이기에 이야기의 진행은 단순하고 드라마적 효과도 미미한 편입니다.
이러한 여건을 받아주는 것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더 나가지 않고 자신에게 특화된 장점만 부각시킨 마초 영화란 점에서는 이상하게 순수해 보여 좋았습니다.
 




5. 한국 영화계에 주는 교훈
 
2000년 초반 전세계 액션 영화의 흐름은 어느샌가 총기질이 난무하는 영화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헐리웃 이야 원래부터 블록버스터 기에 그랬다지만, 한국 영화의 경우 [쉬리]의 영향이 큰 탓인지 너도나도 경찰 특공대의 무차별'연발' 사격 액션 영화만 제작해 영화를 만들자는 건지 아니면 총질을 하고 싶은건지 의문이 들었던 무의미한 작품들만 등장하기에 이르렀죠..
 
심지어 최근 첩보 액션 대작이라고 자랑한 TV 시리즈인 '아이리스'도 그 수준에서 훨씬 더 미치지 못한 졸작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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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이슨 본' 형태의 익스트림 액션과 빠른 전개의 스토리가 대세가 되면서 첩보물의 고전이었던 '007 시리즈'도 그러한 길을 걸으며 변화를 추구한 것과 다르게 한국 액션 영화는 블록버스터라 불린 작품조차 진보를 보여주지 못한 실정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과 똑같은 작품을 만들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3세계 영화인 '옹박' '레이드'가 보여준 것처럼 충분히 우리만의 환경적-문화적 요소들 중 잘하는 것을 잘 활용하며 좀 더 생각해 봤다면 우리 또한 더 괜찮은 우리만의 독창적 액션 영화를 만들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류승완, 정두홍, 원신연 감독 같은 재능있는 액션 인재분들이 끊임없이 노력 하셨지만 언제나 'XX를 따라했다'라는 수식어를 들어야 할 정도로 독창성 면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었던 것은 안타까우며 또한 액션영화를 아직도 '쌈마이' 식으로 취급해온 영화계의 오래된 인식이 아직도 잔재된 점은 아직도 아쉽게 느껴질 따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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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본 인도네시아 영화 레이드는 '3세계' 작품 이라는 편협한 시각을 깰 정도로 액션, 연출력, 인프라적 요소에서 놀라움을 주어 그 못지 않은 한국 영화계에 적지않은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하며 현재 우리 영화계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독창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에 못지 않은 좋은 액셧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P.S : 이 영화의 감독인 '가렛 에반스'는 영국 사람으로 '실랏'의 매력에 빠져들어 인도네시아 에서 '실랏'을 소재로한 액션 영화를 제작-연출 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전에도 '메란타우' 라는 액션 영화로 자신의 진가를 알렸군요. 레이드의 주인공도 이 영화에도 출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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