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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리뷰: 설레는 로맨스로 그려진 '치정극'

14.05.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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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2014]
감독:김대우
출연:송승헌,임지연,조여정,온주완
 
줄거리
모두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인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과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진평'의 아내 '이숙진(조여정)'. 어느 날,'김진평'의 부하로 충성을 맹세하는 '경우진(온주완)'과 그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 이사를 온다. '진평'은 '우진'의 아내 '가흔'에게 첫 만
남부터 강렬한 떨림을 느끼는데…
 
영화의 배경은 1969년. 월남전이 한창인 시기. 하지만 영화의 주 배경은 월남이 아닌 대한민국의 한 군부대 관사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고국으로 돌아와 군 간부가 된 김진평의 영웅담과 활약상은 영상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로 대체되며,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그의 내면은 고뇌에 가득 찬 표정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60년대 후반의 소품으로 대신한다.
 
김대우 감독은 시대적 배경을 1969년으로 잡은 배경에 대해 '그 시대의 소품과 배경, 문화적 특색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고 말했다. [인간중독]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말하기보다는 6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통한 한편의 치정극 또는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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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적인 분위기의 군 관사와 허영과 거짓으로 자신들의 속마음을 가린 주변 인물들은 이 불안한 사랑을 설레는 로맨스로 바꿔주는 큰 역할을 한다. 군대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기에 급급하고, 그의 부하들과 군 동료들은 경우진과 같이 '줄'을 타려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군대는 제복이라는 위선에 자신들의 욕망을 숨긴 허영의 공간이다. 억압적인 현실 속 희망이 되어야 할 그의 아내는 그에게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그러한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김진평에게 특이한 용모와 행동을 지닌 부하의 아내 종가흔은 매우 특별한 존재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화교'라는 인종적인 특징답게 여러 마리의 새를 키우는 특별한 취미, 영화 중간마다 등장하는 중국어 대사, [색 계]의 탕웨이를 연상시키는 청순한 외모와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은 이국적인 여성이 가진 특유의 매력과 함께 남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첫사랑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후,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와 같이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도전을 그리는데 몰두한다. 군대와 도덕이라는 '환경적 압박'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러한 사랑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이러한 편견이 얼마나 냉소적인지를 보여준다. 김진평과 종가흔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위선으로 외톨이가 되어버린 공통점을 지닌 존재들이다. (심지어 생일도 똑같다.) 그들이 속한 남성과 여성 집단은 자신들보다 잘 나가고 매력적이란 이유로 뒷말을 통해 그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루머'와 같은 소문을 만들어내 그들을 괴롭힌다.
 
집단에 속하지 못한 두 인물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인간중독]의 '불륜'은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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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꾸며주는 소품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미장센'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그려지는 인물의 내면은 고품격 있게 표현된다.
 
허영과 거짓이 말로 전달되는 것과 다르게 '사랑'과 같은 진실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소품이 대신하는 식이다. 김진평의 라이터를 비롯해 종가흔의 귀걸이, 과일, 클래식 음악을 트는 전축, 냅킨,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등 김대우 감독은 그 시대의 물품을 비롯한 '올드'한 감성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애틋한 감성을 끄집어내려 한다. 주인공들은 이를 통해 사랑을 키우고 진심을 공유하게 되고 이는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중요한 연결점이 된다. 서로의 감정을 숨기는 배우들의 내면 연기와 함께 소품과 세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연출력의 묘미가 큰 장점이 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 덕분에 영화 속 농도 짙은 정사신은 외설적이기보다는 이들의 자유로운 사랑을 향한 갈구로 그려진다. 이같은 어려운 연기를 해낸 송승헌과 신예 배우 임지연의 열연은 2시간이 넘는 연기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불안한 치정극을 한편의 설레는 로맨스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중후반 더 이상의 전개를 이어가지 못한채 애매한 위치에서 머물고만 있는 김진평과 종가흔의 사랑은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주변인물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연결하려 하지만 그리 큰 비중을 차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난다. 두 남녀 주인공의 위태위태한 사랑의 감정을 즐긴다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파격적이면서 빠른 전개와 결말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인간중독]의 사랑은 도덕적 관념이 지배한 세상에 등장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이야기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이토록 아름답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 그것은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대사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기대하며 슬퍼하고 있는 진심을 우리 모두 마음속에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을 지닌 사람들에게 [인간중독]은 가슴 한쪽의 또 다른 응어리를 남겨줄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작품성:★★★☆
오락성:★★☆
연기:★★★☆
연출력:★★★☆
 
총점:★★★
 

최재필 기자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예고편=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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